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마다 골골마다를 붉게 물들이며 감이 익고 있다. 가을정취의 백미다.
예부터 감나무를 문무충절효(文武忠節孝)의 5절을 갖춘 나무라고 일컬었다. “잎이 넓어서 글씨 연습을 하기에 좋으므로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해 화살촉 재료로 쓰이므로 무(武)가 있고, 열매의 안팎 색깔이 똑같이 붉어서 충(忠)이 있으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열매가 달려 있으므로 절(節)이 있고, 치아가 없는 늙은이도 홍시를 먹으므로 효(孝)가 있다.”는 것이다.
조홍시가(早紅柿歌)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柚子(유자)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난
품어 가 반기리 업슬새 글노 설워 하나이다.
위 시조는 조선 중엽 박인로(朴仁老 1561-1642)가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으로부터 조홍시(早紅柿)를 대접 받고, 이미 돌아가신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지은 시조(時調)로 우리의 효(孝) 사상이 잘 베어 있다.
/허철희(200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