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좋아 ‘맛’

 

계화도갯벌의 또 하나의 보물 ‘대맛조개’

계화도 갯벌의 펄 속에는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다. 그 중 단연 으뜸은 백합이다. 백합 다음을 꼽으라면…, 크고 맛이 좋아 예부터 인기가 좋은 ‘대맛조개 (Solen grandis, 죽합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맛조개 잡기란 쉽지가 않다. 잡는 시기는 날씨가 추운 겨울에서 이듬해 봄까지가 적기인데, 그것도 물이 많이 쓰는 싸리 때라야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대맛조개는 조간대 하부의 모래펄갯벌에서 구멍을 깊게 파고 사는데, 우선 펄 바닥에 뚫려 있는 수많은 구멍 중에서 대맛조개 구멍을 구별해 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구멍을 찾아 ‘맛써개’ 혹은 ‘맛새’라고 부르는 철사꼬챙이를 집어넣으면 대맛조개가 놀라 꼬챙이 끝을 꽉 문다. 이 때 고난도의 기술을 발휘해 펄 밖으로 끄집어내야지 자칫 놓쳐버리고 만다.

크기는 길이 14 cm 정도 높이(폭) 3 cm 정도, 맛조개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맛조개보다 훨씬 굵다. 대나무 마디처럼 생겼다 하여 부안사람들은 ‘죽합’이라고 한다. 샤브샤브나 구이로…, 국(특히 김치국) 끓여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대맛조개/구멍을 찾아 ‘맛써개’ 혹은 ‘맛새’라고 부르는 철사꼬챙이를 집어넣으면 대맛조개가 놀라 꼬챙이 끝을 꽉 문다. 이 때 펄 밖으로 끄집어낸다.(계화도갯벌에서)ⓒ부안21

 

쇠고기하고도 안 바꿔 먹는다는 ‘참맛’

계화도갯벌의 명물이 백합이라면 마포갯벌의 명물은 참맛(학명 돼지가리맛(Solecurtus divaricatus, 발가리맛조개과))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갈맛’이라고도 부른다. 변산사람들은 이 참맛으로 얼큰하게 무우국이나 김치국 끓여 먹는데, 맛이 하도 좋아 ‘쇠고기하고도 안 바꿔 먹는다’고 한다. 어쨌든 맛 종류는 다 맛이 좋은데 그래서 ‘맛’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참맛은 조간대 하부의 모래펄갯벌에 깊게 구멍을 파고 사는데, 부안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하섬 갯벌에서만 난다. 조가비의 크기는 길이 7cm 정도 높이폭 3 cm 정도의 원통형으로 다른 맛조개류에 비해 짧고 굵으며 육질이 풍성하다.

참맛을 잡는데도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펄 속에 아무리 참맛이 많이 묻혀 있다고 하더라도 잡을 엄두를 못 낸다. 펄 바닥에 무수하게 나 있는 구멍들 중에서 참맛 구멍을 찾기부터가 쉽지 않다.

구멍은 대소 1쌍인데 3~4 cm 간격으로 붙어 있다. 이는 참맛의 몸에는 두 개의 수관입수관과 출수관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개류들이 그렇지만, 참맛도 입수관을 통하여 바닷물을 계속 빨아들여 그 속에 함유 된 유기물을 걸러 먹고, 걸러낸 물은 출수관을 통하여 내뿜는다.

참맛을 잡기 위해서는 삽으로 구멍을 추적하며 파내려가야 한다. 이때 정확하고도 신속한 동작이 요구된다. 작은 구멍 아래 10cm 지점을 겨냥하여 재빨리 삽을 찔러 넣어야 한다. 동작이 느리면 참맛은 이미 깊이 파 둔 구멍 저 아래로 몸을 숨기고 만다.

 

▲참맛/참맛을 잡기 위해서는 삽으로 구멍을 추적하며 파내려가야 한다. 이때 정확하고도 신속한 동작이 요구된다. 동작이 느리면 참맛은 이미 깊이 파 둔 구멍 저 아래로 몸을 숨기고 만다.(하섬에서)ⓒ부안21

 

맛소금으로 잡는 맛조개

예전에는 못 보던 조개류가 언제부터인가 마포갯벌에 출현했다. 바로 맛조개(Solen strictus, 죽합과)이다. 갯벌에 변화가 온 것이다.

맛조개는 조간대 중·상부 모래펄갯벌에서 구멍을 깊게 파고 산다. 대맛조개처럼 생겼으나 크기는 길이 12∼14 cm 정도 높이(폭) 1.5~2 cm 정도로 훨씬 더 가늘고 둥글다. 황갈색의 껍데기는 광택이 나며 얇아서 잘 부스러진다.

이 맛조개를 잡는 방법은 매우 이색적이다. 갯벌바닥을 3~5 cm 정도 걷어내면 은행알의 단면 같은 구멍이 나타나는데 이 곳에 맛소금을 집어넣으면 잠시 후 맛이 밖으로 솟구쳐 나온다. 이 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놀란 맛조개는 굴속으로 깊이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어째서 구멍에 맛소금을 집어넣으면 맛조개가 구멍 밖으로 솟구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맛소금으로 인해 갯벌환경이 많이 악화된다고 하니 삼가야할 채취방법인 것 같다.

 

▲맛조개/모래를 5 cm 정도 걷어내면 구멍이 나타나는데 이 곳에 맛소금을 집어넣으면 잠시 후 맛이 밖으로 솟구쳐 나온다.(마포갯벌에서)ⓒ부안21

 

가리맛조개

가리맛조개(Sinonovacula constricta, 작두콩가리맛조개과)는 전국 어느 갯벌에서나 흔하게 난다. 그러기에 흔하게 맛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가리맛이다. 중국집 짬뽕의 맛살이 바로 이 가리맛이다.

가리맛은 조간대 상·중부의 진펄갯벌에 산다. 조가비는 앞뒤로 길쭉하며 양쪽 끝이 둥글고 긴 직사각형 형이다. 껍데기의 색깔은 황갈색이고 주름져 있으며 보통 꼭지 부분은 벗겨져 회백색이 드러나기도 한다. 크기는 길이 9 cm 정도, 높이(폭) 2.5 cm 정도의 원통형이다.

보통 구멍 두 개를 3∼4 cm 정도 간격으로 뚫고 수관을 밖으로 내밀어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먹는데 30∼60 cm 정도로 비교적 깊게 구멍을 파고 사는데, 가리맛 잡이도 대맛조개 잡이에서처럼 ‘써개’ 혹은 ‘맛새’라 부르는 도구와 갈구리를 이용한다.

 

▲가리맛/가리맛 잡이도 대맛조개 잡이에서처럼 ‘써개’ 혹은 ‘맛새’라 부르는 도구를 이용한다.(돈지갯벌에서)ⓒ부안21

/글 사진 허철희
2005·09·3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