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난초’-변산 심심산골에서 만나는 ‘새우’

    난초과 새우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인 새우난초(Calanthe discolor Lindl.)는 따뜻한 지역인 제주나 서남해안 등지에서 자란다.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 약 200종, 한국에는 약 3종이 분포한다. 변산에는 나무가 우거진 몇몇 곳의 비옥한 숲속에서 드물게 관찰된다. 높이 30~50cm 정도로 자라며, 땅속줄기는 염주 모양으로 마디가 많고 잔뿌리가 돋아 있다. 잎은 두해살이로서 첫해는 2~3장이 뿌리에서 나와 곧게 자라지만, 다음해에는 옆으로 늘어진다. 잎의 모양은 긴 타원형으로 길이 15∼25cm, 나비 4-6cm 정도이며, 양끝이 뾰족하다. 잎 뒷면에는 잔털이 나 있고, 세로로 주름져 겹쳐져 있다. 꽃은 4월말에서 5월 …

복수초는 피었는데 눈은 내리고…

  변산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복수초이다. 그러기에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봄눈이 내려주길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눈속에 피어 있는 복수초를 찍고 싶어서이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찿아 온다던가? 드디어 기회가 오는 듯, 지난 주 말 일기예보는 ‘전국에 비 또는 눈’이었다. 일기예보는 신통방통 적중했다. 토요일 내내 날씨가 험상궂더니 저녁나절 무렵 눈발이 비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봄눈이란 말인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연신 밖을 내다보며 ‘오냐 많이 많이 내려다오’ 일요일 아침 서둘러서 변산으로 향했다. (장소는 밝히지 않겠다. 여러해살이풀이기에 집에서 기르려고 심하게들 남획하기 때문이다.) 눈은 …

‘전봉준! 새벽길 나서다’

박홍규 화백의 ‘동학농민혁명이야기’   1895년 을미년 3월 29일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컴컴한 적굴 속에서 암연히 죽이느냐! 이 날 전봉준은 사형 언도를 받고 마지막 일갈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2시 동지였던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등과 함께 최후를 마치니 향년 41세였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전봉준! 새벽길 나서다 이 사내가 빠진 우리의 근현대사는 어찌 했을까? 5척의 작달만한 키로 19세기 말 격동의 조선반도를 들었다 놓았다 했던 사람! …

조수대(潮水臺)

  좀 생소한 이름이다. 홍콩이나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가보지는 않았지만…)의 수상가옥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갯벌에 원두막(?)을 연상해도 좋고… 뜬금없이 갯벌에 왠 원두막? 하겠지만, 이런 거다. 지금의 계화도는 1960년대 간척사업으로 인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는 섬이었다. 계화도가 섬이었을 때, 어선을 가지고 어장을 하는 어부들이야, 계화도 서남쪽에 있는 돈지포구를 왕래하면 되었지만 맨손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야 한 물때에는 갯벌에 나가 꼬막 잡고 백합 잡고, 또 한 물때에는 그 꼬막, 백합 등을 이고지고 부안까지 걸어 나와 팔아야 했다. 그런데 계화도에서 창북리나 궁안리(대벌)까지 …

저 갯바닥 하나에 의지해서 8남매 키웠어

  2001 10월 18일, 물때가 물때인지라 계화도 양지마을 그 어느 곳에서도 마을사람 만나기는 어려웠다. 한 참을 기웃기웃 마을을 돌자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이복순(78세) 할머니, 할머니를 모시고 마을회관 앞 모정에 자리했다. ‘할머니 살아오신 얘기를 들어보려구요’ ‘뭐 할 얘기나 있나, 그때는 다 그렇게 살었지, 저 앞에 개 막기전(계화도간척)에는 여기는 농토가 있어야지, 산밑으로 깔끄막진 밭들이 쪼금 있기는 했어도 우리는 그것도 없었어’ ‘그럼 어떻게 살았어요?’ ‘뭐 어떻게 살어? 저 갯바닥 하나에 의지해서 살았지, 저 갯바닥이 우리 새끼들 8남매 다 키웠어. 아뜰이 올망졸망 애릴 …

