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해(碧海)가 상전(桑田)되다-는들바위와 아기장수 전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벽해상전碧海桑田이라고나 해야 할까? 푸른 바다가 뽕나무 밭이 된 곳이 있다. 지난 해 물길이 막혀 바다로서의 그 명을 다한 새만금이 그곳이다. 그 중에서, 위의 사진의 장소는 하서 월포 앞바다이다. 그 좋던 바다, 그 좋던 갯벌은 어느새 잡초가 무성하고…, ‘변산의 제일 높은 의상봉이 잠겨야 이 바위도 잠긴다’고 전해오는그 유명한 는들바위가 잡초 너머로 보인다. 말대로 는들바위는 비록 나즈막하지만 물에 잠길 리 없어 보인다. 는들바위에는 유명한 …

변산에 퍼지는 ‘꽃향유’ 향기

  그동안 나름대로 변산을 누비며 들꽃들을 사진기에 담아왔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꽃들이 있다. 변산에는 아예 자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기억나는대로 몇을 꼽자면 얼레지, 꽃향유, 마삭꽃, 처녀치마, 노랑물봉선 등이다. 그런데 꽃향유를 엊그제 찾았다. 꽃향유는 서울근교에서는 흔하게 봐온 꽃이다. 문헌에 전국 전역 뿐 아니라 만주에까지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변산 어딘가에도 분명히 자생할 텐데.., 그동안 다 뒤지고 다녀도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았던 것을 엊그제 반갑게 만난 것이다. 꽃향유는 격포의 인적이 뜸한 산자락, 볕도 옹색한 곳에 …

“가을 하늘빛 맑은 미소”-닭의장풀

  가을로 접어든 요즘, 닭의장풀이 지천으로 피어 늦더위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가을 하늘빛 만큼이나 맑고 밝은 미소를 선사한다. 닭의장풀(외떡잎식물의 닭의장풀과/Commelina communis L.)은 전국의 길가나 밭가, 숲 가장자리의 다소 습한 곳에서 흔하게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고, 꽃잎이 닭의 볏을 닮마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달개비’ 혹은 ‘닭개비’, ‘닭의밑씻개’, ‘닭의발씻개’, ‘닭의꼬꼬’라고도 불린다. 꽃은 한여름인 8월에서 초가을까지 핀다. 꽃이 작은데다 흔하게 피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못 끄는 꽃이다. 그렇지만 눈여겨보면 아주 예쁘고, 세상 그 어느 식물과도 …

십승지지(十勝之地) 변산-전란기에 난을 피해 살만한 곳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1509~1571)는 조선 명종 때 이름이 높았던 예언가이다. 프랑스의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그는 역학, 풍수, 천문, 복서, 관상 등에 능하여 관상감에서 종6품 벼슬인 천문교수(天文敎授)를 지냈다. 그는 1575년(선조8)의 동서분당을 예언하였고, ‘임진년에 백마 탄 사람이 남으로부터 나라를 침범하리라’ 하였는데 과연 가토오키요마사(加藤靑正)가 백마를 타고 쳐들어와 임진왜란을 정확히 예언하였다 한다. 그는 소년 시절에 고향인 울진의 불영사에서 신승(神僧)을 만나 비결을 전수받고 전국의 명산을 둘러보았다 하는데 그가 남긴 글인 <남사고비결>, <남격암십승지론>이 <정감록>에 수록되어 전한다. 그는 어지러운 전란기에 난을 피해 살만한 곳으로 <남격암십승지론>에 다음 열 …

거녀(巨女) ‘개양할미’가 사는 집

  부안 격포리 죽막동 수성당 깎아지른 절벽 위에 집 한 채가 있다. 변산반도의 끝자락인 변산면 격포리 죽막동 적벽강 용두암(사자바위). 여해신(女海神) 개양할미를 모신 당집 수성당(지방유형문화재 제58호)이 자리한 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수성당 할머니인 개양할미는 아득한 옛날에 수성당 옆 ‘여울골’에서 나와 서해바다를 열었다. 그리고 수심을 재고 풍랑을 다스려 지나는 선박의 안전을 도모하고, 어부들로 하여금 풍어의 깃발을 올리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개양할미를 물의 성인으로 여겨 수성(水聖)이라 부르고, 여울골 위 절벽 위에 수성당을 짓고 모셔왔다. 개양할미와 개양할미의 딸 여덟을 모신 곳이라 하여 구랑사(九娘祠)라 부르기도 한다. …

