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해(碧海)가 상전(桑田)되다-는들바위와 아기장수 전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벽해상전碧海桑田이라고나 해야 할까? 푸른 바다가 뽕나무 밭이 된 곳이 있다. 지난 해 물길이 막혀 바다로서의 그 명을 다한 새만금이 그곳이다.

그 중에서, 위의 사진의 장소는 하서 월포 앞바다이다. 그 좋던 바다, 그 좋던 갯벌은 어느새 잡초가 무성하고…, ‘변산의 제일 높은 의상봉이 잠겨야 이 바위도 잠긴다’고 전해오는그 유명한 는들바위가 잡초 너머로 보인다. 말대로 는들바위는 비록 나즈막하지만 물에 잠길 리 없어 보인다.

는들바위에는 유명한 설화가 서려 있다. 아래에 이를 소개하자면…

▲새만금 물길이 막히기 전의 는들바위, 사진 위는 밀물 때, 사진 아래는 썰물 때ⓒ부안21

는들바위와 아기장수

하서면 月浦 앞바다 200미터쯤에 사람 한 길 정도 높이의 삿갓 모양의 바위가 솟아 있다. 바닷물이 들고 남에 따라 늘어났다 작아졌다 한다 하여 「는들바위」라 부른다는데, 이 바위에는 그 유명한 아기장수 전설이 얽혀 있다.

옛날 월포 마을 옆 長信浦 마을에는 柳씨 성을 가진 부부가 살았는데 생활은 넉넉하나 나이 50이 되도록 혈육 한 점 없는 것이 한이어서 두 부부는 늘 한탄하여 왔다.

하루는 부부가 의논하여 부처님께 불공을 드려보기로 하고 邊山의 절에 들어가 백일동안 정성을 다하여 공을 들였더니, 부처님의 영험으로 태기가 있어 그로부터 열 달 후에 옥동자를 낳았다. 부부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 사람들도 모두 함께 기뻐하였다.

그런데 이 잘생기고 귀한 아기에게 한 가지 흠이 있었으니,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울기만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달래어도 소용이 없고, 부부가 서로 교대로 업어주고 안아주건만 막무가내로 울기만 하는데 그 소리 또한 우렁차고 커서 이제는 마을 사람들도 듣기 싫어하고 미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잠이 든 사이 잠간 빨래를 하고 들어와 보니 그때까지도 조용하였다. 지금까지 자나 하고 문틈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니 이게 웬일인가? 아기는 책을 뜯어 다닥다닥 붙여 놓은 벽의 글자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부인이 놀라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글 읽기를 멈추고 또 다시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 남편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남편은 미친 소리라 하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 후 어느 날, 방안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그치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므로 부부가 함께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아이가 방안의 천정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남편이 아이의 겨드랑을 살펴보니 새털 같은 작은 날개가 나 있었다. 이를 본 부부는 서로 쳐다보며 할 말을 잊고 말았다.

한참 만에 남편이
「이것 큰일 났소, 큰 장수감이 태어난 모양이오. 보통 일이 아니요」
하고 걱정하니 부인이
「큰 장수가 나면 나라에서 가만 두지 않는다면서요. 천행으로 얻은 아이인데 어떡하면 좋지요?」
하고 역시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참만에 남편은
「우리같이 미천한 집에 요술까지 하는 장수감이 태어난 줄 알면 나라에서 역적으로 몰아 죽이고 우리 집안도 모두 도륙을 당할 터이니,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하루 빨리 죽여 없애버립시다. 」
하는 것이었다.

부부는 근심근심 하다가 다듬이 돌로 눌러 아이를 죽여 버렸다. 그러자 어디서인가 눈부시게 하얀 白馬 한 마리가 뛰어와 슬피 울면서 유씨 집을 밤낮 사흘을 돌면서 울더니 월포 앞바다의 는들바위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이 백마는 죽은 아기가 장차 타고 다닐 말인데 제 주인이 죽으니 슬피 울었던 것이다.

이 는들바위는 그 흰 용마가 그 밑에서 항시 떠받고 있기 때문에 바닷물이 많으나 적으나 항시 그만큼 솟아있다 하며 그래서 ‘는들바위’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이 바위가 물에 잠기려면, 변산의 제일 높은 의상봉이 잠겨야 이 바위도 잠긴다고 한다.

또, 변산면의 대항리 앞바다에 「빡스바위」라는 바위가 있는데 는들바위 속으로 들어간 백마가 삼일 동안 나오지 않을 때 이 빡스바위에도 큰 백마가 나타나 울면서 뛰어다녀 그 발자국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전하고 있다.

월포 옆에 金光洞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 금광동을 백련리에서는 「마이산 등지」 또는 「마이산 번덕지」라 부르고 있는데, 이는 「馬下山등성이」 즉, 말이 내려온 등성이란 뜻으로 용마와 장수가 나올 혈이 이 근처에 있다는 풍수설에 근거해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자료출처:1990년 전라북도 발행 ‘전설지’


/부안21(200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