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에 퍼지는 蘭향기

  넉넉한 자태를 뽑내고 있는 ‘蘭’ ‘蘭’을 선인들은 사군자 중의 하나로 꼽았다. 3월이면 벌써 꽃대궁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4월이면 연한 황록색의 꽃을 피운다. 맑고 청아한 향기와 함께… 어렸을 적에야 ‘蘭’이 그렇게 귀한 존재일 줄도 모르고 꽃대궁을 한 줌씩 따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3변 이야기 예로부터 변산에는 유명한 것 세 가지가 있다. 변재(邊材), 변청(邊淸), 변란(邊蘭)이 바로 그것으로 삼변(三邊)이라고 한다. [변재]고려·조선시대에 변산은 나라의 귀중한 재목창이었다. 변산에서 나는 재목(소나무)을 변재(邊材)라 하는데, 궁재(宮材)나 선재(船材)로 쓰기 위해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했다. 고려시대에는 문장가 이규보 같은 이가 …

부안의 봄을 막지 마라!

    지난 17, 18일 변산을 찾았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오는 봄을 막지는 못하나 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은 이미 다 졌고 노루귀, 꿩의바람꽃, 현호색, 산수유, 생강나무, 목련, 매화 등이 서로 먼저 피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한 해 부안사람들은 계절을 잊고들 살았다. 뙤약볕에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서 모기에 뜯기며 핵싸움 시작한 것 같은데 언제 나락은 익었는지…, 단풍은 얼마나 곱게 물들었는지…, 가로수의 낙엽이 거리에 딩구는가 했더니 두꺼운 옷으로 몸을 칭칭 감아야만 하는 세한이었고 저들의 야만적인 핵몰이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야만했다. …

낙엽속의 보물 노루귀

  간밤에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안변산으로 들어갔다. 인적이 거의 없는 계곡을 따라 변산바람꽃, 노루귀, 꿩의바람꽃 등이 지천으로 피고 지는 곳을 안다. 변산바람꽃은 이미 져버려 찾아보기 어려웠고 잎이 노루귀를 닮은 노루귀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빽빽히 나있는 솜털은 추위를 이기기 위한 생존전략일까. 그마저 비에 다 젖어있다. <3월 16일 안변산 사자동에서> 백과사전에서 찾은 노루귀 산의 나무 밑에서 자란다. 뿌리줄기가 비스듬히 자라고 마디가 많으며 검은색의 잔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잎은 뿌리에서 뭉쳐나고 긴 잎자루가 있으며 3개로 갈라진다. 갈라진 잎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

‘자운영’이라고 했더니 ‘자우림’이라고 했다던가?

  어느 대학 교수가 학생들과 여행길에서 자운영을 보고 학생들이 무슨 꽃이냐고 묻기에 “자운영”이라고 알려 줬더니, 나중에 자기들끼리는 “자우림”이라고 하더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자우림”은 어느 보컬의 이름이다. 그럴 것이다. 요즈음 신세대들한테 자운영은 좀 낯선 이름일 것이다. 죽을둥 살둥 그 힘겨운 보리고개를 넘던 시절, 온 논에 자운영이 곱게 피는 봄이면, 보리모강지는 아직 뜨물도 차지 않았는데 양식은 떨어지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쑥이며, 자운영순 뜯어다 나물 해 먹고, 독새기 훑어다 푸때죽 쒀 먹으며 연명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흔하던 자운영이 어째서 자취를 …

추억의 뚝새풀

  뚝새풀 학명은 ‘뚝새풀(벼과) Alopecurus aequalis var. amurensis’이지만 부안에서는 ‘독새기’라고 한다. 저지대의 습지나 논 등에서 자라는데, 예전의 봄 들판엔 온통 자운영, 독새기 천지였다. 그런데 하찮아 보이는 이 독새기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요즈음 아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이 독새기를 훑어다 푸때죽 쑤어 먹으며 보리모강지에 뜬물이 잡힐 때까지 연명했었다. 또한, 한방에서는 이 독새기의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를 약재로 쓰는데, 전신 부증을 내리고, 어린아이의 수두와 복통설사에도 효과가 있으며, 종자는 찧어서 뱀에 물린데 바르기도 한다. 歸鄕詩抄 – 신석정 1 …

