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설화]거석리와 여장사-“여장사가 돌을 들어다 놓았다 하여 ‘들독거리'”

  내변산 청림 삼거리에서 바디재 쪽으로 가다보면 노적마을 지나 마을이 하나 더 나오는데 이 마을이 바로 상서면 청림리 ‘거석’마을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 마을은 돌과 관계가 있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바디재 중턱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하고도 우람한 남근처럼 생긴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부안의 모 향토사학자는 “바디재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거석(巨石, 일명 남근석이라고도 일부 주민은 부르고 있음)이 우뚝 서 있다.”고 그의 변산여행안내 책자에 소개했는데, 그 바위가 정말 세계에서 제일 큰 거석인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어느 지역에나 남근바위가 있어 소개가 많이 됐는데, 거석 …

봄숲에서 느끼는 순백純白의 미-꿩의바람꽃

  변산에 변산바람꽃이 질 무렵이면 꿩의바람꽃이 핀다. 꽃 중에는 하얀꽃이 많지만 꿩의바람꽃처럼 순백미純白美를 자아내는 꽃은 드물다. 꽃잎은 물론 수술까지도 온통 하얗다. 바람꽃에는 유명한 전설이 있다. 그리스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은 미소년 아도니스가 질투에 눈이 먼 페르세포네 여왕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아도니스의 선혈 위에 꽃이 피어났는데 그 이름이 ‘아네모네(Anemone)’라고 한다. ‘아네모네’는 그리스말로 ‘바람’을 뜻하는 ‘아네모스(anemos)’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람꽃은 ‘사랑의 괴로움’ ‘’덧없는 사랑’이라는 슬픈 꽃말을 가지고 있다. 바람꽃은 북방계식물로서 북반구에 약 90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

‘정주굴비(靜州屈非)’

  이자겸과 굴비(屈非) 고삿상에 북어가 필수라면 제사상에는 조기가 필수다. 그런데 서해에 그 많던 조기 씨가 말라 구경하기가 좀처럼 어렵다. 그러기에 조기는 금값이 되어 서민들은 명절 때 외에는 조기 맛보기가 어려워졌다. 거기에 더하여 가짜에 수입납조기에 불량상혼이 판을 쳐 우리네 밥상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제는 조기가 제사를 받아야 할 판이다. 조기를 중국에서는 석두어라고 하며, 우리나라 “동국여지승람”에는 석수어(石首魚)라 기록되어 있고 진공편에는 굴비라고 기록되어 있다. 굴비(屈非)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고려 11대 문종으로부터 17대 인종까지의 80여 년간 경원 이씨는 누대의 외척으로 세력을 …

“가택의 신들이 편안해야 집안이 잘 돼…”

  김형주의 부안이야기-집지킴이 신을 섬기는 민간신앙<1> 가옥신과 조상신 이야기 우리가 가족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집안에는 여러 가지 신들이 함께 살고 있다고 믿었다. 집안의 요처마다에 깃들어 있는 신들을 통틀어서 우리는 가택신(家宅神), 또는 가신(家神)이라고 말하는데 이와 같은 가택신을 받들어 모시는 민간신앙(民間信仰)은 우리 겨레의 특유한 민속문화의 한 형태로 우리 부안지방에도 어김없이 있어 왔으며 지금도 성주신(成主神)이나 삼신, 조왕신을 받드는 토속적인 신앙행위는 부녀자들에 의하여 상당히 뿌리 깊게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울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가택신앙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서 볼 수 …

변산의 봄전령 삼총사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가 피었어요”

  입춘 지나서도 계속 한파가 몰아닥쳐 대지를 꽁꽁 얼려놓는다. 그런 이유로 일기예보에서도 올 봄 꽃소식은 다른 해보다 한 열흘 늦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변산 어디 쯤에 복수초가 얼굴을 내밀고 있지나 않을까. 궁금해 견딜 수 없다. 마음은 당장 산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정월대보름 행사들이 겹쳐 있어 그럴 수도 없고… 보름을 지내자마자(22일) 산으로 달려갔다. 줄포만을 낀 변산의 양지쪽 기슭, 그곳엔 벌써 복수초가 만개해 있었다. 노루귀도…, 노루귀가 피었다면 변산바람꽃도 피었을 텐데…, 그런 예감은 적중했다. 23일 달려가 본 그곳에는 변산바람꽃이 벌써 피어 그날 갑자기 불어 …

