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도 ‘백합’의 운명

 

▲중국산 백합_이제 부안시장에서 계화도산 백합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허여멀그레한 중국산 백합이 주인행세를 한다.

백합은 하구역의 고운 모래펄갯벌에서 잘 자란다.
그러기에 전국 유일의 강다운 강인 만경, 동진강 하구역인
김제의 거전갯벌과 부안의 계화도갯벌에만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강을 똥구멍 틀어막듯이 막기 시작하자
이 지역의 백합들은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33킬로의 방조제 중 4.5킬로 정도만 남겨놓은 지금
백합은 멸문지화 직전에 놓여 있다.
작년(2002년),
계화도 주민들은 그래도 손을 놓을 수 없어
걧벌에 나가 ‘그리질’을 해보지만
매번 뱃삯도 못 건진 채 빈구럭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금은 아예 갯벌에 나가지 않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자 백합의 고장인 부안시장에서도
땟깔 좋은 계화도산 백합대신에
허여멀그레한 중국산 백합이
가끔씩 물정모르는 외지인에게 ‘계화도산 백합’으로
둔갑해 팔리는 실정이다.

▲(맨위) 계화도산 백합_중국산에 비해 껍데기에 윤기가 흐르고 색깔, 무늬가 선명하다. (가운데) 바람모퉁이에서 본 장신포 해안_멀리 계화도가 보인다. 지난 1월30일 부안지방에 한파가 급습했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인 해창, 장신포 해안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꽁꽁 얼었다. 그런데 방조제 바깥쪽 대항리, 변산해수욕장 해안은 얼지 않았다. 이는, 방조제 안쪽은 유속이 느린데다 그믐이 겹쳐 얼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맨아래) 최근에 인공위성으로 잡은 새만금_방조제 안쪽의 유속은 느릴 수밖에 없다.

김석철 교수는 방조제도 살리고 갯벌도 살리는
‘새만금 바다도시’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새만금사업이 시작된 후(10여년 동안)
이 지역 연안생태계는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군산대 이충렬(생물학과)교수는
90~95년, 97년 10월부터 99년 4월까지 2차에 걸쳐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등 새만금방조제 안쪽 네 곳과
바깥쪽 한 곳 등 다섯 곳에서 이 일대에서 서식하는 어류환경을 조사했다.
그 결과. 1차 조사 때는 158종,
2차 조사 때는 107종으로 1차 조사 대의 158종보다 32%인
51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갯벌에서 서식하는 저서성 어류로 1차에서 확인 된
‘짱뚱어’와 ‘황줄망둥어’는 2차조사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아
갯벌환경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해석했다
또 새만금갯벌에서 서식하는 고유어종인 ‘둥근물뱀’도 수가 격감하고 있으며,
‘말뚝망둥어, 아작망둥어, 오셀망둥어’ 등도
1차조사 때보다 출현빈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충렬 교수가 2차 조사를 벌인 시점은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그 후로 농기공은 ‘저 만큼 했는디…’의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방조제 늘리는 작업에 주력했다.
그런 결과 지금은 약 4.5킬로를 남겨놓고 있다.
방조제 길이가 길어지는 만큼 안쪽의 유속은 느려지고 죽벌은 쌓여
멸문지화를 당하는 종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이다.
자세히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얼마나 많은 종이 새만금에서
사라졌을지, 사라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 중에서 백합은 눈에 잘 띄는 종이기에
그들의 멸종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뭇생명을 품을 수 없는 갯벌은 갯벌이 아니다.
냄새 진동하는 ‘죽뻘’일 뿐이다.
이런 죽뻘 위에 해상도시 건설이라니…?
.
.
.
거듭 밝히는 바이지만
갯벌을 살리는데는 대안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방조제를 헐어내 물길을 터주는 길 뿐이다.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3년 02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