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을 먹는 식구처럼
학생들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사실로 간다. 친구들이랑 선후배가 둘러 앉아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다. 오늘은 3학년 인재의 생일이라서 생일파티 겸해서 샌드위치를 먹는 날이다. 인권부장 선생님은 아침 7시 30분부터 출근하여 4단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양파를 볶고, 계란 프라이를 하고, 양배추를 썰고 케첩을 뿌려 완성한 4단 샌드위치다. 8시 40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들면서 “와~, 오늘 누구 생일이야!”라며 탄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둘러 앉아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축하해 준 후 맛있게 샌드위치를 먹었다. 인재는 자신의 생일 축하파티를 겸한 아침 밥상을 받고 싱글벙글 매우 좋아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몇 해 전부터 아침밥을 학교에서 먹는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가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아서 아침밥을 먹지 않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여러 선생님들이 의견을 모아서 아침밥을 학교에서 만들어 주자고 했다. 처음에는 간단식사로 시리얼을 먹었으나 점점 김치찌개, 만두, 김치볶음밥 등 메뉴가 다양해졌다. 아침밥상머리에서 아이들은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4월 ‘인권의 날’ 행사에는 아이들과 담임선생님들이 함께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김치 볶음밥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이다. 아이들은 아침밥상머리에서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사랑의 하트를 날리고 맛있게 아침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아침밥을 주는 인권부장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점심은 당연히 초등학교에서 배달되는 학교 급식을 먹는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 점심시간일 것이다. 저녁은 방과후학교가 시작되면 방과후학교 석식으로 섬마을 식당에서 배달되는 저녁밥을 먹는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삼시세끼를 같이 먹는다. 그래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처럼 아주 친하다. 엄마, 아빠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아이들은 서로 나누며 해결해 나간다. 우리 학교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 사는 곳이다.
1:1로 사랑을 맺은 가족
우리 학교에는 학생과 선생님이 1:1로 사랑의 결연이 맺어져 있다. 올해 학생 수는 위도중학교에 8명, 고등학교에 8명이다. 성별로 나누면 여학생 8명, 남학생이 8명이다. 너무나 환상적으로 학생 수가 잘 어울린다. 올해는 사랑의 가족 결연을 위해서 대학생들이 미팅할 때 파트너 정하는 방법으로 선생님들의 소지품을 꺼내놓고 학생들이 선택하면 결연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전혀 모르고 원하는 물건을 집었고, 물건의 주인이 되는 선생님과 가족이 되었다. 3학년 주민이는 겨울이 되면 손이 차기 때문에 손난로를 집었는데, 손난로의 주인공은 역시 겨울이 되면 손이 시린 수학 선생님이었다. 작년에는 탁구공에 선생님들 이름을 적고 아이들이 탁구공을 뽑아서 사랑의 가족이 되었다.
가족으로 맺어지면 부모와 자녀가 되어 행사를 함께하고, 사소한 문제까지 털어놓는 상담자로서 역할을 한다. 작년에는 김장 나누기 행사를 했다. 김장철이 되자 고랭지 절인 배추를 구입하여 김장을 담그기 시작하였다. 사랑의 가족이 팀을 이루어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두른 후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배추 속을 서로 나누어 먹고, 얼굴에 양념이 묻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완성된 김치는 20여 개의 김치 통에 담았고, 김치는 마을의 독거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께 나누어 주었다. 김치통을 들고 사랑의 가족이 팀이 되어 가가호호 방문하여 김치를 나누었다. 어르신들은 너무나 감사하게 김치를 받았고, 아이들은 나눔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김치는 가사실 김치냉장고에 채워서 아침밥상의 반찬으로 사용했다.