[부안의 설화] 벽송대사와 그의 어머니-호남의 명당 ‘無子孫香火千年之地’를 찾아서

  부안에는 벽송대사에 관한 두 편의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나는 ‘환의고개’, 또 하나는 ‘無子孫香火千年之地’ 설화이다. 환의(換衣)고개 일명 지응대사(紙鷹大師)라고도 불리는 벽송은 출가하여 내소사에서 청련암 가는 중간쯤에 벽송암(碧松庵)을 짓고 수도에 정진하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출가해 버리자 어머니는 벽송에게 귀가할 것을 권하지만 이미 불도에 깊이 귀의한 벽송의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작별하면서 한 가지 굳은 약속을 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초하루와 보름, 오늘 작별하는 이 고개에서 만나기로… 아무리 어머니이지만 수도승이 지켜야하는 淸戒의 영역 안에는 부녀자가 들어갈 수 없으므로 …

[부안의 설화]뉘역메와 거적골-“산 모양이 도롱이로 둘러 놓은 노적가리 같다”

  주산면사무소가 있는 종산(鐘山)으로부터 서북쪽으로 1km쯤 가면 뉘역메라는 마을이 있다. 마을 뒤의 산 모양이 마치 도롱이로 둘러 놓은 노적가리 같다 하여 뉘역메, 혹은 도롱이 산(蓑山)이라 했는데 지금은 쉽게 사산(士山)으로 쓰고 있다. 이 사산에는 백제시대의 고성으로 추정되는 테머리형의 토성터가 남아 있는데 이 성과 개암사 뒷산에 있는 주류성에서 백제부흥군과 나당연합군과의 싸움을 한 성터로 추정되고 있다. 사산 옆에 정소산(定蘇山)이라는 얕으막한 야산이 있는데 그때 당시 소정방과 김유신 장군이 이곳에서 만나 승전을 즐기며 놀았다고 전하기도 한다. 옛날에 이 뉘역메 마을 앞에 강이 가로질러 흘렀으며 마을에는 …

[부안의 설화] 동진나루 이야기-“야 이놈아! 나도 멀쩡한 부안김가다”

  지금의 동진대교가 있기 전에는 그 자리에 나루가 있어 배로 강을 건너야만 했다. 이 나루가 바로 부안 대표적 나루로 이 나룻터에는 뱃사공이 나룻배와 더불어 연중 대기하고 있다가 길손들을 건네주는 일을 해왔다. 그들은 세습하여 뱃사공 노릇을 하였는데 정기적, 항시적으로 이용하는 주민들이 거두어 주는 뱃새경과 외지인들에게서 받는 선임(船賃)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뱃새경은 이용하는 횟수에 관계없이 근처 주민들은 한 가구당 1년에 보리 1말, 또는 5되씩 2회에 걸쳐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특례가 있어 지방의 관원이나 양반에게는 뱃새경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관원이나 양반들을 일일이 다 …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동백꽃

  엄동설한…, 동지섣달에 꽃을 볼 수 있다니…,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동백꽃 이야기다. 다른 나무들은 활동을 멈추고 겨울나기에 여염이 없는데 동백은 눈 속에서 붉디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차나무과의 상록활엽교목인 동백나무는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주로 자생하나 해안을 타고 동쪽으로는 울릉도까지, 서쪽으로는 고창 선운사에서 큰 숲을 이루고 변산반도를 거쳐 대청도까지 북상해 분포하는데 변산의 양지쪽 동백들은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겨울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동백冬柏나무를 겨울나무, 또는 한사寒士라고도 한다. 가난한 선비에 비유한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벌, 나비도 없는 한 겨울에 꽃을 피웠는데 어떻게 …

용신이시여! 물을 내려 주옵소서… 개암호반의 용신제(龍神祭)

  마을지킴이 신을 섬기는 민간신앙(11)    지난 1999년 4월 8일 상서면(上西面) 개암동 위금산성(位金山城) 아래 개암호의 만수로 넘치는 수문 앞에서는 길이 6.5m, 폭 2.1m 크기의 거대한 용신기(龍神旗 : 또는 용당기)를 세워놓고 상서농민회원들이 풍년을 기원하는 통수(通水)의 굿판을 벌렸다. 용신기의 깃발에는 한 마리의 청룡이 여의주(如意珠)를 희롱하며 구름을 헤치면서  하늘 높이 오르는 모습을 그렸는데 마치 개암호 짙푸른 용궁으로부터 방금 뛰처나온 것이나 아닌가 하리만큼 생생한 용 그림이였다. 이 그림은 1936년에 부안의 오당(梧堂) 조중태(趙重泰) 화백이 그린 것을 저본(底本)으로 주산면의 박홍규 화백이 그렸다고 한다. 조중태가 그린 이 용신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