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투구꽃’과의 만남

  깊어가는 가을, 투구꽃이 눈길을 끈다. 매혹의 보랏빛, 전사들의 투구처럼 생긴 독특한 자태로 취나물, 구절초, 산국 등 국화과 식물 일색인 늦가을 숲을 압도한다.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산에서 자란다. 문헌에는 속리산 이북에 자란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변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키는 약 1m쯤 자라는데 덩굴식물도 아닌 것이 비스듬히 자란다. 잎은 단풍잎 모양으로 3~5갈래로 잎자루 근처까지 깊게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비스듬히 누운 가지 위에 무리지어 핀다. 시기는 조락의 기운이 감도는 9월 말경부터 피기 시작하여 10월에 …

신목, 오리솟대, 입석짐대가 어우러진 우동리당산

    마을지킴이 신을 섬기는 민간신앙(9) 우동리 마을의 지킴이 신 모시기<2> 우동리 당산 구조의 특성 우동리(牛東里)마을에 들어서면 마을의 입구 당산거리에 하늘을 덮으며 무성하게 뻗은 팽나무 당산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 백년 된 노거수(老巨樹)의 신목(神木) 한 그루가 무성하게 마을 입구를 덮고 있는 이 동구당산(洞口堂山)은 짐대 입석(立石)과 오리 솟대까지 갖춘 토속적인 무격적인 바탕위에 풍수적인 조형물까지 곁들려 마을 지킴이 신을 받들고 있음을 볼 때 당산 할머니의 영험한 신력(神力)이 몸에 와 닿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당산을 “짐대 할매”라고도 부른다. 이는 …

[왕등의 육상생태] 왕등도에서 만난 들꽃

  왕등도에는 어떤 식물들이 살고 있을까? 9월12일 왕등도 탐방 첫째날, 일행들은 섬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며느리밑씻개가 지천으로 피어 우리 일행을 반긴다. 며느리밑씻개 사이사이에서 “나도요‘ 하며 닭의장풀, 가막사리, 한련초도 얼굴을 내민다. 환삼덩굴이 간재선생유허비 주변 언덕 일대를 우점한 채 며느리밑씻개, 닭의장풀 등을 꽤나 못살게 굴며 타의 접근을 불허하는 태세다. 생명력이 강하기로는 이 환삼덩굴을 따를 식물이 없어 보인다. 어떤 이는 이 환삼덩굴이 있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때문에 자연이 그나마 좀 보존된다며 환삼덩굴의 순기능적 역할을 역설하기도 한다. 마을에 들어섰다. …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붙듭니다-명곡과 시를 좋아했던 소녀, 김용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붙듭니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진 한 장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지요. 지난 10월 19일 백산고등학교 정재철 선생과 돈지 김용화 할머니를 찾아뵈었는데, 그동안 못 보던 사진 한 장이 액자에 고이 담겨 있기에 우선 촬영부터 했습니다. 조카들이 늦게야 이 사진을 발견하고 확대 복사해 한 장씩 나눠 갖고 할머니에게도 한 장 보내주었답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바로 김용화 할머니입니다. 사회주의 노선의 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의 둘째 딸이지요. 할머니는 1919년에 태어나셨으니 올해로 아흔이십니다. 할머니의 …

사라진 줄포항, 그 근대의 기억

  줄포. 한자로는 茁浦로 표기한다. 茁자를 자전에서 찾아보면 “1. 풀이 처음 나는 모양 2. 싹이 트다. 풀이 싹트는 모양 3. 동물이 자라는 모양 4. 성 5. 풀 이름”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한자를 들여다보면 사물의 움직임에 대해 상당히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줄포의 역동성을 미리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조 말엽 줄포는 건선(乾先)면으로 불리었으나 1875년 항만이 구축되면서 건선면에서 줄포면으로 개칭되었다. 이전부터 부른 줄래포를 개칭한 것이다. 줄포는 1900년대 초 서해안 조기의 3대어장 중의 하나인 칠산어장을 안고 근대의 항만으로 발전하였다. 곡창지대 호남평야의 …