또한 곶감 만들기 행사도 했다. 맛이 좋기로 소문난 대봉시를 구입하여 사랑의 가족이 팀이 되어 감을 깎은 후에 바람이 잘 드는 통로에 감을 말렸다. 말랑 말랑해진 곶감을 하나씩 빼먹는 즐거움을 잊을 수가 없었다. 올해 사랑의 가족 행사 역시 사랑의 도시락 만들기, 김장 나누기, 곶감 만들기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자연을 활용한 체험 학습
위도는 부안에서 약 14Km 떨어진 섬이다. 고슴도치 모양을 닮아서 위도라고 한다. 섬에는 약 1,2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배를 가지고 낚시를 해서 생계를 유지한다. 학생들도 부모님을 따라서 낚시를 해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낚시를 해 본 학생이 적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낚시체험을 하기로 했다. 학생 수 만큼 낚시대를 사고 각종 준비를 한 후에 정금다리 주변으로 낚시를 하러 갔다. “선생님! 낚시 추를 어떻게 달아요?”라며 처음에는 쭈뼛대던 아이들이 두세 번 낚시줄을 바다에 던져보더니 신이 나서 낚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맨 처음 고기를 잡은 아이는 인규였다. 낚시광인 미술 선생님은 낚시체험 활동에 상품을 걸었다. ‘일등낚시상, 희귀어종상, 대어상, 낚시왕.’ 등 아이들은 낚시에 상품까지 걸려 있으니 무척이나 신이 났다. 그 중 3학년 주경이는 간식으로 주는 통닭도 먹지 않고 낚시에 빠져들었다. 섬마을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낚시 체험활동이었다.
우리 학교는 위도 해수욕장과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다. 바닷가 해변도로에 학교가 위치해 있어서 바다를 따라 걷다보면 해수욕장이 나온다. 위도 해수욕장은 관광객들도 많이 놀러 오는 곳이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뛰어다니며 아이들과 같이 활동하기 좋은 곳이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어울려서 게임도 하고 바닷바람을 즐길 수도 있다. 바닷물이 썰물이 되면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에서 바지락 캐는 체험을 할 수도 있고, 갯벌 속에 있는 각종 생물을 직접 관찰할 수도 있다. 위도는 자연을 활용한 바다 체험 학습이 언제나 가능한 곳이다.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다!
작년에 3명의 신규 선생님이 부임하셨다. 미술, 수학, 영어 선생님이다. 미술 선생님은 디자인 분야에 경력이 있고, 수학과 영어 선생님도 교사 임용고시에 당당하게 합격하여 오셨다. 그런데 올해는 신규 선생님이 8명이나 오셨다. 서울에서부터 시작하여 전라남도 광주, 충청도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경력을 지닌 선생님들이다. 체육 선생님은 군인 장교를 하다가 오셨고, 국어 선생님은 대학교를 막 졸업한 신규 선생님이다. 신규 선생님이 많아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특히 고3인 명철이는 3월 2일 첫날 교사 소개를 하자마자 국어 선생님을 좋아한다며 너무 좋다고 난리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걸음걸이가 경쾌하고 교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넘친다. 수업시간도 마찬가지다 체육시간에는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섞여서 축구를 한다. 학생 수 만큼이나 선생님들이 팀을 이루어 땀을 흘리며 운동장에서 같이 뛴다.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따라 교무실에 온다. 질문거리를 핑계로 좋아하는 선생님을 보러 오는 것이다. 선생님을 보기 위해 복도에 나와서 수업에 들어가는 선생님을 기다린다. 아이는 밝게 웃으면서 선생님을 교실로 안내한다. 선생님을 좋아하니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교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책을 읽게 되면서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신규 선생님들과 수업하면서 너무나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을 신나게 가르치고
우리 교장 선생님은 지난해 3월에 부임하셨다. ‘집단지성과 꿈을 바탕으로 배움을 실천하는 행복한 학교’가 경영 철학이다. 교장 선생님은 학기 초 3월이 지나 학교가 안정을 찾아가자 테니스 라켓을 선생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체육을 전공하신 교감 선생님과 함께 테니스 레슨을 시작하였다. 아침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라켓을 들고 테니스장에 나와서 레슨을 한다. 주로 여선생님들은 아침에 레슨을 받고, 저녁에는 남선생님들이 테니스 레슨을 받았다.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레슨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친목회나 직원들이 둘러앉으면 테니스가 화젯거리가 되었고 웃을 수가 있었다. 드디어 2학기가 시작되어 9월 셋째 주 친목회에는 테니스 월례대회가 개최되었다. 2명씩 팀으로 여덟 개 팀이 되었고, 리그전으로 시작하여 3게임을 하여 우승팀이 탄생하였다. 테니스를 배우면서 선생님들의 친목은 긴밀하게 다져지고 가족처럼 끈끈해졌다. 또한 매주 수요일이면 친목회를 한다. 주로 강당에서 배구대회를 하는데, 처음에 서브를 제대로 넣지 못하던 선생님도 제법 배구공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등산이나, 낚시체험 등 다양하게 친목대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을 신나게 가르치고 아이들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감추어진 끼를 꺼내는 것이 교육의 힘