도롱뇽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도롱뇽 (개구리강 도롱뇽목 도룡뇽과 Hynobius n. nebulosus) 어릴적…, 꽁꽁 얼어붙은 대지가 기지개를 켤 무렵, 마을 어른들이 몸에 좋다며 계곡의 물흐름이 완만한 지역이나, 물웅덩이에 흩어져 있는 도롱뇽 알을 한 입에 털어 넣는 것을 보았다. 그럴 때마다 궁금했던 것은, 도롱뇽은 도데체 어떻게 생겼을까? 도롱뇽 알은 많이 봐 왔어도 정작 도롱뇽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도롱뇽은 유생 때에는 연못이나 물웅덩이에서 지내고, 자라서는 허파가 생겨 육지의 숲 속 습기가 많은 돌 밑이나 낙엽 밑에서 사는데, 주로 밤에만 활동하므로 사람의 눈에 …

복수초는 피었는데 눈은 내리고…

  변산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복수초이다. 그러기에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봄눈이 내려주길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눈속에 피어 있는 복수초를 찍고 싶어서이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찿아 온다던가? 드디어 기회가 오는 듯, 지난 주 말 일기예보는 ‘전국에 비 또는 눈’이었다. 일기예보는 신통방통 적중했다. 토요일 내내 날씨가 험상궂더니 저녁나절 무렵 눈발이 비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봄눈이란 말인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연신 밖을 내다보며 ‘오냐 많이 많이 내려다오’ 일요일 아침 서둘러서 변산으로 향했다. (장소는 밝히지 않겠다. 여러해살이풀이기에 집에서 기르려고 심하게들 남획하기 때문이다.) 눈은 …

부안종개

  세계에서 부안에서만 사는 토종물고기가 있다. 바로 ‘부안종개’다. 1987년 전북대 김익수 교수에 의해 새로운 종으로 발표되었다. 부안종개는 분포구역이 매우 좁아 부안에서도 변산의 백천에서만 산다. 출현 빈도도 0.23퍼센트로 극히 낮아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물이 차고 맑으며 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깔린 곳에서 수서곤충과 부착조류를 먹고산다. 원래 모래 속에 파묻혀 있거나 자갈 틈 속에 숨어있기를 좋아하지만, 청명한 날에는 여러 마리가 물 흐름이 완만한 바위 바닥 위나 자갈 위의 여기저기에서 마치 휴식을 취하듯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다 자란 …

꽃보다 이쁜-호랑이등긁이나무 열매

호랑가시나무는 변산을 대표하는 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남부의 대표적 수종으로 그 북방한계가 바로 변산반도이다. 그래서 도청리 모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호랑가시나무는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호랑가시나무 하면 크리스마스가 먼저 떠오른다. 영화에서 보면 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둥글게 다발을 만들어 현관 입구나 실내에 걸어 놓는다. 또 많은 크리스마스카드에 실버벨과 함께 호랑가시나무 잎과 열매가 디자인되는데 진초록의 6각형 잎, 붉은 열매가 아주 매혹적이다. 이 나무는 키가 2∼3m까지 자라며 겉 가지가 많다. …

변산의 귀염둥이 미선나무

  미선나무 꽃이 없는 변산의 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작년에는 눈 속에 핀 미선나무 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일요일(10), 올해가 일주일 정도 봄이 이르다기에 변산을 찾았더니 아직은 피지 않았다. 아마 이번 주면 피지 않을까? 변산의 귀염둥이인 미선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충북 괴산과 변산반도에서만 군락을 이루고 자생하는 세계 1속1종의 희귀식물로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나무일지 모르나 식물학자들에게는 각별한 사랑을 받는 나무이다. 나무의 키는 1∼1.5m 정도 자라며 개나리와 비슷하다. 잎이 나기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개나리보다 보름정도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 꽃의 색은 흰색 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