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지(十勝之地) 변산-전란기에 난을 피해 살만한 곳

 

▲변산면 우동리 우동저수지 위에 있는 굴바위(안)ⓒ부안21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1509~1571)는 조선 명종 때 이름이 높았던 예언가이다. 프랑스의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그는 역학, 풍수, 천문, 복서, 관상 등에 능하여 관상감에서 종6품 벼슬인 천문교수(天文敎授)를 지냈다. 그는 1575년(선조8)의 동서분당을 예언하였고, ‘임진년에 백마 탄 사람이 남으로부터 나라를 침범하리라’ 하였는데 과연 가토오키요마사(加藤靑正)가 백마를 타고 쳐들어와 임진왜란을 정확히 예언하였다 한다. 그는 소년 시절에 고향인 울진의 불영사에서 신승(神僧)을 만나 비결을 전수받고 전국의 명산을 둘러보았다 하는데 그가 남긴 글인 <남사고비결>, <남격암십승지론>이 <정감록>에 수록되어 전한다. 그는 어지러운 전란기에 난을 피해 살만한 곳으로 <남격암십승지론>에 다음 열 곳을 꼽았다.

공주(公州)의 유구(維鳩)와 마곡(麻谷)
무주(茂州)의 무풍(茂豊)
보은(報恩)의 속리산(俗離山)
부안(扶安)의 변산(邊山)
성주(星州)의 만수동(萬壽洞)
봉화(奉化)의 춘양(春陽)
예천(醴川)의 금당곡(金唐谷)
영월(寧越)의 정동상류(正東上流)
운봉(雲峰)의 두류산(頭流山)
풍기(豊基)의 금계촌(金鷄村)

이 열 곳을 십승지지라 하며 변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扶安 壺岩之下 邊山之東 藏身最奇 然耽羅作異地則不可(부안 호암 아래 변산의 동쪽은 몸을 숨기기에 가장 적당하다. 그러나 탐라가 다른 나라 땅이 되면 불가하다.)

▲변산면 우동리 우동저수지 위에 있는 굴바위(밖). 이 굴에 불을 때면 연기가 열흘 후 해창으로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부안21

여기서 호암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현재 호암이라 불리는 바위가 없기 때문이다. 병처럼 생긴 바위일 것으로 생각하여 개암사 뒤 울금바위가 호암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고 보안면 우동 저수지 위에 있는 우반이굴이 있는 굴바위가 호암이라고 하는 주장도있다. 이 굴바위에서 동쪽으로 선계폭포 위에 선계안이란 곳이 있다. 여기에 선계사란 절이 있었는데 이 곳 선계안이 바로 십승지지라는 것이다. 또한 중계분지(현재 이곳은 부안댐 건설로 물에 잠겨있다.)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사자동, 노적리, 새재 등 내변산 각 골짜기에 있는 여러 마을들도 깊이 숨어 살기에 최적인 곳들이다. 그래서 특정 지점을 찾을 게 아니라 내변산 전체를 십승지지로 보자는 견해도 있다.


/허정균(200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