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된 꽃, 박주가리

 


날개 달린 씨앗-박주가리

새가 된 꽃, 박주가리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웠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어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 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의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생(生),
어떤 생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몇 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 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고진하



▲박주가리 열매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저마다의 독특한 방법으로 씨를 퍼트린다. 현철의 노래 가사처럼 “만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선화는 씨앗주머니를 톡 터트려서 씨를 최대한 멀리 보낸다. 그런가하면 도깨비바늘, 도꼬마리 등은 들짐승의 몸에 달라붙게 하여 옮기고 씀바귀, 방가지똥, 억새, 개쑥갓, 민들레, 사위질빵, 박주가리 등은 씨앗에 솜털 같은 가벼운 날개를 달아 바람에 날려 보낸다.

이 중에서, 열매껍질을 열어젖히고 하나 둘 솜털을 펼치며 바람에 날리는 박주가리는 위의 고진하 님의 시 <새가 된 꽃, 박주가리>에서처럼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꿈의 씨앗’, 바로 그것이다. 어릴 적 이맘 때…, 텅 빈 들, 앙상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박주가리를 따서 훅 불면 씨앗은 하늘 가득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날아간다.

▲박주가리 꽃

하수오와 비슷하게 생긴 박주가리는 용담목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분포한다. 잎이나 덩굴을 자르면 젖 같은 즙이 나오는데. 상추나, 민들레, 씀바귀와는 달리 박주가리의 흰 즙에는 동물의 심장을 마비시키고 구토를 일으키는 독성분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꽃은 7, 8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넓은 종 모양으로 5개로 깊게 갈라지고 안쪽에 털이 빽빽이 나 있다.

열매는 10㎝ 정도의 길쭉한 표주박 같이 생겼으며 열매 껍질에는 오톨도톨 돌기가 나 있다. 열매는 약용하는데 강장·강정·해독·통유(通乳)의 효능이 있어서 신체허약·결핵성질환·대하·유즙불통·옹종(癰腫) 및 독사나 벌레에 물린 데에 치료제로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씨앗에 달린 솜털은 예전에는 솜대용으로…, 또, 도장밥을 만드는 데 쓰기도 했다고 한다.


/허철희(200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