“봄바람이 내변산 치맛자락을 들춰봅니다”

  부안에서 보내는 봄 편지 흙이 부드러워져 농부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부안땅 여기 저기 파릇한 보리가 동진강가 나문재 일으키는 바람처럼 싱그럽습니다. 수성당 동백이 햇살을 덥힙니다. 햇살보다 마음이 먼저 길 따라 나섰습니다. 해창 앞바다 봄바람이 내변산 치맛자락을 들춰봅니다. 속살 부끄러이 의상봉 진달래가 수줍어 얼굴 붉힙니다. 들은 산에게 산은 바다에게 바다는 다시 들에게 들은 사람들에게 그리운 편지를 씁니다. /이용범 이상난동으로 변산 봄소식을 다른 해보다 열흘 정도 일찍 띄우게 되었다. 버들개지는 이미 2월 초순경에 눈을 떴고, 복수초도 꽃을 피웠을 터이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다. 위의 시는 …

얼음 속에 피는 꽃 ‘얼음새꽃’

  ‘복수초’가 전하는 변산 봄소식 입춘을 며칠 앞 둔 요즈음 전국에 눈이 내리고 기습 한파로 대지가 꽁꽁 얼어붙었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곧 봄전령이 전해 올 변산 꽃소식에 마음이 설렌다. 이 엄동설한에 꽃소식이라니…, 복수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25cm 이내로 산지 숲 속 그늘에 자란다. 원줄기에는 털이 없으나 윗부분에는 약간의 털이 있다. 잎은 마주난다. 꽃은 노란색으로 두상화서를 이루고 꽃받침은 흑록색으로 여러 개이며, 꽃잎은 20~30개로 꽃받침 보다 길고 수평으로 퍼진다. 수술은 여러 개이고 열매는 꽃턱에 모여 달려서 전체가 둥글게 …

새가 된 꽃, 박주가리

  날개 달린 씨앗-박주가리 새가 된 꽃, 박주가리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웠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어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 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의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생(生), 어떤 생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

깊어가는 가을, 불타는 ‘붉나무’

    소금 열리는 나무 ‘붉나무’ 만산이 홍엽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어디 단풍나무만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던가. 단풍나무 못지않게 붉고 곱게 온 산을 물들이는 ‘붉나무’도 있다. 그래서 나무 이름도 ‘붉나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어느 지방에선가는 불타듯 붉어 ‘불나무’라 부른다고도 한다. 붉나무(Rhus chinensis)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으로 약 7~8미터 정도 자란다.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개옻나무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붉나무는 잎줄기에 날개가 있고 잎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나 개옻나무는 날개와 톱니가 없다. 그리고 붉나무 꽃은 황백색이지만 개옻나무는 황록색이다. 소금 열리는 …

깊어가는 가을, ‘꽃향유’의 향연

  변산에서 찾은 ‘꽃향유’ 그동안 나름대로 변산을 누비며 들꽃들을 사진기에 담아왔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꽃들이 있다. 변산에는 아예 자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변산에서 내가 찾지 못한 꽃들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기억나는 대로 몇을 꼽자면 얼레지, 꽃향유, 마삭꽃, 처녀치마, 노랑물봉선 등이다. 그런데 꽃향유를 엊그제 찾았다. 꽃향유는 서울근교에서는 흔하게 봐온 꽃이다. 문헌에 전국 전역 뿐 아니라 만주에까지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변산 어딘가에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동안 다 뒤지고 다녀도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았던 …

시궁창에 피는 ‘녹색희망’-고마리

  찬 기운이 들자 며느리밑씻개, 여뀌, 메밀, 고마리 등 언뜻 보아서는 그 꽃이 그 꽃 같은 여뀌 무리에 속하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느라 아우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머지않아 동장군이 밀어닥칠 테니 결실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그 중에서 고마리는 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연못이나 냇가, 길가의 도랑 등 물기가 있는 곳이면 장소 가리지 않고 무성하게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있으나, 윗부분의 것에는 잎자루가 없다. 잎 모양은 가운데가 잘록하고 잎 끝은 뾰족한 게 로마군 방패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창검 같기도 하다. 잎의 …

사위사랑은 장모-‘사위질빵’ ‘할미질빵’

    ‘시집살이 개집살이‘ “성님 성님 사춘 성님/시집살이 어떻던가/아이고 얘야 말도 마라/시집살이 개집살이/앞밭에다 고추심고 /뒷밭에다 당초 심어/고추 당초 맵다 해도/시집살이 보다 더 매울소냐/나뭇잎이 푸르다 해도/시어머니 보다 더 푸르랴/호랭이가 무섭다 해도 /시아버지 보다 무서우랴/열새 베 무명치매 /눈물 젖어서 다 썩었다” 김형주의 “부안지방 구전민요-민초들의 옛 노래” 중 ‘시집살이 노래’다. 예나 지금이나 고부갈등은 심하다. 위의 시집살이 노래 말 중에 ‘시집살이 개집살이’란 말이 있듯이 이 땅의 며느리들은 사람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어머니의 고약한 성정과 며느리의 설움은 노래로만 전해 내려오는 것이 …

절집 기둥이 싸리나무…?

  작지만 쓰임 다양한 싸리나무 옛날 어떤 이가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금의환향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마을 고갯마루에 이르자 갑자기 말에서 내리더니 숲 속으로 들어가 싸리나무에 넙죽 절을 하더라는 것이다. 까닭인즉 싸리나무 회초리가 아니었다면 어찌 오늘의 영광이 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싸리나무의 쓰임이 어찌 서당훈장님의 회초리뿐이었겠는가? 광주리, 채반, 삼태기, 바작, 병아리 가두어 기르는 둥우리, 빗자루 등 각종 생활도구에서부터 초가의 울타리로, 어살의 울타리로…(지금은 어살에 그물을 두르지만 나일론 그물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대나무나 싸리나무를 엮어 둘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싸리나무는 단단한데다 곧게 자라기 때문에 화살대로, 또 나무속에 습기가 …

산 산에 요강 엎어지는 소리

  빨갛게 불타는 산딸기 옛날에 한 부부가 대를 이을 자식이 없다가 늙으막에 아들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병약해서 좋다고 하는 약은 모두 구해 먹여도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스님이 병약한 아들에게 산딸기를 먹여보라고 권했다. 부부는 열심히 산딸기를 따다 먹였더니 놀랍게도 아들은 병도 없어지고 몸도 튼튼해졌다. 그 아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정력이 좋았던지 오줌발이 너무 세서 요강이 엎어지고 말았다. 바로 산딸기가 양기를 강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산딸기의 이름이 ‘산딸기가 요강을 엎었다’고 해서 ‘엎칠 복(覆)’자, ‘항아리 분(盆)’자를 써서 ‘복분자(覆盆子)’라고 …

열매가 산딸기 닮아 얻은 이름 ‘산딸나무’

    초록바다에 뜬 하얀 별…? 여름으로 접어든 요즈음, 벌써 짙어진 녹음 사이사이에 활짝 핀 산딸나무 꽃이 싱그럽다. 언뜻 보면 바람개비 같기도 하고, 하얀 종이에 쓴 편지를 곱게 접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초록바다에 뜬 하얀 별 같기도 하다. 다른 꽃들은 대부분 꽃잎이 5장 달리는데 산딸나무는 4장 달려 있다. 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꽃잎처럼 생긴 흰색 포가 꽃차례 바로 밑에 십(十)자 형태로 달려 꽃차례 전체가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어쨌든 이 꽃잎은 처음에는 연초록으로 피어 완전히 피면 새하얗게 변하고, 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