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산딸기 닮아 얻은 이름 ‘산딸나무’

    초록바다에 뜬 하얀 별…? 여름으로 접어든 요즈음, 벌써 짙어진 녹음 사이사이에 활짝 핀 산딸나무 꽃이 싱그럽다. 언뜻 보면 바람개비 같기도 하고, 하얀 종이에 쓴 편지를 곱게 접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초록바다에 뜬 하얀 별 같기도 하다. 다른 꽃들은 대부분 꽃잎이 5장 달리는데 산딸나무는 4장 달려 있다. 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꽃잎처럼 생긴 흰색 포가 꽃차례 바로 밑에 십(十)자 형태로 달려 꽃차례 전체가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어쨌든 이 꽃잎은 처음에는 연초록으로 피어 완전히 피면 새하얗게 변하고, 질 …

생존 위한 ‘호박 덩굴손의 몸짓’

    식물이나 물체에 지탱하여 위로 자라는 식물을 덩굴식물, 혹은 만경식물(曼莖植物)이라고 한다. 덩굴식물은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거나, 덩굴손을 만들어 덩굴손으로만 감싸면서 자라거나 또는 자기 스스로 잘 움직이지 않는 곁가지, 가시, 뿌리 또는 털 등의 흡기(吸器)를 만들어 다른 식물에 달라붙어 자란다. 덩굴손을 만드는 종류로는 호박, 수세미외, 청미래덩굴(부안에서는 ‘맹감’이라고 부른다), 으아리 등이 있다. 줄기로 감싸며 자라는 종류로는 칡, 등나무, 으름, 나팔꽃. 환삼덩굴 등이 있다. 부정근(不定根)이 낙지다리의 흡반처럼 되어 있어 나무나, 바위, 벽 등에 흡기로 달라붙어 자라는 종류로는 담쟁이덩굴, 송악 등이 있다. 이러한 …

위도진(蝟島鎭)

  위도는 부안군에서 가장 큰 섬으로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위도면 진리에 수군진(鎭)이 있었다. 진리(鎭里), 혹은 진말은 여기서 유래된 마을 이름이다. 「문헌비고」해방조(海防條)에 “위도 재서 150리 지안 50리 주35리 숙종 8년(1682) 설첨사진(蝟島 在西百五十里支岸五十里 周三十五里 肅宗八年 設僉使鎭)” 이라 기록되어 있다. 또 「문헌비고」 병고주사조(兵考舟師條)에 “肅宗九年 設水軍鎭營於蝟島 加里浦 次臨溜 古群山 右浦 多慶浦 法聖浦 黔毛浦 群山浦 知島八堡 屬蝟島”라 하였는데 내용은 숙종 9년(1689)에 위도에 수군진영을 설치하고 가리포, 차임류, 고군산, 우포, 다경포, 법성포, 검모포, 군산포, 지도8보를 위도에 속하게 하였다. 이는 전라우수영의 관할구역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위도에 진을 두어 옛날의 …

죽막동제사유적

    언젠가 부안을 찾은 풍수대가 한 분이 변산을 한 바퀴 삥 둘러 보고는 이렇게 얘기했다. ‘변산반도는 호랑이 자지고만, 그런데 까지지는 않았어…’. 변산반도가 서해에 불쑥 돌출돼 있다는 얘기다. 지도를 펴놓고 들여다보면 금방 수긍이 가는 얘기다. 그런데 수성당이 있는 적벽강 용두암(사자바위)은 그 돌출된 변산반도에서 다시 한번 서해 깊숙이 돌출되어 있다. 예사롭지 않은 지형이다. 원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바다에 제사를 지내왔던 곳 지리적으로 봤을 때, 이곳 수성당이 위치한 지점은 선사시대 이래로 중국이나 북방의 문화가 한반도 남부로 전파되던 해로상의 중요 지점이었으리라 여겨진다. 항해술이 발달되지 …

동진나루 이야기

  예전에 부안에 들어오자면 지금의 동진대교가 있는 동진나루, 백산의 군포나루, 고부천의 나루들을 건너야 했다. 이 나룻터에는 뱃사공이 나룻배와 더불어 연중 대기하고 있다가 길손들을 건네주는 일을 해왔다. 그들은 세습하여 뱃사공 노릇을 하였는데 정기적, 항시적으로 이용하는 주민들이 거두어 주는 뱃새경과 외지인들에게서 받는 선임(船賃)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뱃새경은 이용하는 횟수에 관계없이 근처 주민들은 한 가구당 1년에 보리 1말, 또는 5되씩 2회에 걸쳐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특례가 있어 지방의 관원이나 양반에게는 뱃새경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관원이나 양반들을 일일이 다 못 알아보아 시비가 생기는가 하면, …

