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의 봄전령 ‘변산바람꽃’
2006년 2월 마지막 날, 전국에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쯤 변산 양지쪽 어디쯤에는 변산바람꽃이 피어있을 터, 눈을 이고 있는 변산바람꽃을 상상하자니 마음이 설레인다.
어쩌다 이놈이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나. 변산사람들에게는 더욱 귀엽고, 각별하게 정이 가는 꽃이다. 변산에서 발견되어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처음 보고 되었는데, 변산에서만 자생하는 줄 알았던 이 꽃은 알고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자생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변산사람들에게는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아닌 게 아니라 변산바람꽃은 내장산에도 피고, 변산반도 남쪽에서는 흔하게 피는 꽃이다. 강진의 변산바람꽃 소식은 이미 2월 중순경에 전해 들었다.
그런가하면 변산바람꽃은 변산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봄전령이다. 그래서 더욱 귀엽다. 2월 말이나 3월 초면 양지쪽에 복수초, 노루귀와 함께 피어 있는 변산바람꽃을 만날 수 있다. 변산 북쪽의 응달진 곳에서는 3월 10일경부터 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변산바람꽃과의 만남은 아주 짧다. 변산바람꽃은 엄동설한 언 땅 속에서 싹을 틔운다. 실낱 같이 가는 줄기는 훈짐을 내며 10~15쎈티미터의 땅속을 뻗어 올라와 3월 초에 꽃을 피우고는 금새(1주일 정도) 다 져버리기 때문이다. 변산바람꽃의 강인하고도 환희에 찬 생명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변산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절분초라고도 부른다. 제주도 및 남부, 중부 지방의 산지 또는 해안 산지에 자생한다.
/허철희(200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