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랑붓꽃’

 

▲노랑붓꽃, 꽃 몽우리가 옛 선비들이 쓰던 붓의 모양과 같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붓꽃’이리라.ⓒ부안21

 

옛 선비들이 쓰던 붓의 모양과 같은 꽃 몽우리

우리 한반도는 종자의 보고라고 한다. 약 6,000여종의 식물 종이 있다. 이처럼 식물 종이 다양한 이유는 우리나라 기후 등 환경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우리 땅은 남북으로 그리 길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식물군의 북한계가 있다.

감나무의 북한계는 황해도의 멸악산맥이다. 또한 대나무는 차령산맥이 북한계인데 이는 온대기후의 북한계와 일치한다. 이 대나무의 북한계는 동해안에서 강릉까지 북상하는데 이는 해류의 영향 때문이다.

차나무는 난대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그래서 남해안 일대에서 주로 재배되는 작물인 것이다. 그런데 변산의 차맛이 좋다는 기록이 있다. 변산에서도 어디에선가 차나무가 자생했다는 증거이다. 그러고 보면 변산의 천연기념물 삼총사인 후박나무, 꽝꽝나무, 호랑가시나무는 남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대성 식물이다. 변산이 이들 난대성 조엽상록수의 북한계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 것이다.

변산에는 700여종의 다양한 식물의 종이 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세계적으로 변산반도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랑붓꽃이 있다. 노랑붓꽃은 붓꽃과에 속하는 희귀종으로 나무가 많은 숲 속의 그늘에서 서식하는 다년생 식물인데 4월 중순경에 꽃이 피며 잎의 길이는 5-35㎝이다. 노랑붓꽃은 꽃줄기가 둘로 갈라지고 갈라진 각각의 꽃줄기에 꽃이 핀다는 점에서 꽃의 색깔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줄기 하나에 1개의 꽃이 맺히는 `금붓꽃’과는 차이가 있다.

1998년 4월 13일 목원대 생물학과 심정기교수(52)는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개암사 뒷산 기슭의 4백㎡에 서식하고 있는 노랑붓꽃 2백여포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문헌을 통해서만 우리나라 변산반도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노랑붓꽃의 집단 자생지역이 직접 확인된 것이다.

일찍이 이 땅을 침략했던 영국, 미국, 일본 등은 우리 땅의 종자를 빼돌리는 데에 알게 모르게 힘을 기울였다. 21세기에는 종자 전쟁의 시대라 하는데 이들 세 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제 우리는 왕포나 까치댕이의 깔끄막에서 소금기 머금은 서풍을 맞으며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라도 예사로 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소천엽 같은 내변산 어느 양지바른 골짜기에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꽃을 피우고 있는 식물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백천내에서 흔전만전 자생하다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물 속에 잠겨버린 미선나무가 있지 않은가.


/허정균(200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