장자못 설화 담긴 ‘선돌‘-보안입석

  보안면 상입석리(윗 선돌) 마을 뒤의 언덕에는 사방 한 칸 정도의 우진각 지붕의 비각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비각이 아니라 선돌 보호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선돌은 전라북도 민속자료 제6호 ‘보안입석’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선돌(立石)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 선돌은 높이가 2.6m, 가로 75㎝에 두께 59㎝로 매우 육중하다. 약간 비스듬히 자른 듯 해 보이며, 윗부분이 약간 넓다. 앞면에는 불상형태의 무속탱화가 음각되어 있는데 조각한 수법으로 보아 근래에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선돌이 언제 세워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선사시대에 부족간의 …

부안의 또 하나의 귀하신 꽃-위도상사화

  한반도 중하부에 위치한 변산반도를 안고 있는 부안은 일부 난대식물의 북방한계선이자 북방계 식물의 남방한계선으로 식물자원의 보고다. 호랑가시나무, 미선나무, 꽝꽝나무, 후박나무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변산바람꽃, 그리고 세계적 희귀종인 노랑붓꽃…, 여기에 더하여 부안 토종 위도상사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백양산에서 처음 발견한 한국 특산식물 백양꽃(Lycoris koreana Nakai), 분홍상사화(Lycoris erythroflora), 개상사화(Lycoris aurea herb), 석산(Lycoris radiata herb), 위도상사화(Lycoris flavescens M. Kim et S. Lee. var. uydoensis M. Kim) 등 약 5종의 상사화가 자생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위도상사화는 육지에서 자라는 상사화와는 다른 종으로 위도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한국 …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인가?-자귀나무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즈음 따가운 햇살 속에서 자귀나무 꽃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단실 같은 꽃수술을 활짝 편 모습이 밤하늘에서 터지는 불꽃같기도 하고, 더위를 식히려고 펴 든 부채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고운 자귀나무 꽃 사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개화시기가 대개 장마와 겹치게 되는데, 꽃잎이 비에 젖은 채 오므라져 있고, 햇볕이 드나 싶어 살펴보면 꽃은 어느새 시들어 있거나 지난 밤 비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심하게 헝클어져 있다. 자귀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며 크게 자라는 경우 …

비전향장기수 허영철 일대기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9월 28일, 남대문에 미 탱크가 들어와서 육탄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돌았다. 퇴각한 미군이 다시 상륙해서 서울을 향해 진격해 온다는 정보도 받았고, 중앙청에 태극기가 올라갔다는 소식도 들었다. 지도부에서는 이제 그만 서울을 빠져나와 의정부까지 나오라고 한다. 시내 건물들은 적막하리만큼 고요하고 달빛에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그 뒤에 몸을 숨기면서 서울 거리를 빠져나갔다. 나는 그때 달이 휘영청 밝았던 밤. 서울을 빠져나오던 비감한 심정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수도가 수십 년간 일본의 통치를 받다가 이제 겨우 해방이 되었는데, 일제 대신 미국에 점령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비통하기 그지없었다.” …

부안향교 석전제

    9일 오전 10시, 부안향교에서는 성현에 대한 제가 올려졌다. 부안향교에서는 매년 음력 2월과 8월의 첫”丁”일에 공자를 비롯한 여러 성현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이를 석전제(釋奠祭)라고 한다. 내일(3월 20일)이 바로 음력 2월 첫 “丁”일(丁亥)로 釋奠祭일이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93호 부안향교의 창건연대는 확실치 않다. 태종 14년(1414)에 세워졌다고 하나 고증할만한 문헌은 없다. 지금의 대성전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왜적에 의하여 불타 없어지고, 선조 33년(1600)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부안군지에 기록되어 있으며, 그 당시 인물인 진사 화곡(火谷) 김명(金銘)이 지은 상량문이 전해지고 있다. 대성전은 정면이 3칸이며 측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