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쟁이국은 복숭아꽃이 지기 전에 먹어야…

 

 

▲변산 대항리 어살에 갇힌 복어, 20여종이 넘는 복어 중에서 참복과의 복섬이다. 변산사람들은 ‘복쟁이’라고 부른다. 복어의 위에는 팽창주머니가 있어 위험을 느끼면 이 주머니에 공기를 넣어 배를 공처럼 부풀게 하여 위험을 피한다.

부안사람들이 ‘복쟁이’라고 부르는 복어는 볼록한 배, 맹렬한 독으로 상징된다. 허지만 복어만큼 맛 좋은 생선이 또 있을까? 육질이 쫄깃하고 지방이 적기 때문에 맛이 담백할 뿐 아니라, 비타민B가 풍부하여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또 미나리를 듬뿍 넣고 끓인 국은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에 숙취에 아주 그만이다.

그러나 복어가 가지고 있는 “테트로드톡신”이라는 독은 맹렬해서 복어 무리 이외의 모든 동물이 죽을 정도의 무서운 독이다. 그러기에 예전에는 복어를 잘 먹지 않았다. 그물에 걸려든 복어들은 처치곤란으로 모조리 갯바닥에 버려졌다. 그 무렵에는 ‘누구네가 복쟁이국 잘못 먹고 죽었다네’하는 소문을 자주 들었었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먹은 셈이다.

이렇게 무서운 독을 가진 복어를 먹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정말 용감한 민족이다. 어쩌면 지혜롭다고 해야 어울리는 표현일 것 같다. 일본에서는 복어요리사 면허를 가진 요리사만이 복어를 다룰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복어의 독은 봄이 되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강해졌다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점점 약해진다. 독성이 가장 강할 때는 산란기인 5월에서 7월경으로 이 시기에는 참복 한 마리의 독이 33명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이라고 한다. 그래서 “복쟁이국은 복숭아꽃이 지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옛말도 있다.

복어에 중독되면 빠를 때는 식후 30분, 대개는 2∼3시간 내에 발병하여 입 주위나 혀, 손, 손가락에 마비가 오고 운동장애, 언어장애가 온 후 5시간 정도가 지나면 호홉마비가 온다고 한다. 이때의 응급처치법으로는 시간이 오래 흐르면 뇌의 산소부족으로 뇌신경장애가 일어나므로 바로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위세척이나 관장, 해독제 복용 등은 도움이 안된다.

복어는 대부분이 바다에 살고 있지만,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사는 종류도 있고, 예전에는 서남해로 흐르는 압록강, 대동강, 임진강, 한강, 금강, 영산강 등에서 황복잡이가 성행했었다고 한다. 복어의 무리는 세계의 온대에서 열대에 걸쳐 넓게 분포하며, 약 100 종이 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종류로는 참복, 쫄복, 가시복, 복섬, 검복, 황복, 흰점백이복, 까치복 등이 있다.

복어는 둥그스럼한 몸, 튼튼한 살갖, 하얀 배, 그리고 비늘이 변화한 가시를 가지고 있다. 이 가시는 몸을 부풀리면 바로 서며, 어느 복어나 지느러미에는 가시가 없다. 그리고 몸에 비해 작은 입을 가지고 있다. 이 입에는 자잘한 이가 많이 붙어 있는 이판이 아래위에 2 장씩 있는데, 마치 새의 부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아주 튼튼하여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조개류를 잘 갉아 먹는다. 어려서 복어들의 훼방으로 망둥이 낚시를 망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놈들은 미끼를 덥석 삼키는 게 아니라 톡톡 치며 갉아 먹는 통에 번번히 속아 헛방질을 해대야 했다. 그리고 어떤 때는 그 단단한 이로 낚시줄을 끊기도 한다.

복어는 위험을 느끼면 모래 속으로 파고 들어가기도 하고, 또 위에 이어져 있는 주머니에 물이나 공기를 넣어 배를 부풀게 하여 위험을 피한다. 위에 이어진 주머니는 팽창주머니라고 한다. 위의 일부가 특별히 진화한 것이다. 이 팽창주머니에 공기를 넣으면 몸이 뒤집혀서 물에 뜬다….

/허철희

2003년 0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