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종개

부안종개(Iksookimia pumila(Kim et Lee))

 

세계에서 부안에서만 사는 토종물고기가 있다. 바로 ‘부안종개’다. 1987년 전북대 김익수 교수에 의해 새로운 종으로 발표되었다.

부안종개는 분포구역이 매우 좁아 부안에서도 변산의 백천에서만 산다. 출현 빈도도 0.23퍼센트로 극히 낮아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물이 차고 맑으며 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깔린 곳에서 수서곤충과 부착조류를 먹고산다.

원래 모래 속에 파묻혀 있거나 자갈 틈 속에 숨어있기를 좋아하지만, 청명한 날에는 여러 마리가 물 흐름이 완만한 바위 바닥 위나 자갈 위의 여기저기에서 마치 휴식을 취하듯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다 자란 부안종개의 몸의 길이는 6∼7센티미터 정도다. 8.5센티미터를 넘는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눈은 작고 머리 위쪽에 치우쳐 있다. 입가에는 참종개나 미호종개와 마찬가지로 3쌍의 수염이 있다.

몸은 담황색으로 암갈색 가로무늬가 등쪽에는 11개, 배쪽에는 10개가 있는데 호랑이를 연상할 만큼 화려하다. ‘호랑이미꾸라지’라는 별명도 그래서 붙여진 것으로 여겨진다.

산란시기는 4∼6월경이다.

이렇게 희귀한 물고기인 부안종개를 환경부에서는 보호어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1996년 부안댐의 완공으로 서식지가 더욱 좁아진데다 내변산을 관통하는 도로가 뚫려 서식지의 교란 및 훼손이 크게 우려된다. 특단의 보호대책을 세워 멸종을 막아야할 것이다.

멸종위기야생동ㆍ식물 및 보호야생동ㆍ식물이란?

“멸종위기야생동ㆍ식물”이라 함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인한 주된 서식지ㆍ도래지의 감소 및 서식환경이 악화 등에 따라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ㆍ식물을 말한다(자연환경보전법 제2조제6호).

“보호야생동ㆍ식물”이라 함은 학술적 가치가 높은 야생동ㆍ식물,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야생동ㆍ식물, 우리나라의 고유한 야생동ㆍ식물 또는 개체수가 감소되고 있는 야생동ㆍ식물을 말한다(자연환경보전법 제2조제7호).

환경부가 지정 고시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어종은 아래와 같다.

* 멸종위기종 : 감돌고기, 흰수마자, 미호종개, 꼬치동자개, 퉁사리
* 보호대상종 : 다묵장어, 묵납자루, 모래주사, 두우쟁이, 부안종개, 꺽저기, 좀수수치


동북아 민물고기 한반도 산맥이 갈랐다

1997. 5. 28 과학 / 한계레신문

한반도의 산맥이 생물지리학적 분단 현상을 통해 동아시아의 어류상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다.

1939년 일본인 어류학자 우치다는 <조선어류지>에서 한반도의 미꾸리과 기름종개속 어류를 1속 3종으로 분류했지만, 70년대 이후 신종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최근에는 이들이 무려 4속 17종으로 늘어났다. 분류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6종은 다른 나라의 기름종개속과 계통이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져, 지난 93년 우리나라 민물고기로는 처음으로 참종개속이라는 한국 고유속으로 분류됐다. 참종개속 민물고기들은 하나의 공통 조상을 갖고 있으나, 지리적으로 격리돼 오랜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무늬와 형태가 다른 6종으로 분화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한국 고유속 물고기들이 같은 강에 분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종개는 한강·금강 등에서만 살고, 미호종개는 금강 지류인 미호천, 부안종개는 전북 부안의 백천에만 있다. 또 남방종개는 영산강, 왕종개는 낙동강·섬진강, 동방종개는 형산강과 영덕오십천에서만 산다.

최근 국내 어류학자들은 이런 종 분화의 해답을 지질학에서 찾았다. 약 5백만년 전 해수면은 지금보다 훨씬 낮아, 한국·중국·일본이 모두 육지로 연결돼 있었다. 그리고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한반도의 강과 중국의 황하, 일본 서남부 강들은 모두 `고황하’라는 거대한 강에 딸린 지류였다. 현재의 동해는 만주 고아무르강에서 흘러든 물이 고인 담수호였고, 두만강과 강릉 남대천은 이곳과 연결돼 있었다.

