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풍어를 기원하며, 원당제-용왕제-띠뱃놀이 속으로

위도면 대리마을의 정월초사흗날 풍경 “돌아보건대, 무릇 대저항리(대리의 옛이름)의 원당은 큰 바다의 험준한 봉우리 위에 위치하여 신령스럽고 기이한 기운이 특별히 이곳으로 모여들어,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숭배합니다. 당신(堂神)이 신령하여 O…O 기도가 있으면 반드시 응답하니, 팔도 연로(沿路)에 있는 큰 O…O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O…O, 모두들 그(堂神)의 그윽한 가호를 받아 재물이 크게 번성하였습니다. 향과 예물을 올려 축원하기를 누가 정성껏 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원당을 세운 지가 이미 오래되어 비바람이 새고 스며들어 보수하여 고치는 것이 시급한데, 재력이 넉넉하지 못하여 마음 속의 경영한 바를 괴롭게도 (실현할) 좋은 방도가 …

는들바위 전설을 잃어버리다-하서면 백련리 월포 원뜸마을

  하서면 백련리의 월포(月浦) 마을에는 는들바위에 얽힌 설화가 하나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이 바위는 월포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한 2km쯤 되는 갯벌 위에 솟아 있습니다. 바위가 상당히 큰 편인데도 축척이 1:5,000인 제법 상세한 지형도에는 표현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을 해변가로 가서 군산 쪽 방향으로 바라다보면 눈들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여느 바닷가의 바위들과 다를 바 없으나 바위에 특별히 이름이 붙여진 사연은 무엇일까요? 월포마을은 잿등, 세가호뜸, 원뜸 등과 같이 몇 개의 뜸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내가 찾아간 곳은 10여 가호가 있는 원뜸입니다. 변산가는 …

옹삭하게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풍물소리 사람소리-변산면 풍물패 천둥소리의 ‘불우이웃 돕기’

1월 31일 오후, 변산면 풍물패 ‘천둥소리’의 오병윤 단장 등 일행 4명은 변산면 일대의 ‘불우이웃’ 주민들을 직접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오 단장의 말마따나 “살기가 가장 옹삭한 분들”을 찾아 직접 ‘실사’를 하여 불우이웃 명단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체크하여 설 전에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불우이웃을 선정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먼저 변산면 전체에 걸쳐 마을의 이장이나 부녀회장을 통해 추천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추천이 주관적일 수도 있으니 마을회관에 찾아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검증을 받습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동네 사람들이 마을 회관에 다 모여서 노니 여러 …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건선면 면소재지의 오늘-줄포면 원난산 마을

  12월 21일 오전 11시 40분. 줄포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원난산 가는 버스를 타고 출발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원난산 마을은 인접한 목상·목중·남월·목하 마을과 함께 줄포면의 난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각자 소유한 차량들이 주 교통편이지만 아주머니들이나 노인네분들은 시내버스에 의존하여 줄포 시내를 왕래합니다. 출발시각이 훨씬 넘어서고 있는데도 운전기사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손님은노인네분들 몇몇입니다. 한 아주머니가 종이가방 짐을 들고 허겁지겁 차에 올라탑니다. “휴~, 차 떨낄 뻔 했네. 부안에서 약 지어가지고 11시 15분 차를 탔는디, 이 차를 탈 수 있을라나 걱정을 많이 혔네. 이 차 놓치면 1시차를 탈라고 혔는디, …

“친환경적으로 행복하게 살자” – 변산면 마포·산기 마을

    꿈을 이루는 마포리 마을 만들기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만들기’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농어촌마을의 지속적인 해체과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정점에 있는 오늘날에는 마을이 텅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해오던 전통적인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대부분 더 이상 볼 수가 없는 현실이고, 없는 일손에 각자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의 그림자들만 남아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여전히 마을들마다 백중 때나 정월에 마을잔치를 하거나 친목모임을 꾸려나가거나 마을회관에 모여앉아 놀이와 담소를 이어가고는 있습니다만, 해체되고 있는 마을의 ‘재구성’을 …

