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꽃향유’의 향연

 

ⓒ부안21


변산에서 찾은 ‘꽃향유’

그동안 나름대로 변산을 누비며 들꽃들을 사진기에 담아왔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꽃들이 있다. 변산에는 아예 자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변산에서 내가 찾지 못한 꽃들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기억나는 대로 몇을 꼽자면 얼레지, 꽃향유, 마삭꽃, 처녀치마, 노랑물봉선 등이다.

그런데 꽃향유를 엊그제 찾았다. 꽃향유는 서울근교에서는 흔하게 봐온 꽃이다. 문헌에 전국 전역 뿐 아니라 만주에까지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변산 어딘가에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동안 다 뒤지고 다녀도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았던 것을 엊그제 반갑게 만난 것이다.

꽃향유는 격포의 인적이 뜸한 산자락, 볕도 옹색한 곳에 무리지어 만개해 있었다. 석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뭄에, 그것도 물 한 방울 스며있을 것 같지 않은 바위틈에서 꽃을 피우고, 다른 꽃들과 차별되게 강한 향기를 발하며 수많은 풀벌레들을 불러들여 향연을 베풀고 있었다.

꽃향유는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들깨와 한 무리에 속하고 언뜻 보기에는 배초향과 닮았다. 그러나 배초향은 1미터 이상까지 자라는데 꽃향유는 어른 무릎 높이 정도로 자란다. 꽃은 배초향이 지고 난 9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10월 중순까지 핀다.

꽃 색깔은 배초향과 같은 보라색이나 한 방향으로 피는 꽃뭉치 모습이 칫솔을 닮았다. 마주 나는 잎도 길고 둥근 달걀꼴 또는 간 타원형으로 배초향이나 들깨잎을 닮았는데 배초향은 들깨잎보다 작은 편이고, 꽃향유는 배초향보다 작다.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기름이 난다고 하여 꽃향유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꽃 뿐 만이 아니라 잎 뒤에도 향기를 내는 점이 있어 짙은 향을 낸다. 그리고 전초(全草)에 정유(精油)가 함유되어 있다. 특히 꽃향유 씨에는 지방유(脂肪油)가 38%나 함유되어 있어 향료로 이용한다. 이렇듯 향이 좋고, 짙다보니 유난히 벌, 나비를 많이 불러들이는 밀원식물기도 하다.

이 외에도 꽃향유의 쓰임은 다양하다. 여름에 끓여서 차로 마시면 熱病(열병)을 없애고, 입에서 냄새가 날 때 즙을 짜서 양치질을 해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또 한방에서는 두통, 발열, 구토, 수종, 기침 등에 약으로 쓴다고 한다.

이렇듯 쓰임이 많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꽃향유를 대체 경제작물로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11월경에 채종해 곧바로 파종하거나, 씨를 잘 말려 이듬해 봄에 파종해도 발아가 잘 된다고 한다. 특별한 관리는 필요하지 않지만 물빠짐이 좋은 사질토양에서 재배하는 것이 좋고, 양지성 식물이나 반그늘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허철희(200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