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새풀
학명은 ‘뚝새풀(벼과) Alopecurus aequalis var. amurensis’이지만
부안에서는 ‘독새기’라고 한다.
저지대의 습지나 논 등에서 자라는데,
예전의 봄 들판엔 온통 자운영, 독새기 천지였다.
그런데 하찮아 보이는 이 독새기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요즈음 아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이 독새기를 훑어다 푸때죽 쑤어 먹으며
보리모강지에 뜬물이 잡힐 때까지 연명했었다.
또한, 한방에서는 이 독새기의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를 약재로 쓰는데,
전신 부증을 내리고, 어린아이의 수두와 복통설사에도 효과가 있으며,
종자는 찧어서 뱀에 물린데 바르기도 한다.
歸鄕詩抄
– 신석정
1
껌도 양과자도 쌀밥도 모르고 살아가는 마을 아이들은 날만 새면
띠뿌리와 칡뿌리를 직씬직씬 깨물어서 이빨이 사뭇 누렇고 몸에 젖은
띠뿌리랑 칙뿌리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쏘 다니는 것이 퍽은 귀엽고도
안쓰러워 죽겠읍데다.
2
머우 상치 쑥갓이 소담하게 놓인 식탁에는 파란 너물죽을 놓고 둘러앉아서
별보다도 드물게 오다 가다 섞인 하얀 쌀알을 건지면서
<언제나 난리가 끝나느냐?>고 자꾸만 묻습데다.
3
껍질을 베낄 소나무도 없는 매마른 고장이 되어서 마을에서는 할머니와
손주딸들이 들로 나와서 쑥을 뜯고 자운영순이며 독새기며 까지봉통이
너물을 마구 뜯으면서 보리 고개를 어떻게 넘겨야겠느냐고 산수유꽃 같이
노란 얼굴들을 서로 바래보고 서서 겊어합데다.
4
술회사 앞에는 마을 아낙네들이 수대며 자배기를 들고 나와서 쇠자라기와
술찌겅이를 얻어가야 하기에 부세부세한 얼굴들을 서로 쳐다보면서 차표 사듯
늘어서서 꼭 잠겨 있는 술회사문이 열리기를 천당같이 기두리고 있읍데다.
5
장에 가면 흔전만전한 생선이 듬뿍 쌓여 있고 쌀가게에는 옥같이 하얀 쌀이
모대기 모대기 있는데도 어찌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쌀겨와 쑤시겨전을
찌웃찌웃 굽어보며 개미같이 옹개옹개 모여 서야 하는 것입니까?
쌀겨에는 쑥을 넣는 게 제일 좋다고 수근수근 주고 받는 이야기가 목놓고
우는 소리보다 더 가엾게 들리드구만요.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3년 0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