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 오리솟대, 입석짐대가 어우러진 우동리당산

 

 

마을지킴이 신을 섬기는 민간신앙(9)
우동리 마을의 지킴이 신 모시기<2>

우동리 당산 구조의 특성

우동리(牛東里)마을에 들어서면 마을의 입구 당산거리에 하늘을 덮으며 무성하게 뻗은 팽나무 당산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 백년 된 노거수(老巨樹)의 신목(神木) 한 그루가 무성하게 마을 입구를 덮고 있는 이 동구당산(洞口堂山)은 짐대 입석(立石)과 오리 솟대까지 갖춘 토속적인 무격적인 바탕위에 풍수적인 조형물까지 곁들려 마을 지킴이 신을 받들고 있음을 볼 때 당산 할머니의 영험한 신력(神力)이 몸에 와 닿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당산을 “짐대 할매”라고도 부른다. 이는 짐대를 당산과 동일시하여 부르는 호칭이며, 할매는 할머니의 이 지방 방언(方言)인데 대부분의 당산신이 할아버지 당산과 할머니 당산인 부부 당산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 마을의 할아버지 신격의 당산은 마을 뒷산의 산신(山神)이다. 우동리 당산은 마을 뒷산 노선봉(老仙峰) 밑 주령(主嶺) 날맹이의 천룡(天龍)에 있는 산신(山神)을 주신으로 하여 마을 수호의 신으로 모시는 천룡 당산(상당산:上堂山)과 마을 앞 동구에서 마을의 입구를 지켜주는 당산할매(하당산:下堂山)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마을의 공동신앙체인 민간신앙에 풍수신앙(風水信仰)이 끼여들어 습합된 짐대의 입석(立石)이 함께 어우러진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우동리 당산구조의 특색이라 할 것이다.

입석(立石)의 짐대신앙은 샤만적인 무속신앙(巫俗信仰)과는 그 맥이 다른 풍수사상(風水思想)에서 발원된 것이지만 마을의 제액진경(除厄進慶)과 번창을 위한 비보적(裨補的)인 기능면에서는 당산의 기능과 합일이 되므로 쉽게 습합이 되었을 것이다.

풍수신앙에서는 마을의 형국이 배가 항진하는 형국인 행주형국(行舟形局)일 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복되고 번창하는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인지 마을이나 읍락(邑落)의 형국이 행주형국이라는 곳이 많이 보인다. 평양, 경주 등이 대표적인 행주형의 읍락이고, 낙안읍성(樂安邑城)도 행주형이라 하며, 이곳 우동리도 행주형국이어서 배가 균형을 잡고 순항을 할 수 있게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하여주는 비보적 기능의 짐대를 세운 것이라고 하며, 또는 마을의 어느 한쪽이 아무런 거침이 없게 트여 있으면 마을의 재복(財福)이나 부귀(富貴)의 기운이 그쪽으로 새어나감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구(水口)막이로도 짐대를 세운다고도 한다. 우동리마을 앞에는 이와 같은 입석 짐대가 세 곳에 세워져 있다.

할매 당산의 신목 밑둥에 바짝 붙여 세워진 이 짐대석은 높이가 246cm, 밑둘레가 182cm 크기인데 여러 아름드리로 자란 이 당산나무가 심어진 초기부터 함께 세워진 것인지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어 버렸음은 우리의 토속신앙과 풍수신앙의 습합의 역사가 오래 전부터였음을 말하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동리 당산은 다른 마을 당상과는 좀 다르다. 수령 300년쯤 되는 팽나무와 짐대석, 그리고 오리형 솟대로 이루어진 당산이다. 짐대석은 아름드리 팽나무속에 한몸되게 박혀 있는데, 원래는 나무 옆에 세웠던 짐대석이 나무가 커지자 나무와 한 몸체가 되었다고 한다.ⓒ부안21

그리고 당산나무 좌우에 10여 m 쯤의 오리 솟대 신간주(神竿柱)가 서 있다. 2년 격년제로 당제를 모실 때마다 새로 조성하여 세우는 이들 솟대는 소나무 장대위에 나무로 만든 오리 한 마리를 얹었으며, 오리의 몸통 좌우에는 250cm 길이의 죽편(竹片)으로 된 일곱 가닥의 긴 날개가 드리워져 있는 전형적인 오리 솟대다. 이와 같은 오리 솟대도 당산신을 돕는 하위신격(下位神格)의 보조 당산이다.

앞 당산이며 할머니 당산인 노거수 신목이 서 있는 당산거리에는 이와 같이 신목, 오리 솟대, 입석 짐대가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당산제는 물론이요 그에 따른 제의의 놀이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음에 비하여 웃당산 천룡제를 지내던 곳에는 그 신체가 될만한 아무 것도 없다. 마을 뒤 솔밭 일정한 장소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우동리 마을의 천룡제(天龍祭)는 산신제란 명칭의 다른 표현이다. 천룡이란 민간에서 천신, 산신이 높은 산으로 내려와 깃들여 있는 곳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마을을 수호하여 주는 천신, 산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 천룡이요 집안에서는 뒤꼍, 장독대 주변을 천룡이라 하며, 울안의 가택신 중 최고의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당산제로서의 천룡제, 또는 산신제는 웃당산(상당산 즉 할아버지 당산)을 뜻하며 웃당산이란 말은 마을을 수호하는 당산 중 주격신(主格神)을 의미한다.

평야지역의 당산구조에 있어서는 웃당산 신인 산신의 비중이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편이지만 산간지역에서는 최고의 당산신으로 받든다. 소백산맥 주변지역인 무주, 진안, 장수 등지의 당산을 보면 대부분의 마을 당산이 웃당산인 산신제와 앞당산인 누석조탑제(累石造塔祭)로 행하여지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웃당산신이 깃들어 있는 곳으로는 마을 뒷산의 주령의 날맹이거나 너럭바위, 큰 암석밑 또는 신목인 경우가 많고 앞당산은 30cm 내외의 자연석을 2내지 3m 높이의 원추형으로 쌓아 올린 조탑 당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산간지역 마을들의 당산제에서 산신을 모시는 웃당산제는 화주(化主)와 제관, 축관만이 참여하며 젯상에 올리는 메밥도 반드시 현장에서 밥을 지어 올리는데 이와 같은 제의의 형식은 부안읍내 향교마을 산신제나 우동리의 천룡제에서도 그러하다.


/김형주


김형주
는 1931년 부안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소재(素齋)이다. 전북대학교를 나와 부안여중, 부안여고에서 교사, 교감, 교장을 역임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부안향토문화연구회와 향토문화대학원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향토문화와 민속’, ‘민초들의 지킴이 신앙’, ‘부안의 땅이름 연구’, ‘부풍율회 50년사’, ‘김형주의 부안이야기’, ‘부안지방 구전민요-민초들의 옛노래’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전북지역 당산의 지역적 특성’, ‘부안읍 성안 솟대당산의 다중구조성과 제의놀이’, ‘이매창의 생애와 문학’, ‘부안지역 당산제의 현황과 제의놀이의 특성’ 외 다수가 있다. 그밖에 전북의 ‘전설지’, ‘문화재지’, 변산의 얼‘, ’부안군지‘, ’부안문화유산 자료집‘ 등을 집필했다.

(글쓴날 : 200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