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내변산 치맛자락을 들춰봅니다”

 

부안에서 보내는 봄 편지

흙이 부드러워져 농부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부안땅 여기 저기 파릇한 보리가
동진강가 나문재 일으키는 바람처럼 싱그럽습니다.
수성당 동백이 햇살을 덥힙니다.
햇살보다 마음이 먼저 길 따라 나섰습니다.
해창 앞바다 봄바람이 내변산 치맛자락을 들춰봅니다.
속살 부끄러이 의상봉 진달래가 수줍어 얼굴 붉힙니다.

들은 산에게 산은 바다에게
바다는 다시 들에게
들은 사람들에게 그리운 편지를 씁니다.

/이용범

▲2월 22일 촬영, 변산바람꽃ⓒ부안21

이상난동으로 변산 봄소식을 다른 해보다 열흘 정도 일찍 띄우게 되었다. 버들개지는 이미 2월 초순경에 눈을 떴고, 복수초도 꽃을 피웠을 터이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다. 위의 시는 백산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용범 님의 시이다.

22일, 혹시나 하고 변산의 양지쪽 산기슭을 더듬어 봤다. 그곳엔 벌써 변산바람꽃이 함빡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변산바람꽃 주변에는 노루귀가 언 땅을 뚫고 꽃을 서로 피우느라 아우성치고 있었다. 이 사이트에서 변산바람꽃을 소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지만…, 다시 정리해 올려본다.

부안사람들에게는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부터가 반갑다. 변산에서 발견되어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처음 보고 되었는데, 변산에서만 자생하는 줄 알았던 이 꽃은 알고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자생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부안사람들에게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이 귀여운 꽃이 변산에서는 복수초와 함께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한다. 그래서 더욱 귀엽다. 3월 초면 양지쪽의 변산바람꽃은 벌써 피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한 열흘 일찍 꽃을 피운 것이다. 변산 북쪽의 응달진 곳에서는 3월 10일경부터 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변산바람꽃과의 만남은 아주 짧다. 변산바람꽃은 엄동설한 언 땅 속에서 싹을 틔운다. 실낱 같이 가는 줄기는 훈짐을 내며 10~15쎈티미터의 땅속을 뻗어 올라와 3월 초에 꽃을 피우고는 금새(5일 정도) 다 져버리기 때문이다. 변산바람꽃의 강인하고도 환희에 찬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변산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절분초라고도 부른다. 제주도 및 남부, 중부 지방의 산지 또는 해안 산지에 자생한다. 제주도의 올해 변산바람꽃 소식은 2월 초에 이미 전해졌다.

▲버들개지는 2월 초순경에 눈을 떴다. 사진 촬영일은 2월 17일ⓒ부안21
▲노루귀, 촬영일 2월22일ⓒ부안21
▲동백꽃과 개불알풀, 촬영일 2월 22일ⓒ부안21

/허철희(200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