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시절 부안읍 풍경

  아쉽고 안타깝게도, 내가 어릴 적 국민학교[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던 우리 부안의 옛 모습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나는 희미하게나마 살아있는 기억을 되살리며 눈을 꼭 감고 60여 년 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빨강색 보면 폭탄 떨어트려” 나는 1945년 해방되던 해 읍내에서 2km쯤 떨어진 신운리(운기부락 또는 구름터)에서 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우리집은 농사를 지었는데 어머니, 오빠 셋과 함께 살았다. 내가 여섯 살이 되던 1950년에는 6‧25가 터졌다. 어느 날 우리 꼬맹이들은 여느 때와 똑같이 동네에 …

‘부마둥 맏형’ 김석성을 그리워하며

앞줄 오른쪽에서 시계방향으로 김태웅, 신삼근, 김형주, 신창근, 윤갑철, 신희영, 최기인, 신조영, 김광평, 박민평, 오하근   기억 속에서 건진 나는 1960년대까지 부안에서 보내고 이후에 바깥에서 산 세월이 더 많은데도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리고자하면 항상 부안에서 만난 것들이 먼저 고개를 내민다. 디지털화 되면서는 파일에 저장되어 곧장 응답을 한다. 그것도 이름을 적어 검색어로 부르면 더욱 효과가 있다. 나는 부안의 해산물 가운데 진기한 요리로 뱅어회를 들고 싶지만 시원스럽게 밝혀진 기록이 없고 검색어로도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말하는 뱅어(白魚)는 뱅어포를 만들어먹는 보리뱅어와 구분하였는데 지금은 보리뱅어가 …

한솥밥으로 ‘삼시세끼’ , 위도학교 이야기

한솥밥을 먹는 식구처럼 학생들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사실로 간다. 친구들이랑 선후배가 둘러 앉아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다. 오늘은 3학년 인재의 생일이라서 생일파티 겸해서 샌드위치를 먹는 날이다. 인권부장 선생님은 아침 7시 30분부터 출근하여 4단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양파를 볶고, 계란 프라이를 하고, 양배추를 썰고 케첩을 뿌려 완성한 4단 샌드위치다. 8시 40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들면서 “와~, 오늘 누구 생일이야!”라며 탄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둘러 앉아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축하해 준 후 맛있게 샌드위치를 먹었다. 인재는 자신의 생일 축하파티를 겸한 아침 밥상을 받고 싱글벙글 매우 …

위도 ‘진리당숲’은 남방계
상록활엽수 전시장

변산반도 끝 지점인 격포에서 서쪽으로 14km에 위치한 위도는 육지인 변산반도와는 다른 식물상을 보이고 있는데 위도의 진리당숲에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진리당숲(부안군 위도면 진리 산192번지, 1만 5천평)은 위도 진리에서 벌금 가는 길 중간 서편의 야트막한 당제산에 있다. 이곳에는 진리마을의 원당(당집)이 있어 마을사람들은 매해 정월 초이튿날이면 풍어제를 겸한 마을제를 성대하게 지낸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마을신앙 대상 공간으로 여기고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금하는 등 이 공간을 매우 신성시하기 때문에 숲이 잘 보존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 진리당숲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마삭줄, 송악, 사스레피나무, 보리밥나무, 참식나무, …

내 고향 상서와
어린 날의 아지랑이

  상서는 어머니 같은 느낌 누구나 하나쯤은 애창곡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애창곡은 ‘고향무정’이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 고향 상서 우슬재 너머 청림리 노적마을이 떠오른다. 아니 떠 올리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태어난 고향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고향이 주는 이미지는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 같은 느낌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내 고향 상서는 내게 어머니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 곳에 어머니의 땀내가 배어있고 발자취가 남아 있으며 나의 아련한 …

예동농장, 그 지극한 삶

아! 나는 그렇게 시골에 왔다. 부안군 주산면 백석리 예동(禮洞). 이곳에서 양계농장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9년이 되었다. 햇수로는 10년! 10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지나간 기억이 선명하다. 바로 엊그제처럼 말이다. 사실 나는 시골을 무척 싫어했다. 평생 논농사, 밭농사로 고생하셨던 친정 부모님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농사일을 해야 하나, 다른 일을 하면 저 고생의 반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부모님을 답답하게 생각했었다. 결혼하면 절대 시골에서 살지 말아야지, 절대 농사는 짓지 말아야지 하면서. 남편은 6남매의 외아들인데 시부모님의 …

상서 길에서 만나는 ‘소리’

상서는 ‘소리’로 다가들곤 어둠이 빨리 오는 만큼 그리움도 서둘러 내리지. 찾아올 사람이 있으나 아무도 기다리지 않기로 하면서, 기다림이 없는 길 위로 흔들리는 몇 냉이꽃을 응시하면서, 가는 길마다 그토록 깊은 그리움으로 오는 어둠을 열어 상서로 접어드는 길. 내게 상서는 ‘소리’로 다가들곤 해. 얼마 안 되는 메타세콰이어 늘어선 가로수길 지나면 들리는 소리. 무슨 소리라고 딱히 규정할 수는 없어. 소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벌떼가 윙윙대는 소리 같기도, 혹은 까마귀가 떼 지어 나는 소리,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 같기도 하거든. 그것이 어떤 소리이건 동그란 원음을 …

변산 산길에서

빛바랜 사진으로나 볼 수 있던 시작은 언제나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어야 합니다. 오늘 또 제가 살아가는 부안을 걷습니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출발」이란 노래 가사를 읊조리며 변산 산길 속으로 들어갑니다. 변산은 잘 알려진 대로 큰 산인 주봉이 없이 그만그만한 봉우리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 만큼 산줄기 따라 골짜기가 잘 발달돼 풍광이 수려하고 식물 생태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변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