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인가?-자귀나무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즈음 따가운 햇살 속에서 자귀나무 꽃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단실 같은 꽃수술을 활짝 편 모습이 밤하늘에서 터지는 불꽃같기도 하고, 더위를 식히려고 펴 든 부채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고운 자귀나무 꽃 사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개화시기가 대개 장마와 겹치게 되는데, 꽃잎이 비에 젖은 채 오므라져 있고, 햇볕이 드나 싶어 살펴보면 꽃은 어느새 시들어 있거나 지난 밤 비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심하게 헝클어져 있다.

자귀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며 크게 자라는 경우 10여m까지 자란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15∼20개의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꽃받침과 꽃잎은 녹색이지만 수술은 길이 3~4㎝ 정도로 윗부분은 붉고 밑부분은 하얗다. 길이 15cm 정도의 편평한 콩깍지 같은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동물 중에서는 원앙이 부부금슬로 상징되듯이 식물 중에서는 자귀나무가 부부금슬로 상징된다. 자귀나무는 밤이면 잎이 서로 포옹하듯 마주 붙은 채 잠을 자는데 이는 대부분의 콩과식물의 광합성을 할 때 이외에는 잎을 오므려 수분증발을 억제하는 특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잎들이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귀나무를 합환수(合歡樹) 혹은 야합수(夜合樹)라고도 부르며, 부부 금실 좋아지라고 울안에 심기도 한다.

옛날 중국의 어느 선비의 부인은 자귀나무 꽃을 말려 베개 속에 넣어 두었다가 남편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베개 속에 넣어 둔 꽃을 꺼내어 술에 넣어서 한잔씩 권했다. 이 술을 마신 남편은 이내 기분이 좋아져 부부간의 사랑이 두터워졌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자귀나무 껍질을 합환피(合歡皮)라 하여 신경쇠약, 불면증에 약용한다고 하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왕자귀나무는 한국특산종으로 보호대상 종이다. 전남의 목포 유달산과 흑산도 전북의 어청도에 자생한다. 자귀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보다 크고 수술이 많고 꽃이 하얀 것이 다르다.


/허철희(2007·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