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의 귀염둥이 미선나무

  미선나무 꽃이 없는 변산의 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작년에는 눈 속에 핀 미선나무 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일요일(10), 올해가 일주일 정도 봄이 이르다기에 변산을 찾았더니 아직은 피지 않았다. 아마 이번 주면 피지 않을까? 변산의 귀염둥이인 미선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충북 괴산과 변산반도에서만 군락을 이루고 자생하는 세계 1속1종의 희귀식물로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나무일지 모르나 식물학자들에게는 각별한 사랑을 받는 나무이다. 나무의 키는 1∼1.5m 정도 자라며 개나리와 비슷하다. 잎이 나기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개나리보다 보름정도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 꽃의 색은 흰색 또는 …

타루비

  상서-유정재 길을 ‘호국로’로 부안에서 상서 감교, 청등을 거쳐 유정재에 이르는 길은 ‘호국로’로 이름을 지어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변산은 평지돌출형으로 북으로는 상서까지, 남으로는 보안 남포리까지 바닷물이 들어 와 간신히 섬을 면한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개미허리 같은 유정재는 자연 군사적 요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선 국가 명운이 결린 전쟁들이 빈번했었다. 660~663년에는 백제부흥군과 일본군이 신라와 당나라 군사를 맞아 국제전을 벌였던 기벌포.백강 전투지로 비정되는 곳이다. 이 전쟁에서 백제부흥군과 일본군이 패함으로써 백제는 역사의 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676년(신라 문무왕 16년)에는 신라군과 당군 간에 격전이 …

청학동으로 간 신선대 사람들

6.25전쟁 후, 변산의 신선대에는 일심교 신도들이 모여들어 18가구 80여명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었다. 일심교는 ‘유불선 동서학 합일 갱정유도’를 내세우며 세계의 모든 종교가 유교로 뭉쳐질 것을 믿는 강대성이 세운 신종교이다. 이들은 조선시대의 유교적인 생활관습을 그대로 좆아 사서삼경을 읽고, 상투, 댕기머리에 흰옷을 고집하며 신학문, 현대문명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1970년대 중반 무렵 지리산으로 이주해 갔다. 지금의 그 유명한 “지리산 청학동”이 바로 그 곳이다. 몇 해 전(1996년 경)까지만 해도 추석 때 신선대로 성묘 오는 그들(은재필 씨 가족)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묘를 모두 이장해 가 …

[오! 주류성-1] 나뭇개 마을의 ‘배맷돌

  부안에서 개암사 가는 길에 ‘나뭇개’라는 마을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상서면 고잔리 목포(木浦)-, 지명에서 느껴지듯이 이곳은 1900년대 초까지만해도 중선배가 드나들던 바닷가 마을이었다. 나뭇개 부근은 부안에서도 간척이 꽤 일찍 시작되었던 것 같다. 1770년대에 간척이 시작됐고, 1910년과 1934년에는 일인들에 의해 삼간리, 청서리까지 간척이 이루어져 두포천이 완전히 농토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0년대에 시작된 계화도간척공사로 인해 해안선은 예전에 섬이었던 계화도까지 멀리 후퇴해 있다. 계화도간척공사 이전만 해도 지금의 큰다리 부근과 궁안리 일대가 염전이었고, 창북리는 계화도를 드나들던 포구마을이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는 행안들판을 지나 주산의 배메산 밑까지 바닷물이 …

곰소만 일출

사진/곰소항에서, 고창 선운사 골짜기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동해의 낙산 일출과 서해의 변산 낙조는 옛부터 유명하다. 그렇다면 변산에서 일출은 볼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변산 곳곳에서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홈에 변산의 일출 사진을 간혹 올린 적이 있다. 1) 변산의 산봉우리 어디에서나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월명암 앞마당에서 보는 일출은 가이 황홀경이다. 2) 곰소 부두가에서는 일몰도 볼 수 있지만,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일출도 볼 수 있다. 3) 모항 아홉그미(마동에서 모항쪽으로 가다보면 포장마차들이 늘어선 몬댕이)는 곰소보다도 시야가 …

