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하는 해안선 사라지는 갯벌

 

▲새만금방조제

옛날 들쭉날쭉하던 변산의 해안선은 쌀 생산을 위해 계속되는 간척사업으로 밋밋해졌다. 물이 빠져 드러난 갯벌은 많은 어패류를 가져다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저곳만 막으면 다 논이 되는데....."하는 생각을 사람들로 하여금 불러일으켜 예로부터 간척사업이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특히 일제 때 웬만한 곳은 다 이루어져 오늘의 해안선이 이루어졌다. 이후 3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대규모의 계화도 간척사업이 이루어졌다. 이는 일본인들도 계획을 한 것이었는데 기술 및 장비의 부족으로 실행하지 못했었다. 계화도 간척사업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는데 섬진강 다목적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수몰민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면서 진행되었다. 1963년 2월에 지금의 하서면 돈지에서 계화도까지 약 4km의 제1방조제 공사를 착공하였으며, 1965년 3월에는 동진면 새포에서 계화도까지 약 12km의 제2방조제 공사를 착공하여 1968년 10월에 모두 완공하였다. 이후 1977년까지 내부 공사를 다 끝낸 후 1980년대부터 는 본격적으로 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연간 70만여톤의 질 좋은 쌀과 4000여톤의 보리가 생산된다. 간척지에는 병충해가 많지 않아 농약을 덜 쓰기 때문에 저공해쌀로 인기가 높다.

▲새만금간척사업 조감도

이제 정부는 또다시 서해안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계화도를 내륙으로 만드는 세계 최대규모의 간척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림수산부와 농어촌진흥공사가 2004년까지 1조3천억원을 들여 옥구군 고군산열도와 변산면 대항리 사이에 33km의 방조제를 쌓아 농경지, 공단, 국제규모의 항구, 수산양식장, 담수호, 농어촌 도시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부산시 크기(1억2천6백만평) 정도의 광활한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갯벌은 육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의 정화, 어패류의 서식지와 산란장, 철새의 이동 경로와 서식지 역할을 하며, 식량자원과 생물종의 다양성 보전, 아름다운 경관 제공과 관광자원으로서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새만금호는 97년 국정감사를 통하여 '제2시화호' 가능성이 지적되어 천혜의 자원인 갯벌의 유실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에 따르는 대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산 하나가 통채로 새만금 방조제에 살점을 뜯기고 있다. 이 산은 변산반도국립공원 안에 있는 해창산이다.

녹색연합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 11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1. 새만금 갯벌을 파괴하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헌법에서 보장된 환경권에 대한 침해이다.
헌법 제 35조는 "모든 국민은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모든 국민의 환경권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또한, 1991년 제정된 자연환경보전법 제3조는 "자연은 모든 국민의 자산으로서 공익에 적합하게 보전하고 현재와 장래의 세대를 위하여 지속하게 이용되어야 한다".는 자연자원의 공익성과 그 이용에 있어서 미래세대를 고려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창 장승벌_팔도의 장승들이 모여 갯벌을 지키고 있다.

2. 새만금 간척사업은 "세대간 책임"과 "세대간 형평성"을 명시한 지속 가능한 개발 이념을 위반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갯벌파괴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은 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 이후, 지구의 생명과 인류의 영속을 위하여 온 인류가 합의한 "지속 가능한 개발"이념에 위반되는 행위이며, "세대간 책임"과 "세대간 정의"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어민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어민들의 광화문 정부청사 앞 상경 투쟁(2001.5.25)

3. 새만금 간척사업은 "공공신탁법리"를 위반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의 파괴는 우리 후손들이 현세대에게 물려준 자연자원을 보전하여 미래세대들이 충분히 이용·향유할 수 있도록 물려주어야 한다는 "공공신탁법리"에 위반된다.

▲새만금 어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01년 5월 25일 새만금사업 강행을 발표했다.
▲백합

