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투구꽃’과의 만남

 

깊어가는 가을, 투구꽃이 눈길을 끈다. 매혹의 보랏빛, 전사들의 투구처럼 생긴 독특한 자태로 취나물, 구절초, 산국 등 국화과 식물 일색인 늦가을 숲을 압도한다.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산에서 자란다. 문헌에는 속리산 이북에 자란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변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키는 약 1m쯤 자라는데 덩굴식물도 아닌 것이 비스듬히 자란다. 잎은 단풍잎 모양으로 3~5갈래로 잎자루 근처까지 깊게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비스듬히 누운 가지 위에 무리지어 핀다. 시기는 조락의 기운이 감도는 9월 말경부터 피기 시작하여 10월에 절정을 이룬다. 꽃잎은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잎 속에 들어 있어 잘 보이지 않고, 수술은 많고 수술대는 밑부분이 넓어지며 씨방은 3∼4개로서 털이 난다.



보약재이자 사약재인 ‘초오’

한방에서는 투구꽃의 덩이뿌리를 초오(草烏)라 하여 두통, 복통, 종기, 반신불수, 인사불성, 구안와사에 쓰인다. 풍습증으로 인한 마비증상이나 인사불성, 류머티즘성관절염, 신경통, 요통, 파상풍 등에 쓰이는 좋은 약재이다.

그런가하면 왕이 반역 죄인에게 내리는 사약의 재료 또한 바로 이 초오다. 초오 2뿌리를 한두 시간 끓인 후에 그 물을 마시면 그 자리에서 위장에 토혈을 일으켜 죽게 된다는 맹독성 식물이다. 초오의 독은 옛날부터 화살촉이나 창촉에 발라 사냥에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초오의 독이 사냥에 유리한 점은 이 독으로 살해한 동물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초오의 독성분은 아코니틴, 히파코니틴, 야파코니틴, 에사코니틴 등의 일련의 초오 알카로이드인데 아코니틴은 동물의 체내에서 가수분해 되어 벤조일 아코니틴을 거쳐서 아코닌으로 되어, 독성은 2백분의 1정도로 감소된다고 한다.

초오속 식물은 북반구의 온대와 아한대에 약 20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8종이 있다고 한다. 투구꽃, 각시투구꽃, 키다리바꽃, 지리바꽃, 이삭바꽃, 한라돌쩌귀, 진돌쩌귀, 세잎돌쩌귀, 가는돌쩌귀, 놋젓가락나물 등이 초오속에 속한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초오에는 세잎돌쩌귀를 비롯하여 놋젓가락나물, 한라돌쩌귀, 지리바꽃, 투구꽃 등의 모근 및 자근이 혼합되어 있다고 한다.


/허철희(2007·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