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등의 육상생태] 왕등도에서 만난 들꽃

  왕등도에는 어떤 식물들이 살고 있을까? 9월12일 왕등도 탐방 첫째날, 일행들은 섬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며느리밑씻개가 지천으로 피어 우리 일행을 반긴다. 며느리밑씻개 사이사이에서 “나도요‘ 하며 닭의장풀, 가막사리, 한련초도 얼굴을 내민다. 환삼덩굴이 간재선생유허비 주변 언덕 일대를 우점한 채 며느리밑씻개, 닭의장풀 등을 꽤나 못살게 굴며 타의 접근을 불허하는 태세다. 생명력이 강하기로는 이 환삼덩굴을 따를 식물이 없어 보인다. 어떤 이는 이 환삼덩굴이 있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때문에 자연이 그나마 좀 보존된다며 환삼덩굴의 순기능적 역할을 역설하기도 한다. 마을에 들어섰다. …

변산에 퍼지는 ‘꽃향유’ 향기

  그동안 나름대로 변산을 누비며 들꽃들을 사진기에 담아왔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꽃들이 있다. 변산에는 아예 자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기억나는대로 몇을 꼽자면 얼레지, 꽃향유, 마삭꽃, 처녀치마, 노랑물봉선 등이다. 그런데 꽃향유를 엊그제 찾았다. 꽃향유는 서울근교에서는 흔하게 봐온 꽃이다. 문헌에 전국 전역 뿐 아니라 만주에까지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변산 어딘가에도 분명히 자생할 텐데.., 그동안 다 뒤지고 다녀도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았던 것을 엊그제 반갑게 만난 것이다. 꽃향유는 격포의 인적이 뜸한 산자락, 볕도 옹색한 곳에 …

“가을 하늘빛 맑은 미소”-닭의장풀

  가을로 접어든 요즘, 닭의장풀이 지천으로 피어 늦더위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가을 하늘빛 만큼이나 맑고 밝은 미소를 선사한다. 닭의장풀(외떡잎식물의 닭의장풀과/Commelina communis L.)은 전국의 길가나 밭가, 숲 가장자리의 다소 습한 곳에서 흔하게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고, 꽃잎이 닭의 볏을 닮마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달개비’ 혹은 ‘닭개비’, ‘닭의밑씻개’, ‘닭의발씻개’, ‘닭의꼬꼬’라고도 불린다. 꽃은 한여름인 8월에서 초가을까지 핀다. 꽃이 작은데다 흔하게 피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못 끄는 꽃이다. 그렇지만 눈여겨보면 아주 예쁘고, 세상 그 어느 식물과도 …

부안의 또 하나의 귀하신 꽃-위도상사화

  한반도 중하부에 위치한 변산반도를 안고 있는 부안은 일부 난대식물의 북방한계선이자 북방계 식물의 남방한계선으로 식물자원의 보고다. 호랑가시나무, 미선나무, 꽝꽝나무, 후박나무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변산바람꽃, 그리고 세계적 희귀종인 노랑붓꽃…, 여기에 더하여 부안 토종 위도상사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백양산에서 처음 발견한 한국 특산식물 백양꽃(Lycoris koreana Nakai), 분홍상사화(Lycoris erythroflora), 개상사화(Lycoris aurea herb), 석산(Lycoris radiata herb), 위도상사화(Lycoris flavescens M. Kim et S. Lee. var. uydoensis M. Kim) 등 약 5종의 상사화가 자생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위도상사화는 육지에서 자라는 상사화와는 다른 종으로 위도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한국 …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인가?-자귀나무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즈음 따가운 햇살 속에서 자귀나무 꽃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단실 같은 꽃수술을 활짝 편 모습이 밤하늘에서 터지는 불꽃같기도 하고, 더위를 식히려고 펴 든 부채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고운 자귀나무 꽃 사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개화시기가 대개 장마와 겹치게 되는데, 꽃잎이 비에 젖은 채 오므라져 있고, 햇볕이 드나 싶어 살펴보면 꽃은 어느새 시들어 있거나 지난 밤 비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심하게 헝클어져 있다. 자귀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며 크게 자라는 경우 …

