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종자전쟁 시대

    식물종자의 보고 ‘변산반도’ 98년 추석 때였다. 할머니 산소에 성묘를 하기 위해 석포에서 대소골로 넘어가는 가파른 고갯길을 비를 맞아가며 넘다가, 잠시 다리쉼을 하고 있는데 저 아래에 눈을 끄는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다리를 일으키 뽀짝뽀짝 내려가 보았다. 꽝꽝나무였다. 중계에 있는 꽝꽝나무는 천연기념물 124호 아니던가. 우리 한반도는 종자의 보고라고 한다. 약 6,000여종의 식물 종이 있다. 이처럼 식물 종이 다양한 이유는 우리나라 기후 등 환경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우리 땅은 남북으로 그리 길게 자리잡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

감이 있는 가을풍경

  마을마다 골골마다를 붉게 물들이며 감이 익고 있다. 가을정취의 백미다. 예부터 감나무를 문무충절효(文武忠節孝)의 5절을 갖춘 나무라고 일컬었다. “잎이 넓어서 글씨 연습을 하기에 좋으므로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해 화살촉 재료로 쓰이므로 무(武)가 있고, 열매의 안팎 색깔이 똑같이 붉어서 충(忠)이 있으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열매가 달려 있으므로 절(節)이 있고, 치아가 없는 늙은이도 홍시를 먹으므로 효(孝)가 있다.”는 것이다. 조홍시가(早紅柿歌)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柚子(유자)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난 품어 가 반기리 업슬새 글노 설워 하나이다. 위 시조는 조선 중엽 박인로(朴仁老 1561-1642)가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으로부터 조홍시(早紅柿)를 …

우반동을 사들인 김홍원

    우반동을 사들인 김홍원 내가 긴히 돈 쓸 일이 있기 때문에 부안 입석면(立石面) 하리(下里) 우반(愚磻)에 있는 전답을 김홍원에게 판다. 이 전답은 나의 6대조이신 우의정 문간공(柳寬)께서 태조조에 개국공신으로 책봉되어 왕으로부터 받은 사폐지이다. 그런데 이곳이 서울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직접 관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궁벽한 산골짜기에 있기 때문에…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해 둔 지가 어언 수백 년이나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임자년(1612) 가을에 내가 비로소 이곳으로 내려와 … 논과 밭을 만들었는데… 그 후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이 …

꽃밭시암

      사람이 사는 땅이나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사람이 땅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그 땅의 지형이나 지물을 다른 곳, 다른 물체와 그 개념을 구분하기 위하여 이름을 붙였다. 이는 사회적 계약인 동시에 언어기호인 것이다.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3년 05월 13일

우반십경(愚磻十景)

    우반동에 들어서며… 우반동이 속해 있는 보안면은 부안군의 남서부 곰소만에 인접하여 위치하며, 동쪽은 정읍시 고부면, 남쪽과 서쪽은 줄포면과 진서면, 그리고 북쪽은 상서면과 주산면에 접해 있는데 면적은 41.9㎢이다. 이곳의 산들은 노령산맥이 서해를 향해 달려서 우뚝 멈춰 선 형국으로 먼저 옥녀봉을 만들고, 계속 나아가 변산반도를 이루게 된다. 우반동은 호남 명산의 하나인 변산의 한줄기를 감싼 채 마을을 형성하고 있어서 한눈에 그 형세를 짐작할 수 있다. 우반동을 감싸고 있는 산으로는, 북서쪽은 해발432.7m인 옥녀봉이 있으며, 이 산은 감불마을 위쪽에 있는 삼예봉(390m)에 연결되어 있다. 이 …

가을을 장식하는 홍보석이어니…

  부안이 낳은 대시인 신석정은 1924년 ‘조선문단’을 통해 나온 시조시인 조운과도 알게 되었다. 전남 영광 출신인 그의 대표작으로는 ‘석류’가 유명하다.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은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조운/석류> 석정은 이를 입신의 경지가 아니고는 얻어 볼 수 없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석정은 그의 시집 ‘촛불’에 나오는 추고삼제 속에서 후원에 따뜻한 햇볕 굽어보면 장꽝에 맨드레미 고옵게 빛나고 마슬 간 집 양지끝에 고양이 조름 졸 때 울 밑에 석류알이 소리없이 벌어졌네 …

맛이 좋아 ‘맛’

  계화도갯벌의 또 하나의 보물 ‘대맛조개’ 계화도 갯벌의 펄 속에는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다. 그 중 단연 으뜸은 백합이다. 백합 다음을 꼽으라면…, 크고 맛이 좋아 예부터 인기가 좋은 ‘대맛조개 (Solen grandis, 죽합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맛조개 잡기란 쉽지가 않다. 잡는 시기는 날씨가 추운 겨울에서 이듬해 봄까지가 적기인데, 그것도 물이 많이 쓰는 싸리 때라야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대맛조개는 조간대 하부의 모래펄갯벌에서 구멍을 깊게 파고 사는데, 우선 펄 바닥에 뚫려 …

검모모각(黔毛暮角)

    저 당산나무는 수군들의 호각소리를 들었겠지… ‘변산의 얼’이라는 책에 부안의 노거수 3그루가 소개되어 있기에 찾아 나선 적이 있다. 내소사 마당과 운호리에 있는 당산나무는 그동안 많이 봐 온 터라 무심하게 사진만 찍고 말았는데, 구진 마을 뒷산에 있는 거대한 당산나무를 처음 보는 순간의 느낌은 달랐다. 산 중턱에 떡 버티고 서서 곰소만을 굽어보고 있는 그 위용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오죽하면 오줌을 싸려고 바지 지퍼로 손이 가다가 ‘이크크! 신령스런 나무 밑에 오줌 싸다 벼락 맞을라~’는 생각에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구진은 40~50여 가호의 …

가짜 이매창 시비

    부안사람들에게 성황산 서림공원은 어머니의 품처럼이나 아늑하고 넉넉한 휴식공간이다. 그런가하면 조선조 이래 부안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적으로 배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정서를 한층 더 풍요롭게 하여 주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이곳 서림공원에는 부안이 낳은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이매창의 시비가 두 기 세워져 있다. 한 기는 1974년 4월 27일에 매창기념사업회(회장 金泰秀)에 의하여 서림정(西林亭) 옆 금대(琴台) 아래에 세워졌는데, 이매창의 대표 시라 할 수 있는 <이화우(梨花雨) 흩날일 제>를 새겨 세운 시비이고, 또 한 기는 1997년 7월 1일에 부안군에서(군수 강수원) 세운 것으로 처음 세운 …

계화도봉수대(界火島烽燧臺)

  -위치: 계화면 계화리 산 119 ( E 126。38′,N 35。47′) -재료: 석축 -시대: 삼국시대 부안에서 14호 군도를 따라 창북리에 이르면 확트인 넓은 벌판 너머로 산뭉치 하나가 섬처럼 떠있다. 이 산뭉치가 계화도 계화산(246.3m,봉화산이라고도 한다.)이고, 이 드넓은 들판이 “계화미”로 유명한 계화도간척지평야이다. 계화도는 원래 문자 그대로 섬이었다. 1963년 제1차경제개발 5개년 사업의 하나로 간척공사가 시작되어, 계화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제1호 계화도-문포간 방조제 9,254m, 제2호 계화도-돈지간 방조제 3,556m를 순수 우리 기술진으로 막아 광활한 평야를 만들어 내었다. 이후 인구가 늘어나서 1976년 10월 2일에는 행안면에서 분리되어 계화출장소가 개소되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