9월 마지막 주에 ‘위GO! 페스티벌’이 열린다. 축제에는 학교에 근무하셨던 모든 선생님들에게 초청장을 보낸다. 그리고 학부모님들은 물론 지역 주민을 초대하여 한마당 어울림 축제마당이 열린다. 오전에는 전시마당과 체험마당으로 학생들의 교육활동 작품을 전시한다. 국어과에서는 시화전을 준비하고, 미술과에서는 각종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동아리활동에서 만든 활동결과물도 전시하였다. 오후에는 아이들의 장기자랑 및 경연이 이루어진다. 방과후 특기적성 시간에 갈고 닦은 실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학생 수가 적어서 작년 고3 홍규는 댄스, 노래, 합창, 오카리나 연주, 밴드 등 무대에 무려 7번이나 출연하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3번 이상 무대에 올라갔다. 특히 교실에서 얌전하던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가면 놀랍게도 끼를 발휘하기도 한다. 중1 경수는 이중창을 준비했는데 첫 번째 무대 리허설이 시작될 때는 노래만 하더니, 두 번째 리허설에서는 노래와 약간의 율동을 곁들였고, 세 번째 리허설에서는 메인인 정재보다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이끌어가기 시작했고, 율동의 동작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끼가 있다. 감추어진 끼를 얼마큼 꺼내주느냐 하는 것이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축제의 꽃은 당연히 노래자랑이었다. 노래방 기기를 대여했기 때문에 모두가 무대에 나와 노래 실력을 뽐냈다. 게다가 축제에는 풍성한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김밥, 오뎅, 떡볶이 등의 간식거리와 교감선생님이 준비한 새우튀김, 영어선생님이 준비한 와플 등으로 아이들은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신나고 즐거운 축제 한마당이 되었다.
다양한 수업시간과 활동
우리 학교는 수업시간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국어 선생님은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꽃길 산책을 나갔다. 벚꽃을 대상으로 사진도 찍고, 시인이 되어 시도 쓰고 꽃을 감상하였다. 미술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은 2학기에 마을 보물지도를 만드는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마을에서 학생들이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장소를 정하면 그 주변을 지도를 그려내는 것이다.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을 보물 지도가 탄생될 것이다. 역사 선생님과 사회 선생님은 마을 홍보책자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학생들이 알고 있는 위도 마을 속 자랑거리와 역사를 연결하는 홍보책자를 만들어 위도를 알리고자 한다. 과학 선생님은 갯벌을 학습하기 위해 학교 앞 바닷가로 나간다. 체육 선생님은 체력단련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망월봉 등산을 한다.
각 교과 수업시간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도의 자연 환경을 소재로 교실 밖 수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또한 다양한 현장 체험 활동이 교육과정 상에 계획되어 있다. 작년에는 서울과 경기, 강원 일대 도시 체험을 실시하였다. 서울의 경복궁, 경기의 파주 일대, 강원도의 남이섬과 아침의 고요 수목원을 다녀왔다. 올해에는 제주도 현장 체험이 계획되어 있다. 3박4일 동안 제주도의 자연 환경과 각종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진로 체험이 있다. 작년 진로 체험은 서천 진로캠프에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나의 꿈을 설계하여 비전트리를 만들어 본 후에 바리스타, 제과·제빵 체험을 했다. 2학년 민우는 엄마의 김치찌개를 좋아하여 요리사가 되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덧붙여 우리 학교는 선비체험 활동도 한다. 전통 예절을 체험하여 인성과 예절을 몸에 습득하는 체험이다. 작년부터 정읍에 있는 태산선비마을을 방문하여 선비 체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체험활동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너무나 순수하고 착한 인성을 지니게 되니 학교에서는 사소한 싸움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신뢰 받는 학교와 교육공동체
정규 시간이 끝나면 위도 아이들은 ‘방과후학교’를 시작한다. 4시 30분부터 중학생들은 원어민 화상영어를 하러 영어교실에 간다. 화상으로 원어민 선생님과 직접 영어회화를 하면서 현지인의 언어를 습득하고 있다. 이 시간에 고등학생들은 ‘두드림 학교’를 시작한다. 두드림 학교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의 기초 학습과 태권도를 배운다. 체육 선생님과 함께하는 태권도 시간에 아이들은 태권도를 통해 운동과 예절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9교시에는 통합 체험이 시작된다. 배드민턴, 뉴스포츠 등 중·고등학생이 통합하여 방과 후 수업을 한다. 주로 체력 단련을 하면서 수업시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다. 9교시가 끝나면 저녁을 먹고, 식사 후 휴식 시간에는 주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축구를 하면서 저절로 선배와 후배는 하나가 되어 존중과 배려를 실천한다.