‘앵두나무 우물가에~“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라는 노래가 있다. 어릴적 이 노래를 부르며 동네 고샅을 쏘다닌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우물하면 앵두가 생각나고, 앵두하면 븕고, 맑으며, 촉촉이 젖어있는 처녀의 입술이 연상된다. 앵두나무는 건조한 곳을 싫어하고 비교적 습한 곳을 좋아해서 동네 우물가에 한두 그루 심어져 있기 마련이고, 우물가는 항상 동네 아녀자들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이었으니 이곳에서 동네처녀들이 노래의 가사처럼 바람나서 ‘물동이 호미자루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단봇짐을 싸자‘고 모의하지 않았을까? 앵두는 “꾀꼬리가 먹으며 생김새는 복숭아와 비슷하다.”는 뜻의 앵도(櫻桃)가 변한 말이다. 누렇게 익은 …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보리

    新芻濁酒如潼白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大碗麥飯高一尺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飯罷取枷登場立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飜日赤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呼邪作聲擧趾齊 응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須臾麥穗都狼藉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雜歌互答聲轉高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但見屋角紛飛麥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觀其氣色樂莫樂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了不以心爲刑役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樂園樂郊不遠有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何苦去作風塵客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 조선 정조 …

귀하신 꽃 ‘노랑붓꽃’ 변산을 노랗게 물들이다

  입춘 지나고…, 변산바람꽃에 한참을 취해있다 보면 어느새 미선나무가 향기를 발하기 시작한다. 미선나무가 시드는가 하면 이제는 노랑붓꽃이 노란 얼굴을 내민다. 올해는 지난겨울 이상난동으로 인해 꽃들이 다른 해에 비해 열흘 정도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다. 노랑붓꽃은 다른 해 같으면 4월 20일경 꽃을 피우기 시작하지만 올해는 4월 7일에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만개 상태로 변산의 골골, 양지쪽 산기슭마다를 노랗게 물들여놓고 있다. 그런데 이 노랑붓꽃이 보통 귀하신 꽃이 아니다. 1913년 5월 13일 일본학자 나까이가 전북 정읍 입암면 노령에서 처음 발견, 신종으로 발표한 이래 …

변산에 퍼지는 미선나무 꽃향기

    천연기념물 제370호 변산의 ‘미선나무’ 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Nakai)는 물푸레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충북 괴산과 변산반도에서만 군락을 이루고 자생하는 세계 1속1종의 희귀식물이다. 변산의 미선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70호로 지정되었다. 나무의 키는 1∼1.5m 정도 자라며 전체적으로 개나리와 비슷하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개나리보다 열흘~보름 정도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 꽃의 색은 흰색 또는 엷은 복숭아 꽃과 같이 분홍색을 띤다. 개나리는 향기가 없는 반면 미선나무는 그윽한 향기를 뿜어낸다. 미선나무 씨는 왕실의 부채처럼 생겼는데, 이런 이유로 부채선(扇)자를 써서 미선나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

봄을 알리는 숲속의 요정 ‘노루귀’

  노루 귀를 닮은 ‘노루귀’ 복수초, 변산바람꽃 생태기행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노루귀가 앞 다투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꽃의 직경이 1.5cm~2cm 정도로 복수초, 변산바람꽃에 비해 훨씬 작은데다 지천으로 피기 때문에 자칫 발에 밟히기 쉽다. 그러나 작다고 볼품마저 없으랴. 몸집은 작지만 귀엽고, 깜직 발랄한 소녀를 보는 듯 아주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게 숲속의 요정 같은 꽃이다. 접사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노라면 그 어여쁜 자태에 더욱 흠뻑 빠지게 된다. 꽃 색깔도 다양하다. 순백의 하얀색, 연한 분홍색, 분홍색, 자주색 등을 보인다. 다른 지역의 노루귀는 보라색도 있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