백합은 봅고댕기면서 먹는 것이여

        조개 중의 조개 ‘백합’ “노령산맥의 한 줄기가 북쪽으로 부안에 이르러, 서해 가운데로 쑥 들어간다. 서쪽과 남쪽, 북쪽은 모두 큰 바다다. 산 안에는 많은 봉우리와 깎아지른 듯한 산마루, 평평한 땅이나 비스듬한 벼랑을 막론하고 모두 큰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나서 햇빛을 가리고 있다. 골짜기 바깥은 모두 소금 굽고 고기 잡는 사람의 집들이지만, 산중에는 좋고 기름진 밭들이 많다. 주민들이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산에서 내려오면 고기잡이와 소금 굽는 것을 업으로 하여, 땔나무와 조개 따위는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된다.…” …

부안종개

  세계에서 부안에서만 사는 토종물고기가 있다. 바로 ‘부안종개’다. 1987년 전북대 김익수 교수에 의해 새로운 종으로 발표되었다. 부안종개는 분포구역이 매우 좁아 부안에서도 변산의 백천에서만 산다. 출현 빈도도 0.23퍼센트로 극히 낮아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물이 차고 맑으며 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깔린 곳에서 수서곤충과 부착조류를 먹고산다. 원래 모래 속에 파묻혀 있거나 자갈 틈 속에 숨어있기를 좋아하지만, 청명한 날에는 여러 마리가 물 흐름이 완만한 바위 바닥 위나 자갈 위의 여기저기에서 마치 휴식을 취하듯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다 자란 …

꽃보다 이쁜-호랑이등긁이나무 열매

호랑가시나무는 변산을 대표하는 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남부의 대표적 수종으로 그 북방한계가 바로 변산반도이다. 그래서 도청리 모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호랑가시나무는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호랑가시나무 하면 크리스마스가 먼저 떠오른다. 영화에서 보면 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둥글게 다발을 만들어 현관 입구나 실내에 걸어 놓는다. 또 많은 크리스마스카드에 실버벨과 함께 호랑가시나무 잎과 열매가 디자인되는데 진초록의 6각형 잎, 붉은 열매가 아주 매혹적이다. 이 나무는 키가 2∼3m까지 자라며 겉 가지가 많다. …

변산의 귀염둥이 미선나무

  미선나무 꽃이 없는 변산의 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작년에는 눈 속에 핀 미선나무 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일요일(10), 올해가 일주일 정도 봄이 이르다기에 변산을 찾았더니 아직은 피지 않았다. 아마 이번 주면 피지 않을까? 변산의 귀염둥이인 미선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충북 괴산과 변산반도에서만 군락을 이루고 자생하는 세계 1속1종의 희귀식물로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나무일지 모르나 식물학자들에게는 각별한 사랑을 받는 나무이다. 나무의 키는 1∼1.5m 정도 자라며 개나리와 비슷하다. 잎이 나기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개나리보다 보름정도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 꽃의 색은 흰색 또는 …

타루비

  상서-유정재 길을 ‘호국로’로 부안에서 상서 감교, 청등을 거쳐 유정재에 이르는 길은 ‘호국로’로 이름을 지어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변산은 평지돌출형으로 북으로는 상서까지, 남으로는 보안 남포리까지 바닷물이 들어 와 간신히 섬을 면한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개미허리 같은 유정재는 자연 군사적 요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선 국가 명운이 결린 전쟁들이 빈번했었다. 660~663년에는 백제부흥군과 일본군이 신라와 당나라 군사를 맞아 국제전을 벌였던 기벌포.백강 전투지로 비정되는 곳이다. 이 전쟁에서 백제부흥군과 일본군이 패함으로써 백제는 역사의 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676년(신라 문무왕 16년)에는 신라군과 당군 간에 격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