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호박 덩굴손의 몸짓’

 

 

식물이나 물체에 지탱하여 위로 자라는 식물을 덩굴식물, 혹은 만경식물(曼莖植物)이라고 한다. 덩굴식물은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거나, 덩굴손을 만들어 덩굴손으로만 감싸면서 자라거나 또는 자기 스스로 잘 움직이지 않는 곁가지, 가시, 뿌리 또는 털 등의 흡기(吸器)를 만들어 다른 식물에 달라붙어 자란다.

덩굴손을 만드는 종류로는 호박, 수세미외, 청미래덩굴(부안에서는 ‘맹감’이라고 부른다), 으아리 등이 있다. 줄기로 감싸며 자라는 종류로는 칡, 등나무, 으름, 나팔꽃. 환삼덩굴 등이 있다. 부정근(不定根)이 낙지다리의 흡반처럼 되어 있어 나무나, 바위, 벽 등에 흡기로 달라붙어 자라는 종류로는 담쟁이덩굴, 송악 등이 있다. 이러한 덩굴식물들에게서는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데, 특이 호박이나 수세미외 등이 지탱을 위해 덩굴손을 뻗는 몸짓은 매우 역동적이다.

‘갈등이 생겼다’

그런데,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며 자라는 식물들은 줄기를 감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칡은 다른 식물을 왼쪽으로 꼬면서 감싸는데,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꼬면서 감싼다. 그러기에 칡과 등나무가 한꺼번에 꼬면서 자라면 둘 다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우리는 흔히 일이 까다롭게 뒤얽혀 풀기 어렵거나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을 때 ‘갈등이 생겼다’라고 말하는데 ‘갈등’은 바로 이 칡과 등나무에서 비롯된 말이다. 즉, 갈(葛)은 칡을, 등(藤)은 등나무를 일컫는다.


/허철희(200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