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바다

▲칠산바다 너머 해가 지고 있다.

어김없이 바닷물이 들고나는 갯벌을 터전으로 질척이는 삶을 이어왔다. 그들은 아침 저녁으로 갯가에 나가 조개를 줍고, 대나무를 베어 살을 엮어 밀려드는 고기떼를 포획하였으며, 질펀한 갯땅 한 자락을 막아 소금을 구웠다. 그리고 후퇴하는 해안선 훨씬 멀리 제방을 쌓아 논을 만들어 벼를 심었다. 이러한 갯벌을 옆에 낀 줄포, 위도, 법성포를 연결하는 해역은 예로부터 연평도와 함께 조기잡이로 유명했었다. 영광군 백수면 앞바다에 일산도, 이산도, 삼산도, 사산도, 오산도, 육산도, 칠산도의 일곱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다. 이곳을 칠뫼라고 하는데 여기서 시작하여 법성포 앞바다를 거쳐 위도, 곰소만, 고군산군도의 비안도에 이르는 해역을 칠산바다라 부른다. 이 해역에 형성된 어장을 칠산어장이라 하며 조기떼가 몰려들 때면 포구에 배를 댈 수 없을 정도로 전국에서 조기잡이 배들이 몰려들던 곳이었다.

칠산어장은 육지와 아주 근접한 어장으로 변산과 선운산을 배후지로 한 넓은 갯벌이 있어 어족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양도 쉽게 고갈되지 않아 오늘날도 갯골을 따라 발달한 포구를 중심으로 연안어업이 시들지 않고 있다.

 

칠산바다의 전설

▲전북의 역사만물전3 부안, 부안 격포도청 변산좌우도, 채색펄사본 13세기 중~후반, 73.5107cm, 경남대학교 박무로간 소장, 왼쪽 상단에 칠뫼(칠산)이 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

칠산 바대는 원래는 육지이고 일곱 골이 있던 디라고 헌다. 이 일곱 골에는 서씨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는디 어느 날 지사(地師)가 찾어왔기에 후히 대접해 주었다. 그 지사는 떠남서 후대받은 공을 갚기 위히서 한 마디 일러줄티니 들어보람서 이곳은 얼매 안 가서 바대가 될 티니 여그를 뜨라고했다. 서씨는 그 말을 듣고 언제찜 바대가 되냐고 물었다. 저 앞에 있는 큰 부체의 귀에서 피가 흐르게 되는 때에 바대가 된다고 허고는 가버렸다. 이 말을 들은 서노인은 날마닥 아침이면 부처님으 귀에서 피가 나는가를 보러 갔다. 하도 서노인이 지성스럽게 부처님헌티 댕겨쌍게 동네 사람이 왜 그렇게 날마닥 부처님헌티 댕기냐고 물었다. 서노인은 부처님 귀에서 피가 흘르게 되면 여그가 바대가 된다고 히서 보러 댕긴다고 험서 지사가 헌 말을 말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저 영감이 미쳤다고 조롱대기만했다. 그 중에 개백정 하나가 개 잡던 피묻은 손으로 가만히 밤에 가서 부처님 귀에다 피를 바르고 왔다. 이튿날 아침 서노인이 가 보고서 부처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잉게 동네사람들헌티다 여그가 곧 바대가 될팅게 어서 피하라고 외침서 높은 산 있는디로 올라갔다. 그런디 동네 사람들은 암도 따라나시지 않있다.

그날 아침에 원님이 문안드리러 들온 육방관속을 봉께 모두 죽을 상을 허고 있었다. 이 원님은 관상을 잘 보던 원님인가봐. "이거 이상허다. 어저끄까지 괜찮던 너그들으 얼굴이 오늘 따라서 모두가 죽게 되었이니 이상헌 노릇이다. 무신 일이 있었느냐" 하고 물었다. 관속들은 "서씨라는 노인이 여그가 바대가 된다고 높은 산으로 도망치는 것을 봤심니다. 그 노인은 어떤 지관으 말을 듣고 부처님 귀에서 피가 흘르면 이곳이 바다가 된다고 히서 한 백정놈이 놀리니라고 부처님 귀에다 개피를 발렀더니 서노인은 부처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니 바대가 된다고 험서 산으로 도망칩디다." 허고 말했다.