벽해(碧海)가 상전(桑田)되다-는들바위와 아기장수 전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벽해상전碧海桑田이라고나 해야 할까? 푸른 바다가 뽕나무 밭이 된 곳이 있다. 지난 해 물길이 막혀 바다로서의 그 명을 다한 새만금이 그곳이다. 그 중에서, 위의 사진의 장소는 하서 월포 앞바다이다. 그 좋던 바다, 그 좋던 갯벌은 어느새 잡초가 무성하고…, ‘변산의 제일 높은 의상봉이 잠겨야 이 바위도 잠긴다’고 전해오는그 유명한 는들바위가 잡초 너머로 보인다. 말대로 는들바위는 비록 나즈막하지만 물에 잠길 리 없어 보인다. 는들바위에는 유명한 …

변산에 퍼지는 ‘꽃향유’ 향기

  그동안 나름대로 변산을 누비며 들꽃들을 사진기에 담아왔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꽃들이 있다. 변산에는 아예 자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기억나는대로 몇을 꼽자면 얼레지, 꽃향유, 마삭꽃, 처녀치마, 노랑물봉선 등이다. 그런데 꽃향유를 엊그제 찾았다. 꽃향유는 서울근교에서는 흔하게 봐온 꽃이다. 문헌에 전국 전역 뿐 아니라 만주에까지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변산 어딘가에도 분명히 자생할 텐데.., 그동안 다 뒤지고 다녀도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았던 것을 엊그제 반갑게 만난 것이다. 꽃향유는 격포의 인적이 뜸한 산자락, 볕도 옹색한 곳에 …

우동리 마을의 지킴이 신 모시기-우동리당산제

  마을지킴이 신을 섬기는 민간신앙(8) 우동리 마을의 지킴이 신 모시기<1> 우동리 마을의 역사와 문화 보안면(保安面) 우동리(牛東里)는 우리 부안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역사․문화가 거의 원 형태로 남아 있는 뿌리 깊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양반문화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조선조시대 약 450여년에 걸친 부안김씨(扶安金氏)들의 고문서(古文書)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그 일부를 한국정신문화연구원(韓國精神文化硏究院)에서 1983년에 《고전자료총서(古典資料總書)》 83-3호로 간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들 고문서들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제900호로 지정하여 보존각을 지어 보존 전시하고 있다. 이들 고문서들의 자료 내용은 문과(文科) 급제자에 주는 홍패(紅牌)와 생원(生員) 진사시(進士試) 합격자에게 주는 백패(白牌)를 비롯하여 4품관 이상에 …

“가을 하늘빛 맑은 미소”-닭의장풀

  가을로 접어든 요즘, 닭의장풀이 지천으로 피어 늦더위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가을 하늘빛 만큼이나 맑고 밝은 미소를 선사한다. 닭의장풀(외떡잎식물의 닭의장풀과/Commelina communis L.)은 전국의 길가나 밭가, 숲 가장자리의 다소 습한 곳에서 흔하게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고, 꽃잎이 닭의 볏을 닮마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달개비’ 혹은 ‘닭개비’, ‘닭의밑씻개’, ‘닭의발씻개’, ‘닭의꼬꼬’라고도 불린다. 꽃은 한여름인 8월에서 초가을까지 핀다. 꽃이 작은데다 흔하게 피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못 끄는 꽃이다. 그렇지만 눈여겨보면 아주 예쁘고, 세상 그 어느 식물과도 …

십승지지(十勝之地) 변산-전란기에 난을 피해 살만한 곳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1509~1571)는 조선 명종 때 이름이 높았던 예언가이다. 프랑스의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그는 역학, 풍수, 천문, 복서, 관상 등에 능하여 관상감에서 종6품 벼슬인 천문교수(天文敎授)를 지냈다. 그는 1575년(선조8)의 동서분당을 예언하였고, ‘임진년에 백마 탄 사람이 남으로부터 나라를 침범하리라’ 하였는데 과연 가토오키요마사(加藤靑正)가 백마를 타고 쳐들어와 임진왜란을 정확히 예언하였다 한다. 그는 소년 시절에 고향인 울진의 불영사에서 신승(神僧)을 만나 비결을 전수받고 전국의 명산을 둘러보았다 하는데 그가 남긴 글인 <남사고비결>, <남격암십승지론>이 <정감록>에 수록되어 전한다. 그는 어지러운 전란기에 난을 피해 살만한 곳으로 <남격암십승지론>에 다음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