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지나고…, 변산바람꽃에 한참을 취해있다 보면 어느새 미선나무가 향기를 발하기 시작한다. 미선나무가 시드는가 하면 이제는 노랑붓꽃이 노란 얼굴을 내민다. 올해는 지난겨울 이상난동으로 인해 꽃들이 다른 해에 비해 열흘 정도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다. 노랑붓꽃은 다른 해 같으면 4월 20일경 꽃을 피우기 시작하지만 올해는 4월 7일에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만개 상태로 변산의 골골, 양지쪽 산기슭마다를 노랗게 물들여놓고 있다.
그런데 이 노랑붓꽃이 보통 귀하신 꽃이 아니다. 1913년 5월 13일 일본학자 나까이가 전북 정읍 입암면 노령에서 처음 발견, 신종으로 발표한 이래 국내에서 그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아서 학자들의 관심을 보여 왔었는데, 1998년 4월 13일 목원대 생물학과 심정기 교수에 의해 변산의 개암사 뒷산 기슭에서 발견되었다. 그 당시 중앙언론, 전북지역 언론들은 이 사실을 일제히 다루었다. 아래는 한겨레신문 기사 전문이다.
노랑붓꽃 자생지 발견
세계적 희귀식물인 `노랑붓꽃’이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에 군락을 이뤄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목원대 생물학과 심정기(52) 교수는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개암사 뒤 양가산 기슭에서 노랑붓꽃 200여 포기를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 특산식물로 전세계적으로 변산반도 한곳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랑붓꽃의 집단 자생지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붓꽃과의 희귀종인 노랑붓꽃은 나무가 많은 숲속 그늘진 곳에서 서식하는 여러살이 식물로 4~5월에 꽃이 피며 잎의 길이는 5~35㎝이다. 심 교수는 “문헌을 통해서만 우리나라 변산반도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랑붓꽃의 집단 자생지가 발견된 것은 학술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며 “노랑붓꽃의 군락지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시급히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하석 기자/한겨레신문/1998년04월13일17시17분>
심교수에 의해 노랑붓꽃이 발견될 때만해도 개암사 뒷산기슭 밖의 지역에는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 남획에 의한 멸종을 염려했었는데, 몇 년에 걸쳐 조사해 본 결과 그런 상황은 아닌 듯하다. 변산에서 좀 깊다하는 계곡이나 산기슭 반양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어느 곳은 밭을 이루다시피 넓게, 밀집해 분포 하고 있다. 개암사 뒷산과는 멀리 떨어진 갑납산 자락에도 군락을 이루고 있어 ‘멸종 위기는 아니구나!’하고 한시름 놓게 된다.
붓꽃과의 노랑붓꽃(lris koreana Nakai)은 여러해살이풀로 4월 중순경에 꽃이 피고, 7월 중순경에 열매를 맺으며 잎의 길이는 5-35㎝이다. 노랑붓꽃은 꽃줄기가 둘로 갈라지고 갈라진 각각의 꽃줄기에 꽃이 핀다는 점에서 꽃의 색깔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줄기 하나에 1개의 꽃이 맺히는 `금붓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고 보면 변산에는 노랑붓꽃 외에도 희귀식물이 참으로 많다. 천연기념물 삼총사인 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 후박나무가 있고, 충북 괴산, 영동과 변산에서만 자생하는 세계 1속 1종인 미선나무가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위도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인 위도상사화가 있고, 눈 속에서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그 이름도 정겨운 변산바람꽃이 있다. 또, 예부터 3변(邊) 중의 하나로 부안사람들의 사랑을 흠뻑 받아 온 변邊란(보춘화)은 지천으로 핀다. 그 외에도 창포, 가시연꽃, 백작약, 개족도리 등의 환경부 지정 ‘희귀, 멸종위기종’들이 자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개족도리는 내변산 골짜기마다에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다.
/허철희(2007·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