근대사회가 저지른 ‘인재’의 장소, 그 오늘날

    잃어버린 옛 우반동 경관 물은 반계로 이어져 절정을 이루고(水接磻溪勝) 산은 우반 골짜기에 깊이 숨어 있도다(山藏愚谷深) 시냇가에 핀 꽃은 지나가는 객의 발길을 사로잡고(磵花迷客路) 숲속에서 들려오는 퉁소 소리는 마음을 시원하게 하네(林籟爽人心) 조선 인조 때 김세렴(金世濂, 1593~1646)이 지은 시입니다. 우반 골짜기라 함은 당시 보안현의 우반동(지금의 보안면 우동리)에 있는 골짜기를 말합니다. 옛날에는 이쪽 사람들이 산속에서 퉁소를 즐겨 불었나 봅니다. 진서면의 산속마을인 대소도 퉁소와 관련이 있으니 말입니다. 각설하고, 조선시대의 시인이나 묵객(墨客)들이 우반동의 경치를 보고 감탄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흥에 …

“쪄 말려 떡해먹으믄 맛나”

홀태질하는 할머니 #1. 11월1일 오후. 내소사 가는 길, 진서면 원암마을에서 마주친 한 풍경입니다. 올해 여든일곱의 장판례 할머니. 그이는 집 앞의 시퍼런 콩밭에 주저앉아 낫으로 베어가며 콩대에서 콩을 하나하나 따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여, 콩대 하나에 한두개 정도밖에 열리지 않은지라 이잡듯 콩대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아주 굼뜨고, 까칠하게 쇤 손가락들 사이로 퇴색한 가을빛을 덧칠하며 말입니다. “9월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통 안열렸어요. 이런 일도 처음인거 같아요. 밥에나 얹어먹을까 허고 한두개씩 달린 거 따보는고만요.” 콩대를 베어내는 일도 힘에 부치는지 콩대가 쉬 베어지지 않습니다. …

와우형국의 마을 산세는 황금벌판의 꿈으로 사라지고

  계화면 조포마을 계화면 창북리에서 계화리 쪽으로 조금 가다 우회전하여 줄곧 달리다보면 비교적 큰 마을이 나옵니다. 주변 일대가 워낙 넓은 간척지 논이다보니 마치 육지 속의 섬 같습니다. 이 마을은 필시 오래 전에는 섬이었을겁니다. 줄무늬잎마름병이 휩쓸고 간 아픈 농지에도 가을은 왔는지라 누렇게 영근 황금벌판의 농부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락 수확을 이미 마친 농가는 보리 심는 ‘전쟁’으로 한창입니다. 비 오기 전에 보리를 심어야 하므로 논바닥에 깔린 짚더미를 빨리 치워달라 서로들 아우성입니다. 동북으로는 동진강이 바다와 만나고 있고 서로는 계화도가 보이며 남으로는 부안읍내로 향하는 …

‘왕등도공화국’으로 독립허고 싶당게

    위도면 왕등도 마을 우리가 왕등도를 찾은 날은 안개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여객선으로 위도의 파장금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곧바로 미리 예약한 어선으로 갈아탔습니다. 왕등도에 들어가는 배가 일주일에 두 대 밖에 없고 섬 주변도 둘러보며 낚시도 할 겸 해서 어선을 빌렸습니다. 제법 빠르게 달렸는데도 파장금항에서 출발한지 40분 정도 지나서야 왕등도가 보이기 시작했고, 여전히 안개는 뿌연하게 섬들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중종 18년 계미년(1523)에 충청도 관찰사 윤희인이 장계(狀啓: 임금에게 글로써 보고함)하기를 “6월 27일 서천포 만호(舒川浦萬戶) 권한(權暵) 등이 왜선과 직도(稷島)에서 만나 …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

    반핵전사 고 최경임 님 추모 3주기를 보내며 시인 신석정은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1930년대의 시인지라 오래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부안읍 서외리에 사는 이상공 씨 이야기입니다. 그는 딱 3년 전의 9월4일에 잃은 아내 최경임 씨를 추모하는 촛불을 그 날 이후 밤마다 켜 왔습니다. 모두가 ‘그때 그 일’을 잊어버린 채 일상생활로 돌아가 있지만 ‘사랑하는 임’이기에 그는 오늘도 애닳게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밤마다 켜는 촛불은 ‘사랑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