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굴비(靜州屈非)’

  이자겸과 굴비(屈非) 고삿상에 북어가 필수라면 제사상에는 조기가 필수다. 그런데 서해에 그 많던 조기 씨가 말라 구경하기가 좀처럼 어렵다. 그러기에 조기는 금값이 되어 서민들은 명절 때 외에는 조기 맛보기가 어려워졌다. 거기에 더하여 가짜에 수입납조기에 불량상혼이 판을 쳐 우리네 밥상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제는 조기가 제사를 받아야 할 판이다. 조기를 중국에서는 석두어라고 하며, 우리나라 “동국여지승람”에는 석수어(石首魚)라 기록되어 있고 진공편에는 굴비라고 기록되어 있다. 굴비(屈非)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고려 11대 문종으로부터 17대 인종까지의 80여 년간 경원 이씨는 누대의 외척으로 세력을 …

그 많던 황금조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사진1~2/영광굴비, 조기어장의 중심지인 위도는 한 때 영광군에 속했었다. 사진3/곰소만, 해마다 살구꽃이 필 무렵부터 조기떼가 몰려 들었다. 사진4/곰소염전, 칠산바다 갯벌 한 자락을 막아서는 소금을 구웠다. 이렇게 생산된 소금은 젓갈과 염장가공기술을 발달시켰다. 사진5/칠산어장의 중심 어장인 위도 파장금항, 조기떼가 몰려오던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조기철엔 ‘파시’가 들어섰다. 사진6/위도띠뱃굿. 한 해 동안의 묵은 재액을 싣고, 풍어의 꿈을 싣고 떠나가고 있다.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조기류에는 황조기(참조기)를 비롯하여 그 사촌격인 백조기, 부세, 반어, 황세기, 강다리 등이 있다. 몸의 길이는 큰 것이 25∼30cm 정도, 그러나 이렇게 큰 …

갯벌의 만능 엔터테이너 말뚝망둥어

    갯벌을 기는가 하면 뛰고, 말뚝이나 바위 위를 오르고, 물 위를 헤엄치고, 잠수하는가 하면 물위를 뛰어다는 놈이 있다. 바로 말뚝망둥어다. 말뚝망둥어는 짱뚱어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으나 짱뚱어보다는 작고, 먹이도 짱뚱어는 진흙 위에 있는 돌말을 가늘고 날카로운 이로 갉아 먹는 대신, 말뚝망둥어는 새우나 갯지렁이, 작은 게 등 동물을 먹는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분포도 짱뚱어보다 넓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아프리카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다. 몸길이는 10cm 정도, 짙은 회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눈이 많이 튀어나와 있는데 좌우가 따로따로 잘 움직이며, 하늘과 물 속을 …

화로불에 구워먹던 보디조개

  화로불에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먹었다면 모를까, 조개를 구워 먹었다면 의아해들 할 것이다. 그러나 의아해 할 게 없다. 원래 조개류는 구워 먹어야 제맛이다. 양념을 할 필요도 없고, 간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아궁이 불이나 화로불에 조개의 꼭지부분을 넘어지지 않게 잘 꽂아두고 한참 있으면 ‘피이~’ 소리를 내며 조가비가 쫙 벌어지는데, 이때 화로불에 떨어지는 조가비 속의 국물로 인해 살은 온통 재를 뒤집어쓰기 마련이다. 은박지가 흔한 요즈음이야 은박지에 싸서 구우면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재 닦아내며 먹는 이 조개 맛은 일품이다. 이런 구이용 조개는 뭣보다도 …

계화도갯벌의 대물 ‘우줄기’

      작년 가을에 계화도갯벌의 대물을 소개한 적이 있다. 문헌자료를 찾지 못한데다 이 대물에 대해 아는 이가 없어 ‘계화도갯벌의 대물’이라고만 소개했었는데, 사이버상에서 이를 본 갯벌전문가인 백용해 선생이 이 대물의 실물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해 엊그제 18일, 새만금 다큐 제작팀(엠비씨 장덕수 피디), 월간 우리바다 윤성도 기자와 함께 계화도갯벌에 다녀왔다. 18일은 물이 많이 쓰는 9물이어서인지 양지포구 갯골 바닥이 다 드러나 보트를 돌려 나갈 때 애를 먹었다. 그 넓던 동진강 하구도 실개천처럼 가늘게 느껴졌다. 평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조간대 하부 깊숙한 …