변산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랑붓꽃’

    옛 선비들이 쓰던 붓의 모양과 같은 꽃 몽우리 우리 한반도는 종자의 보고라고 한다. 약 6,000여종의 식물 종이 있다. 이처럼 식물 종이 다양한 이유는 우리나라 기후 등 환경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우리 땅은 남북으로 그리 길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식물군의 북한계가 있다. 감나무의 북한계는 황해도의 멸악산맥이다. 또한 대나무는 차령산맥이 북한계인데 이는 온대기후의 북한계와 일치한다. 이 대나무의 북한계는 동해안에서 강릉까지 북상하는데 이는 해류의 영향 때문이다. 차나무는 난대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그래서 남해안 일대에서 주로 …

이쁜 꽃 ‘변산바람꽃’

  변산의 봄전령 ‘변산바람꽃’ 2006년 2월 마지막 날, 전국에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쯤 변산 양지쪽 어디쯤에는 변산바람꽃이 피어있을 터, 눈을 이고 있는 변산바람꽃을 상상하자니 마음이 설레인다. 어쩌다 이놈이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나. 변산사람들에게는 더욱 귀엽고, 각별하게 정이 가는 꽃이다. 변산에서 발견되어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처음 보고 되었는데, 변산에서만 자생하는 줄 알았던 이 꽃은 알고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자생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변산사람들에게는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아닌 게 아니라 변산바람꽃은 내장산에도 피고, 변산반도 남쪽에서는 흔하게 …

실학의 비조 ‘반계 유형원’

  박지원(1737~1805)이 쓴 소설 <허생전>을 보면 허생에게 선뜻 만냥을 빌려주었던 변씨가 있다. 그는 허생과 같은 큰 그릇을 초야에 썩힐 수 없다고 생각하여 허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바야흐로 지금 사대부들간에는 지난날 남한산성에서 받은 호란의 치욕을 씻으려고 하고 있네. 지략과 재주를 갖춘 선비로서 팔뚝을 걷어붙이고 한번 일어나서 슬기를 펼쳐볼 만한 때가 아닌가. 자네와 같은 재주를 가지고 어째서 묻혀 살며 그대로 썩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에 허생은, “허허, 예로부터 한평생을 묻혀 산 사람이 어찌 한둘에 그치겠는가. 저 조성기로 말할 것 같으면 적국에 사신으로 …

허균과 이매창, 우반동, 그리고 홍길동전

    허균은 재주가 출중해서 여러 차례 과거에 장원급제했지만 굽힐 줄 모르는 대쪽같은 성격 탓에 다섯 차례나 관직에서 파직을 당했다. 그런 그는 외가가 강릉, 친가가 한양이었지만 파직 기간 중 대부분의 기간을 호남에서 보냈다. 허균이 자신의 심신을 달래 줄 휴식처로 선택한 호남은 국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홍길동전’ 등 주옥같은 작품이 잉태한 곳이며, 조선왕조의 성리학적인 봉건질서에 항거하는 개혁세력의 요람이었다. 또 1,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기축옥사(1589)의 현장이며, 임진왜란·정유재란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황량하기 그지없던 곳이었다. 호남 중에서도 부안은 허균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그는 …

영남엔 곽재우, 호남엔 김홍원

    영욕으로 점철된 김홍원의 일생 우반동 김씨들이 현조로 손꼽는 인물 중의 한 명이 바로 김석필의 증손인 김홍원이다. 그는 약관에도 못 미치는 18세에 진사가 되었으며, 그로부터 3년 후인 21세에 별시 문관 초시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그는 초시에 합격한 이듬해에 임진왜란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결국 문과에 급제하지는 못했다. 그가 과거에 합격하거나 관직에 임명될 때마다 받았던 합격증서와 임명장이 현재 32장 남아 있다. 이러한 합격증서와 임명장을 통하여 볼 때, 김홍원의 관직 생활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실은 그가 벼슬생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