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든 요즘, 닭의장풀이 지천으로 피어 늦더위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가을 하늘빛 만큼이나 맑고 밝은 미소를 선사한다.
닭의장풀(외떡잎식물의 닭의장풀과/Commelina communis L.)은 전국의 길가나 밭가, 숲 가장자리의 다소 습한 곳에서 흔하게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고, 꽃잎이 닭의 볏을 닮마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달개비’ 혹은 ‘닭개비’, ‘닭의밑씻개’, ‘닭의발씻개’, ‘닭의꼬꼬’라고도 불린다.
꽃은 한여름인 8월에서 초가을까지 핀다. 꽃이 작은데다 흔하게 피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못 끄는 꽃이다. 그렇지만 눈여겨보면 아주 예쁘고, 세상 그 어느 식물과도 닮지 않은 개성 있는 꽃이다.
닭의장풀은 꽃잎이 세 장 난다. 두 장의 꽃잎은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 모습 같고, 나머지 아주 작은 한 장은 다른 두 장의 꽃잎 밑에 붙어 있는데 반투명이어서 눈에 잘 띠지 않는다.
가을 하늘빛 꽃잎을 배경으로 드러나는 샛노란 수술은 매우 강렬하다. 수술은 여럿 붙어 있지만 실제로 제 기능을 하는 것은 나비의 더듬이처럼 길게 튀어나온 2개의 수술뿐이다.
잎은 밑이 둥글고 끝은 뾰족하여 서로 어긋나게 달린다. 줄기는 높이 15-50cm 정도 자라며 마디가 있는데, 마디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줄기가 끊어져도 다시 자라며 퍼져나갈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풀이다.
닭의장풀은 닭과 연관된 이름 외에도 번루 등의 이름도 있고, 꽃잎이 오리발과 닮아 압각초, 꽃이 푸르다하여 남화초, 벽선화, 또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다 하여 죽절채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옛 선비들은 이 풀을 수반에 기르면서 꽃이 피는 대나무라 하여 아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이뇨제, 신장질환, 해열, 천식, 위장염, 신경통 등에 쓰인다. 특히 닭의장풀차는 비만과 당뇨에 좋다는데 실제 동물 실험에서 혈당을 낮추는 성분이 있다는 게 입증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꽃잎은 하늘빛 물을 들이는 염료로도 쓴다.
/허철희(2007·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