“지난 2백만년 동안 해수면이 1백m가량 낮아졌던 일이 5∼6차례나 있었다. 빙하가 녹고 얼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 빙하가 녹기 시작한 1만1천년 전만 해도 황해와 대한해협은 육지여서 중국과 일본에 걸어갈 수 있었다. 현재처럼 황해와 대한해협에 바닷물이 들어온 것은 8천년 전 쯤의 일이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정창희 박사(지질학)의 설명이다.

수백만년 동안 반복됐던 바닷물의 침입으로 고황하와 고아무르강에 살던 민물고기들은 상류로 쫓겨 올라갔고, 일부는 한반도 강에 정착했다. 중국 대륙 남부에서 수천만년 전 잉어과에서 분화돼 고황하를 통해 약 7백만년 전 쯤 한반도 근처까지 진출한 미꾸리과 물고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고황하에 살던 미꾸리속과 참종개속 물고기는 동일한 조상을 갖고 있었으나 한반도의 하천에 정착한 뒤 낭림·태백·소백·노령산맥의 분수령에 의해 지리적으로 서로 격리돼 버렸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각 하천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6종으로 분화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는 전북대 김익수 교수(어류분류학)는 “한반도에서 생물지리학적 분단에 의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한 한국 고유종은 참종개속의 6종을 비롯해 모두 49종에 이른다”고 밝힌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국토가 넓지만, 미꾸리과 물고기는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종이 발견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학자들은 민물고기의 분포구역을 황하와 연결됐던 낭림·태백산맥 서쪽의 서한아와 남한아지역, 고아무르강과 연결됐던 산맥 동쪽의 동북한아지역 등 3개의 아지역으로 구분한다. 서한아와 남한아지역을 가르는 분수령은 소백산맥과 이 산맥의 지맥인 노령산맥이다. 강마다 사는 물고기들은 물론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압록강·대동강·한강·금강·동진강·만경강 등 서한아지역 어류상은 중국과 비슷하다. 낙동강·섬진강 등 남한아지역은 오히려 일본과 유사하다. 고황하가 있을 당시 낙동강은 일본과, 한강은 중국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동해로 흐르는 북한과 강릉 남대천 이북의 강에 사는 민물고기는 태백산맥 서쪽 물고기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고황하가 아닌 고아무르강에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버들개·연준모치·북방종개·산천어·가시고기 등 북방계 어류가 발견된다. 결국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어류상을 가르는 분수령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나 강의 유로가 바뀌는 `하천 쟁탈’에 의해 민물고기들은 높은 산맥을 넘어 다른 하천에 침입하기도 한다.

태백산 일대에서 발원해 동해로 흐르는 삼척오십천에서는 대륙송사리·쉬리·참종개 등 서해로 흐르는 강에 사는 물고기가 발견된다. 어류학자들은 거의 맞붙은 삼척오십천 상류와 남한강 최상류 일대 지형이 침식되면서 동굴로 연결되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한강 쪽에 홍수가 지면 물길이 동해쪽으로 바뀌고, 이 때 한강에 살던 물고기가 삼척오십천에 침입한다는 것이다. 압록강에서도 서해로 흐르는 강에는 없는 북방냉수성 어류인 우레기·곤들메기·자치·아무르장어 등이 살고 있다.

그 이유는 압록강 일대 지형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서고동저’에서 `동고서저’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원래 압록강과 지류인 장진강·부전강·허천강은 동쪽으로 흘러 고아무르강에 연결돼 있었으나, 높았던 발해만 일대가 가라앉고 약 4백만∼5백만년 전 백두산이 분출해 솟아오르면서 압록강의 흐름이 서쪽으로 바뀌어 고황하에 연결됐다는 것이다.