4. 새만금 간척사업은 생물종다양성협약, 람사협약 등 미래세대들의 환경권을 보장하고 있는 국제환경협약을 위반하고 있다.
만경강, 동진강 하구에 위치한 새만금 갯벌은 수만종이상의 생물종의 서식지로써 생물종다양성의 보고이다. 특히, 새만금 갯벌은 백합, 가무락, 갯지렁이, 게 등 371종의 저서규조류와 조기, 웅어, 전어 등 우리 나라 서해안에 출현하는 어류의 76.9%의 서식지, 산란지, 치어의 서식지, 회유어류들의 이동통로이다. 봄, 가을 도요 물떼새의 중간 기착지로서 새들에게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며, 20만종 이상의 새들이 새만금 갯벌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새만금 갯벌은 국제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멸종위기 종인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쇠청다리도요사촌, 붉은어깨도요 등의 서식지이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의 시행으로 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으며, 이는 생물종의 감소를 초래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우리정부가 가입한 생물다양성협약, 람사협약 등 국제환경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계화도갯벌에서 백합을 잡기 위해 그레질 하는 어민 머리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5. 새만금 간척사업은 미래세대의 다양한 동·식물계에 대한 권리, 풍요로운 자연에서 생활할 권리,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작·변화되지 않은 자연유산을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은 만경강, 동진강, 금강 하구의 퇴적물이 수만년 동안 쌓여 형성된 인간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이 총집결된 결정체이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비응도, 선유도, 신시도, 북가력도, 야미도 등 고군산군도의 섬이 사라지고, 만경강, 동진강의 흐름이 막히게 되며, 신석기 시대부터 만들어진 서해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또한 새만금 갯벌이 위치한 변산반도는 후박나무의 북방한계선으로 한반도 생태계 구성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후박나무군락, 꽝꽝나무군락, 미선나무의 주요 서식지이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바다와 조화를 이루어 왔던 변산반도의 생태계의 대혼란이 예견되고 있으며, 이미 새만금 인근 150여개 이상의 산이 파괴되었다. 이는 다양한 동·식물계에 대한 권리와 풍요로운 자연에서 생활할 권리 및 다양한 자연자원을 확보할 미래세대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6. 새만금 간척사업은 깨끗한 공기·대기에서 살아갈 미래세대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생명과 조화의 땅 갯벌을 파괴하고 만들어지는 29,000ha의 땅은 농지, 공업단지, 관광단지, 도로 등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우리의 미래세대는 뭇생명이 살아 숨쉬는 새만금 갯벌 대신 공장과 차량에서 내뿜어지는 매연과 콘크리트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7. 새만금 간척사업은 건강하고, 풍요로운 물에 대한 미래세대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은 서해바다와 만경강, 동진강이 만나는 기수대로서 해양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간척사업에 의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흘러온던 강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막히고, 절단되고 있다. 이로인해 건강하고 풍부한 물의 공급에 장애가 되어 심각한 물문제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

8. 새만금 간척사업은 한번 파괴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자원에 대해 현세대가 충분히 보전·이용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
새만금 간척공사가 완공될 경우 2만 ha의 갯벌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는 전북 전체 갯벌의 90%에 이르는 면적이다. 갯벌은 한번 파괴되면 복구할 수 없는 자산이다.

9. 새만금 간척사업은 건강을 위협하거나 또는 감시하고 관리하는데 지나친 비용이드는 전세대의 제조물과 사업으로부터 자유로울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완공하는데 건설비만 3조원 이상이 투자되어야 하며, 내부개발비와 새만금 수질오염방지와 관리를 위해 투자되어야 하는 비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는 미래세대 들에게 새만금 간척지와 새만금 호의 관리, 유지를 위한 엄청난 비용과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갯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어민들

10. 새만금 간척사업은 문화유산, 곧 전세대가 창조한 문화와 만날 미래세대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새만금 갯벌은 칠산 할머니가 바다를 지켰다는 전설이 담긴 칠산앞 바다와 황금어장, 깨끗한 바다로 알려진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섬들이 펼쳐져 있었다. 또한 새만금 갯벌이 형성된 주변은 변산국립공원과 변산해수욕장, 개암사, 내소사, 선운사, 격포 채석강 등 해안의 특성이 반영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지고 있으며, 어촌문화를 기반으로 매향제, 풍어제 등 역사 대대로 이어져온 문화유산의 사실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변산반도 문화유산의 훼손·변질을 피할 수 없다.

▲해창 장승벌에서 미래세대들

11. 새만금 간척사업은 미래세대의 자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의 중심인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고, 변산반도의 문화유적이 훼손되고, 바다와 어우러져 형성된 풍요로운 자연생태계가 파괴된다면,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보전, 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인간다운 생존을 할 수 있는 생활환경에 대한 미래세대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특히, 전세대가 의식적으로 야기한 물리적 사실로 인하여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관점과 자결을 제한하게 되는데 미래세대는 이를 감수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새만금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도래지

환경부는 2000년 2월12~13일 전문가 105명이 전국 100개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동시센서스를 실시하였다. 이 결과, 186종 118만4000마리가 관찰돼 지난해의 173종 106만8000마리보다 13종 11만6000마리가 늘었다고 3일 밝혔다. 환경부는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새만금지역에서 전체 개체수의 16%인 19만3000마리가 관찰돼 지난해의 3만9000마리보다 5배 늘어나 이 지역이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조사에서는 적호갈매기(9마리), 참수리(2마리), 항라머리검독수리(1마리), 검은머리방울새(20마리) 등 13종이 새롭게 발견됐으며 두루미 44마리 등 멸종위기종이 지난해보다 51개체수가 줄었고, 보호종도 가창오리와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2만 5057마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화도 저류지 철새