원님은 그 말을 듣고 그 노인으 말이 옳다. 우리도 어서 도망가자 허고 육방관속들을 끌고 산으로 올라갔다. 서노인이 산으로 올라가는디 어디만침 옹게 거그에 소금장시가 소금짐을 받쳐놓고 쉬고 있었다. 소금장시는 저 서노인을 보고 어찌서 이렇게 헐레벌덕거림서 올라오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여그가 바대가 된다고 히서 높은 디로 도망간다고 했다. 소금장시는 바대가 된다 히도 이 지게 작대기 밑에까지 밖에 안 둘오니 더 올라갈 것 없다고 했다. 그러자 천둥이 울고 땅이 가라앉더니 바댓물은 소금장시가 말 헌 대로 지게 작대기 밑이꺼지만 차고 말았다.

칠산골이서 살어남은 사람은 서시 노인과 그 가족허고 원님네 식구와 육방관속으 식구허고 소금장시 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죄다 죽고 말었다. 이 성씨의 자손은 지금 충청도에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1969년 8월 23일 익산군 금마면 동고도리 수리부락 송상규(41세, 남)>

 

계화도 전설

▲하서 백련리 바람모퉁이에서 본 계화도

계화도가 옛적에는 연륙(連陸)이 되어서 섬이 아니었심니다. 그런디 중간에 한 쪽이 함몰히서 섬이 됐다고 헙니다. 어느 해 어던 이인인지 멋인지 이상헌 사람이 지내감서 여그 있는 독부체(돌부처) 코에서 피가 나면 여그는 쏘가 된다고 말이 있답니다.
이 말을 동네 영감 하나가 듣고 그런 말을 동네 사람들헌티다 허고 독부체 코에서 피가 나면 여그는 쏘가 된다니 우리는 여그 오래 살 수 없이니 딴 디로 옮겨가야 헐 준비를 허야 쓰겄다고 말허넌디도 동네 사람들은 미친 소리라고 아무도 곧이 듣지 안았십니다. 그런데 영감은 그 말을 믿었던지 날마다 독부체를 아침 저녁으로 딜이다보고 독부체 코에 서 피가 나오는가 안나오는가를 살펴봤십니다.
이 영감이 날마다 독부체 코에서 피가 나온는가 안나오는가를 보러 댕깅게 동네 젊은이 하나가 이 영감을 놀리고 싶어서 개 피를 독부체 코에다 발라놨습니다. 영감이 독부체로 가서 봉게 코에서 피가 나와 있어서 영감은 깜짝 놀래각고 동네로 댕김서 독부체 코에서 피가 났이니 여그는 쏘가 된다, 모다 다른 디로 피히 가라고 외쳤십니다. 그런디 이 소리를 미친 소리라고 아무도 곧이 듣지 않고 피신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십니다. 영감은 저그 집이 와서 여그가 쏘가 되니 어서 피히서 다른 디로 가자고 했는디도 가족덜도 아부지나 피히 가시오 험서 아무도 따라나서지 안했는디 일곱 살찜 된 손자가 나는 할아버지허고 같이 갈레 험서 따라나섰십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거그서 떠나서 저쪽 돈지라는 디로 갔넌디 그 때 뇌성벽력이 일어나고 천지가 뒤집어 지는 듯이 요란을 치더니 조수가 마구 밀려닥쳐각고 거그는 물바다가 되어 쏘가 됐십니다. 그리서 계화도는 육지와 떨어져 섬이 되고 계화도와 연육돼 살던 사람들은 죄다 물 속에 빠져서 없어졌다고 헙니다. 이 영감하고 손자는 돈지까지 와서 살었는디 그 자손들이 어디서 산다고 허는디 어디서 사는지 잘 모릅니다.

<1966년 5월 27일 부안군 부안읍 행중리 1구 김원기> 
(위 두 이야기는 <임석재 전집7/한국의 구전설화/전라북도편>에서 인용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