7시 30분에는 교과 방과후학교가 시작된다. ‘교과방과후학교’에서는 교과 보충이 이루어지는데 문제집은 학교에서 구입해 준다. 교과방과 후 시간에는 수준별 1:1 학습이 이루어진다.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식 수준별 지도가 이루어진다. 교과방과후학교는 저녁 9시 20분이 되어야 끝난다. 방과 후 학교가 끝나면 교무부장 선생님과 인권부장 선생님이 아이들을 집에 안전하게 귀가시킨다. 아침에 학교에 와서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까지 아이들은 온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다가 집에 가서 잠을 자고 다시 학교에 온다.
학부모님들은 자녀의 학교 교육에 매우 관심이 많다. 어촌 생활에 일상이 매우 바쁘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교를 신뢰하고 자녀를 맡긴다. 작년 고3 홍규는 전북대에 당당하게 합격하였다. 담임선생님과 교과 선생님들이 홍규에게 맞춤식 대입 진학지도를 한 결과였다. 학부모들은 학교교육 설명회나 수업 공개일에 빠짐없이 참여하여 교육공동체로 함께하고 있다.
그곳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있다
위도는 육지에 비해 바람이 많고 날씨가 서늘하다. 격포에서 배를 타고 위도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꽃이 동백꽃이다. 동백은 2월부터 시작하여 5월까지 꽃이 핀다. 길 양쪽에 동백꽃이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다. 육지에서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한주 정도 늦게 위도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위도 파장금 항구에서부터 중학교까지 벚꽃이 만개하면 전주~익산 간 벚꽃길 못지않은 아름다운 벚꽃길이 펼쳐진다.
바닷물이 학교 앞 도로까지 가득 찰 때면 우리학교가 섬에 있는 학교라는 것이 실감난다. 2층 복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한가롭고 여유롭다.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멀리 고깃배가 지나간다. 바닷물이 빠져나가 갯벌이 드러나면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낙들이 바지락을 캔다. 바지락을 캐려면 어촌계의 허락을 받아야하고, 바지락을 캘 수 있는 구역이 따로 있다고 한다.
위도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먹거리는 주꾸미다. 삼월이 막 시작되면 주꾸미 샤브샤브를 먹을 수 있다. 멸치 다시다 국물에 냉이와 달래를 넣은 주꾸미 샤브샤브의 쫀득쫀득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주꾸미 철이 끝나면 갑오징어가 나온다. 갑오징어의 달짝지근한 맛은 또한 일품이다. 밀물과 썰물 차가 가장 큰 물이 되면 물이 빠진 갯바위 주변에서 해삼을 잡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전복, 소라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오월이 되면 농어낚시를 할 수 있다. 작년에는 학교에서 배를 빌려 배낚시를 나갔다. 배가 먼 바다로 나가면 낚싯대를 드리우기만 하면 노래미가 물었다. 처음 해보는 바다낚시는 신기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여름이 되면 민어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2학기 개학을 하면 꽃게잡이가 시작된다. 위도에서는 꽃게가 가장 풍성하게 잡히는 어종이다. 운이 좋으면 추석에 싱싱한 꽃게를 싼 가격에 가족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그리고 바지락은 봄부터 캐기 시작하는데 봄철 바지락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위도 바다에서 나오는 싱싱한 먹거리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입맛을 돋우고 학교생활을 풍성하게 한다.
/문경자(위도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