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자태를 뽑내고 있는 ‘蘭’
‘蘭’을 선인들은 사군자 중의 하나로 꼽았다.
3월이면 벌써 꽃대궁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4월이면 연한 황록색의 꽃을 피운다.
맑고 청아한 향기와 함께…
어렸을 적에야
‘蘭’이 그렇게 귀한 존재일 줄도 모르고
꽃대궁을 한 줌씩 따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3변 이야기
예로부터 변산에는 유명한 것 세 가지가 있다.
변재(邊材), 변청(邊淸), 변란(邊蘭)이 바로 그것으로
삼변(三邊)이라고 한다.
[변재]고려·조선시대에 변산은 나라의 귀중한 재목창이었다.
변산에서 나는 재목(소나무)을 변재(邊材)라 하는데,
궁재(宮材)나 선재(船材)로 쓰기 위해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했다.
고려시대에는 문장가 이규보 같은 이가
변산의 벌목책임자로 부임해 와 재목을 관리했고,
몽고가 일본을 치기 위해 배를 만들게 한 곳도
바로 장흥(천관산)과 변산이다.
[변청]변산은 해방무렵까지도 울울창창했었다고 한다.
이 시절 변산 곳곳의 바위벼랑 벌집에서 따는 꿀(邊淸)이
질이 좋기로 유명하여 왕실에도 진상되었다고 한다.
[변란]또한 변산은 난초(邊蘭)의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변란(邊蘭)은 춘란으로서 건조한 숲 속에서 자라는 상록 다년초이다.
잎은 선형이며 가장자리에 미세한 톱니가 있다.
꽃은 3-4월에 피는데 꽃대 하나에 꽃을 한 개 피우는
일경일화의 진란으로 연한 황록색이다.
잎술 꽃잎에 연한 홍자색의 반점이 있다.
蘭草
/신석정
난초는
얌전하게 뽑아올린 듯 갸륵한 잎새가 어여쁘다
난초는
건드러지게 처진 청수한 잎새가 더 어여쁘다
난초는
바위틈에서 자랐는지 그윽한 돌냄새가 난다
난초는
산에서 살든놈이라 아무래도 산냄새가 난다
난초는
예운림(倪雲林)보다도 고결한 성품을 지니었다
난초는
도연명(陶淵明)보다도 청담한 풍모를 갖추었다
그러기에
사철 난초를 보고 살고 싶다
/‘촛불’ 84면에 에 실린 시
단기 4285년(서기 1952년) 大志社 발행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4년 03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