비 오는 날은 어수대에 오른다

御水臺  장마철이 되면 자연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가 부안 지역에 100mm 이상 비가 내릴 거라는 소식이 들리면 짐을 꾸려 내변산을 찾는다. 뭐니뭐니해도 변산의 진경은 우중변산이다. 물안개 피어오르며 곳곳에서 폭포가 쏟아지는데 각 장면마다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그 중에서도 비경은 어수대를 꼽을 수 있다. 어수대는 섶못에서 우슬재 넘어 오른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괴석의 절벽을 말한다. 장마철에는 이 기암괴석의 절벽이 왼통 폭포로 변하여 장관을 이루는데, 瘟楮【?피어오른 물안개 사이로 쏟아지는 기다란 물줄기는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 그 시작점을 헤아리기 어렵다. 어수대에 쉽고 …

부안 농부의 벅찬 삶과 기쁨

  대부분의 부안 군민이 그렇듯이, 나 또한 부안에서 어린 시절을 거쳐 50년 가까운 세월을 부안과 함께 하였다. 그 중 32년간은 농사를 짓고 가정을 이루어 세 자녀들을 어엿한 성인으로 키워냈으니, 실로 부안은 나에게 소중한 삶의 보금자리이자 큰 보람의 터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소중한 곳에서 필자 여전히 농사를 지으며 땀 흘리고, 그로부터 얻는 기쁨을 지역사회와 함께 누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 현재의 나를 통해 부안에서 농사짓기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더듬어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32년이라는 세월 동안 필자는 집안 …

희망을 수놓는 ‘하얀 연꽃’ 아이들

‘하얀 연꽃’ 같은 아이들과 “안녕하세요? 백련초등학교에서 왔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면 언제고 다시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하얀 연꽃’[白蓮]이라는 이름의 백련초등학교인가?(‘백련’이라는 이름은 하얀 연꽃이 피어났다고 해서 지어졌다는 설이 있으나 이보다는 불교의 아름다운 이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백련초등학교에 오면 학교 현관문 앞에 연못이 있고 6~7월이면 이곳엔 뽀얀 속살을 드러낸 하얀 연꽃과 새색시 볼 마냥 빨간 연꽃이 자리 잡고 있다. 연잎으로 뒤덮인 연못 속에 고개를 내민 연꽃과 소금쟁이, 금붕어 등을 벗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참 좋은 곳, 백련초등학교! 백련초등학교는 …

『부안이야기』와 부안의 ‘발견’ 혹은 ‘재발견’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사 “지자체 지원 거절하는 잡지, 다 이유가 있다”(2016.1.26)를 다듬고 새로 쓴 것이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행되는 『안동』이 스물일곱 성년에 이른 반면, 전라북도 부안에서 간행되는 『부안이야기』는 이제 겨우 일곱 해를 넘겼다. 『안동』이 격월간 대중지인데 반해 『부안이야기』는 매해 두 차례 내는 역사 문화 중심의 반년간지다. 그러나 올 6월에 통권 14호를 낸 『부안이야기』가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다. 한적한 시골의 역사와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한가한 호사 취미가 아니라 그것을 현대적 의미로 되살리고자 하는 지역 사람들의 집단 정체성의 모색이기 때문이다.   …

우리들의 부안상설시장 체험

작년 여름 처음 시장체험 학습을 준비하면서 지켜본 아이들의 모습은 참 인상 깊었다. 아이들은 매일 등교하면서, 또 친구들과 만나면서 시장을 지나쳤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경제활동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있다면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간 정도 뿐. 그런 아이들이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정을 나누고 시장의 현실을 체험하는 모습은 퍽 신선하게 보였다. 그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 어떤 교육 현장보다 시장이 더 많은 것들을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남겨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런데 마침 『부안이야기』에서 ‘부안읍 특집’으로 부안상설시장과 관련된 원고 요청이 들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