생물학자 전북대 김익수 교수
1997. 5. 28 과학 / 한계레신문

신종 발표는 생물학자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가 18세기에 근대적인 생물 분류법을 제시하고 속명과 종명을 나타내는 이명법(二名法)을 창안한 뒤, 신종을 명명할 때 발견한 학자의 이름이 반드시 따라붙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민물고기를 신종으로 처음 발표한 독일 동물학자 헤르첸슈타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1892년 우리나라 중부지방 풍중에서 채집한 돌고기에 발견 장소와 자신의 이름을 따서 `풍튱기아(속명) 헤르치(종명)’란 학명을 최초로 붙였다.

일제 때는 일본의 모리와 우치다 박사와 서양 학자들이 조선의 민물고기 대부분을 분류했다.

해방되고 6·25가 터지자 민물고기 표본들은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실려가는 수난을 겪었다.

해방 뒤 최초로 신종을 낸 사람도 루마니아의 날반트였다. 그는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72년 왜매치를 보고 신종으로 발표했다.

이조 말 독일 학자가 첫 신종을 등록한 지 거의 한 세기만인 지난 1975년 전북대 김익수 교수(55·어류분류학)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신종 민물고기를 발표했다.

그는 그 뒤 20여년 동안 무려 11종이나 되는 신종을 발표했다. 미꾸리과 7종, 납자루아과 2종, 망둥어과 1종, 황해 볼락 1종이 그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그가 한국 고유종으로 발표한 참종개·왕종개·미호종개·부안종개·동방종개 등 5종의 미꾸리과 기름종개속 물고기는 다른 나라 것과 종은 물론 계통이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민물고기 권위자 날반트 박사는 지난 93년 김익수 교수의 이름을 따서 `익수키미아속'(참종개속)이란 새로운 속명을 만들고, 이들 5종에 남방종개를 추가한 6종을 새로운 속으로 분류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난 95년 전남 고흥과 여천군에 서식하는 좀수수치와 낙동강에 사는 새코미꾸리도 각각 새로운 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날반트 박사와 새로운 속으로 발표를 추진 중이다.

기름종개속 민물고기는 무늬와 골질판이 서로 다르다. 일제 때 <조선어류지>를 쓴 우치다는 조선에 사는 기름종개는 무늬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모두 같은 종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김 교수는 이들이 무늬 뿐 아니라 골질판도 서로 다르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양쪽 가슴지느러미 안쪽에 있는 뼈인 골질판은 미꾸리과 어류의 수컷에만 있다. 미꾸리과는 몸이 미끄럽기 때문에 산란 행동을 위해 골질판이 진화해온 게 특징이다. 산란기 때 수컷은 골질판을 지지대로 이용해 암컷을 고리처럼 감아 안은 뒤 눌러서 난자가 나오게 만든다. 교미가 끝난 뒤 암컷의 몸에는 골질판에 긁혀서 빨간 혈흔이 남을 만큼 산란행동은 격렬하다.

김 교수는 70년대 초반부터 강을 누비며 기름종개의 골질판을 확인했다. 한강의 참종개는 골질판이 길고 뾰족했고, 낙동강 왕종개는 반달 모양이었다. 미호천 미호종개는 긴 톱니 모양인 반면 영산강 동방종개의 골질판은 칼처럼 생긴 것이 특징이었다. 이들은 서로 교배도 안됐다. 다른 종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서울사대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원래 교사가 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은사인 서울대 최기철 교수의 권유로 최 교수를 도와 민물고기의 분류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생물학의 기초는 분류학이다. 민물고기는 일제 때만 해도 분류학 연구가 중요시 됐으나, 해방 뒤 수산진흥원과 수산 관련 대학들은 양식 기술만을 주로 연구했다.

또 생물학자들도 연구비가 많이 나오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에 매달리는 바람에 분류학에 큰 공백이 생겼다.” 이렇게 말하는 김 교수는 “생물다양성 협약 체결과 그린라운드로 분류학적 지식은 생물학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으나, 우리는 우리 땅에 어떤 종이 사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글 신동호

전남 함평 출생, 
60∼67년 서울대 생물교육과 및 동대학원,
72∼75년 서울사대 조교, 75년∼현재 전북대 교수,
80년 중앙대 대학원 이학박사(생물학),
82년 미국 노던 일리노이대 박사후 연수,
95∼96년 한국어류학회 회장,
96년 한국동물학회 부회장, <원색한국담수어류도감><원색한국어류도감> 저술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3년 01월 22일 05시 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