매향에 담은 갯벌 보전기원

▲새만금 매향제(2000.1.30)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침향목을 갯벌에 오랜 기간 동안 묻어두면 그 독특한 향과 약효로 매우 귀한 물건이 되었다. 향나무를 그대로 말려 태우면 그을음이 생기지만, 바닷물이나 개펄에 오래 담가두었다가 건조시킨 침향은 그을음이 없어 귀하게 쳤다. 침향이 된 향나무는 강철처럼 단단해져서 두드리면 쇳소리가 날 정도다. 그래서 단단한 침향으로 불상을 만드는 일도 있었다.
침향은 고급약재로도 인정 받았다. 이 향을 피우면 온갖 벌레들이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불사에서 사용하던 침향(沈香)은 사치품으로서 고려 때 주로 중국에서 수입했다. 고려조에서는 이의 수입이 늘어 사회 문제가 되자 이를 금한 적도 있었다.

옛 선조들이‘미륵이 출현하기를 기원하며’향나무를 땅 속에 묻었음을 보여주는 매향비가 해안가를 따라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매향비_해창 장승벌 들머리에 서있다.

매향비는 일제시대 때 동해안 지역 금강산 삼일포의 사선정이란 정자가 있는 섬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 비석은“고려 충선왕 원년(1309년)에 강원도 강릉 근처의 지방관들이 승려 지여와 함께 9개 고을에 향나무를 묻었다”는 사실을 비롯해, 매향을 주도한 주관자의 직명, 매향을 하게 된 유래, 향나무를 묻은 곳과 향나무 가지 수, 비용을 마련하려고 바친 전답의 양 따위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

서해안의 충남 당진, 서산의 해미읍성, 전남 영광의 법성포와 영암 엄길리,  해남 맹진, 장흥 삼십포, 신안 암태도와 경남 사천군 흥사리 남해 바닷가에도 매향비가 발견됐다. 특히 경남 사천의 이 매향비에는 고려 말 우왕 13년(1387년)에 사천의 지역주민 4천 1백명이 모여 매향 의례를 치렀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적은 인구수에 비춰볼 때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확인된 매향비가 모두 고려 말 조선 초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해야 한다. 여말선초 왜구의 노략질이 심했던 혼란한 시대에 바닷가의 민중들은 무언가 새로운 세상에 대해 갈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매향비는 당대 민중들이 미래에 다가올 미륵불의 출현을 예견하면서 비밀리에 향나무를 묻고, 그 사실을 은밀한 곳에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불안감을 달랬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물이다.

▲새만금 매향제(향을 묻기 위해 갯벌로 나가는 상여 행렬)
▲새만금 매향제(2000.1.30) 새만금 매향목 신위

2000년 1월 30일,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차츰 갯벌이 사라져가고 있는 변산반도 해창 갯벌.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는 너른 갯벌에 전국에서 모여든 환경, 시민단체 회원과 부안군 주민 등 500여명이 새만금 갯벌을 보전하겠다는 한마음으로 칼바람을 견디며 '새만금 매향제'를 열었다. 이날 오전 10시 조개미 고개 어름에 '매향비'를 세운 이들은 새만금전시관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만장을 앞세우고 향나무를 실은 꽃상여를 따라 2km 눈보라길을 걸어 해창 갯벌에서 첫 매향제를 열었다.

"부디부디 비옵나니/산신령님 용왕님네/영험하신 능력으로/산 없애고 바다 막는/포클레인 중장비들/국민세금 펑펑 쓰는/높은 자리 정치인들/./몽땅몽땅 쓸어 담아/태평양에 처넣으시고/바다 살고 산도 살고/새도 살고 사람 사는/....../생거부안 좋은 세상/활짝 열어 주옵소서."

매서운 해풍에 간절한 제문 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거듭했고, 이를 지켜보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어른과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행사를 지켜본 덕산 스님(금산사 총무국장)은 "불교에서 말하는 '생자필멸 회자정리'라는 것은 인간은 유한하고 진리와 자연은 무한하다는 뜻"이라며 "유한한 인간의 삶 때문에 무한한 자연이 파괴되어선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과 전북환경련, 그린훼밀리운동연합, 녹색연합, 환경과 공해연구회, 한국YMCA연맹, 환경정의시민연대, 환경연합 등 8개 운동단체 회원들은 올 한해를 새만금 간척사업 저지를 위한 해로 정해 모든 힘을 쏟을 것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