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진리당숲’은 남방계
상록활엽수 전시장

변산반도 끝 지점인 격포에서 서쪽으로 14km에 위치한 위도는 육지인 변산반도와는 다른 식물상을 보이고 있는데 위도의 진리당숲에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진리당숲(부안군 위도면 진리 산192번지, 1만 5천평)은 위도 진리에서 벌금 가는 길 중간 서편의 야트막한 당제산에 있다. 이곳에는 진리마을의 원당(당집)이 있어 마을사람들은 매해 정월 초이튿날이면 풍어제를 겸한 마을제를 성대하게 지낸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마을신앙 대상 공간으로 여기고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금하는 등 이 공간을 매우 신성시하기 때문에 숲이 잘 보존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 진리당숲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마삭줄, 송악, 사스레피나무, 보리밥나무, 참식나무, 식나무,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푸조나무, 생달나무, 남오미자 등의 남방계 수종들이 대거 북상해 원시숲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참식나무, 식나무, 생달나무, 푸조나무, 남오미자 등은 부안에서 오직 이곳 진리당숲에만 자란다. 구실잣밤나무는 상록활엽교목으로 따뜻한 제주도나 남해안 일대에 자라는데 이곳 위도까지 북상해 자라는 것이다. 구실잣밤나무는 높이 15m, 밑둥의 지름이 1m까지도 자라는 큰키나무인데, 진리당숲의 구실잣밤나무는 높이 10m, 밑둥의 지름 70~80cm는 되어 보일 정도로 큰 편에 속한다. 붉가시나무 또한 상록활엽교목으로서 제주도나 남해안 일대에 자생하는 남방계 수종이다. 전남 함평의 붉가시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10호로 지정되었다. 함평이 붉가시나무 자생 북한지대이므로 천연기념물에 지정된 것인데, 이곳 위도의 진리당숲까지 북상해 자라고 있다. 참식나무 또한 상록활엽교목으로서 제주도, 울릉도를 비롯하여 전라남도 섬 지역에 분포하는 남방계 수종이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의 상록수림은 제112호로 지정되었는데, 이곳이 참식나무의 북방한계이다. 부안에는 위도의 진리당숲에 유일하게 자라며 식나무, 생달나무, 남오미자 등도 이곳 위도까지 북상해 자란다. 그런가하면 진리당숲에는 한국특산종인 느릅나무과 푸조나무속의 푸조나무가 자라는데, 밑둥의 지름이 1m가 넘고, 300살 이상은 되어 보이는 거목이다. 푸조나무는 낙엽활엽교목으로 따뜻한 제주도, 울릉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해안도서지역에 분포하며, 전남 강진군 대구면, 전남 장흥군 용산면, 부산직할시 남구 수영동, 전남 담양군의 푸조나무는 각각 천연기념물 제35호, 제268호, 제311호, 제366호로 지정되었다. 이 밖에도 위도에는 제주도나 남해안 일대에 자라는 상록의 덩굴성나무인 뽕나무과 무화과나무속의 모람이 자라며, 상록활엽소교목으로서 남방계 수종인 감탕나무가 자란다. 그런가하면 치도마을 앞 딴치도에는 콩짜개덩굴과 좀딱취가 자생하는데 이들 남방계 식물 또한 부안에서는 위도에서만 관찰된다. 장딸기는 위도 전역에 걸쳐 지천으로 자라고, 위도 바닷가 바위벼랑에는 돈나무, 도깨비쇠고비 등의 남방계 식물들이 관찰된다. 이처럼 위도에는 남방계 식물들이 대거 북상해 자란다. 특히 진리당숲은 남방계 상록활엽수의 전시장과도 같은 곳으로 이곳 당숲에 오르면 격포에서 겨우 14km 바다를 건넜을 뿐인데 마치 따뜻한 고장 남해안에라도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위도 식생의 원형이 잘 간직된 진리당숲은 꼭 지켜져야 하며, 이의 보전을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이 시급하다.

<허철희희 부안생태기행_부안21> 부안이야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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