키처럼 생겨서 ‘키조개’

  키조개(Atrina pectinata, 키조개과) 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나는 조개류 중에서는 가장 크다. 큰 놈의 경우 30센티미터 이상까지도 자란다. 조가비의 빛깔은 회록갈색 또는 암황록색으로. 모양은 꼭지(각정, 殼頂)가 매우 좁고 아래로 점점 넓어진 삼각형이어서 마치 곡식을 까부르는 키를 닮았다. ‘키조개’라는 이름도 키처럼 생겨서 얻어진 이름이다. 부안이나 김제, 고창 지역에서는 ‘치조개’라고 부른다. 조가비는 얇고 겉면에 성장맥과 방사륵이 있다. 자웅이체의 난생으로 산란기는 7~8월이며, 발생하여 15~20일 동안은 부유생활을 하다가 곧 족사(足絲)를 내어 부착생활에 들어간다. 부착기간 1~2개월이 지나면 조간대에서 수심 300m까지의 진흙에 뾰족한 꼭지 부분을 박고 …

눈꿍의 숭어회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몰러…

  가을부터 이듬 해 봄까지 변산반도 연안에는 숭어떼가 몰려온다. 언젠가 바닷가 절벽 위에서 새까맣게 몰려있는 숭어 떼를 본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이야기를 계화도 사는 한 친구에게 했더니 ‘잡지 그랬어요?’ 하는 것이었다. 맨 손으로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숭어란 놈이 얼마나 의심이 많고 민첩한 놈인데…, 정약전은 그의 자산어보에서 숭어를 이렇게 기록하였다. ‘큰 놈은 길이가 5~6자 정도이며 몸이 둥글고 까맣다. 눈은 작고 노라며, 머리는 편편하고 배는 희다. 성질은 의심이 많고 화를 피하는 데에 민첩할 뿐 아니라 잘 헤엄치며 잘 뛴다. 사람의 …

계화도 ‘백합’의 운명

  백합은 하구역의 고운 모래펄갯벌에서 잘 자란다. 그러기에 전국 유일의 강다운 강인 만경, 동진강 하구역인 김제의 거전갯벌과 부안의 계화도갯벌에만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강을 똥구멍 틀어막듯이 막기 시작하자 이 지역의 백합들은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33킬로의 방조제 중 4.5킬로 정도만 남겨놓은 지금 백합은 멸문지화 직전에 놓여 있다. 작년(2002년), 계화도 주민들은 그래도 손을 놓을 수 없어 걧벌에 나가 ‘그리질’을 해보지만 매번 뱃삯도 못 건진 채 빈구럭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금은 아예 갯벌에 나가지 않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자 백합의 고장인 부안시장에서도 …

복쟁이국은 복숭아꽃이 지기 전에 먹어야…

    부안사람들이 ‘복쟁이’라고 부르는 복어는 볼록한 배, 맹렬한 독으로 상징된다. 허지만 복어만큼 맛 좋은 생선이 또 있을까? 육질이 쫄깃하고 지방이 적기 때문에 맛이 담백할 뿐 아니라, 비타민B가 풍부하여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또 미나리를 듬뿍 넣고 끓인 국은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에 숙취에 아주 그만이다. 그러나 복어가 가지고 있는 “테트로드톡신”이라는 독은 맹렬해서 복어 무리 이외의 모든 동물이 죽을 정도의 무서운 독이다. 그러기에 예전에는 복어를 잘 먹지 않았다. 그물에 걸려든 복어들은 처치곤란으로 모조리 갯바닥에 버려졌다. 그 무렵에는 ‘누구네가 복쟁이국 잘못 먹고 …

비안도 크네기 갈치 배때기 맛 못 잊어…

    자라면서 제일 많이 먹었던 생선을 꼽는다면 아마도 갈치일 것이다. 보리고개 넘던 시절에 갈치를 많이 먹고 자랐다면 꽤나 잘사는 집안으로 오해할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갯가 마을에서 자란 덕이다. 내가 자란 변산의 마포 해안에는 드넓은 갯벌이 건강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 곳에는 어살이 두 곳에나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바로 그 어살이었다. 우리들은 갯가에서 공도 차고 망둥이 낚시도 하며 놀다가 물때가 되면 어살로 달려갔다. 물때에 맞춰 어살에 걸린 고기들을 다 잡아 올리려면 바쁘기 마련으로 우리가 좀 거들어 줄랴치면 어살 주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