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개집살이‘
“성님 성님 사춘 성님/시집살이 어떻던가/아이고 얘야 말도 마라/시집살이 개집살이/앞밭에다 고추심고 /뒷밭에다 당초 심어/고추 당초 맵다 해도/시집살이 보다 더 매울소냐/나뭇잎이 푸르다 해도/시어머니 보다 더 푸르랴/호랭이가 무섭다 해도 /시아버지 보다 무서우랴/열새 베 무명치매 /눈물 젖어서 다 썩었다”
김형주의 “부안지방 구전민요-민초들의 옛 노래” 중 ‘시집살이 노래’다. 예나 지금이나 고부갈등은 심하다. 위의 시집살이 노래 말 중에 ‘시집살이 개집살이’란 말이 있듯이 이 땅의 며느리들은 사람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어머니의 고약한 성정과 며느리의 설움은 노래로만 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꽃말 속에도 묻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등의 꽃말이 그것인데, 이 중에서 꽃이름 치고는 고약한 ‘며느리밑씻개’를 소개하자면…
“시어머니가 밭을 매다가 일(大)을 보게 되었다. 남이 볼세라 두리번거리며 일을 치르던 시어머니…, 볼일을 본 후 손을 뒤로 뻗어 풀을 한웅큼 잡아 뜯어 밑을 닦았다. 그런데 “아! 따거라!” 그도 그럴 것이다. 환삼덩굴은 여기에 비하면 보드라운 편…, 줄기에 잔가시가 잔뜩 나 있는 풀로 밑을 닦았던 것이다. 그때 시어머니는 이렇게 궁시렁거린다. “에잇, 며느리 년한테나 걸려들 일이지…”. 이러한 연유로 해서 얻은 이름이 바로 “며느리밑씻개”이다.“
그 시어머니도 분명히 며느리시절이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도 고부갈등은 답습되어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는 미움의 대상을 넘어 원수다. 어쩌면 그런 시어머니들은 오이디푸스콤프렉스나 일렉트라콤프렉스와 같은 복잡 미묘한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테면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미움은 며느리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을 빼앗겼다는 질투심에서 비롯되고, 반면에 자기 남자(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던 딸을 데려간 사위는 이쁠 수가 있다. ‘사위사랑은 장모’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위사랑은 장모’
며느리는 그리도 미워하는 시어머니가 사위에게는 씨암탉도 잡아 줄 정도로 사위사랑이 극진하다. 지금 세상에도 사위사랑은 역시 장모다. 가시가 잔뜩 나 있는 풀을 보며 “이 풀로 며느리년이 밑을 닦으면…, 고소해 할 시어머니는 사위가 등짐 일을 힘 덜 들이고 할 수 있도록 툭툭 잘 끊어지는 풀로 멜빵을 해준다.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 들녘(평야)에서는 추수 때 사위가 처가에 가서 가을걷이를 돕는 풍속이 있었다. 들의 나락을 집으로 들여야 하는데, 이럴 때면 부잣집일수록 마을 장정들이 다 동원되었다. 이때 장모의 사위사랑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귀한 사위가 와서 힘든 일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 장모는 사위가 다른 사람들보다 힘을 덜 들이고 등짐 일을 할 수 있도록 툭툭 잘 끊어지는 약하디 약한 덩굴로 지게 멜빵을 달아 주었다. 그럴 게 아닌가. 짐을 많이 지면 멜빵이 끊어질 터이니, 멜빵이 끊어지게 하지 않으려면 자연 짐을 가볍게 져야 할 것이다. 그 후로 이 덩굴식물은 “사위질빵”이라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쯤으로 좋았을 것을…, 사위에게는 툭툭 잘 끊어지는 덩굴로 지게 멜빵을 달아 준 장모…, 항상 자기를 들볶아대는 시어머니에게는 잘 끊어지지 않는 질긴 덩굴로 멜빵을 만들어 골탕을 먹였다. 그 후로 이 덩굴은 “할미질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허철희(글쓴날 200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