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에 의존하는 국가와 자본,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바람 한 점 없는 호수면을 교교하게 물들이던 보름달이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이면 낚시꾼이 수면에 박아놓은 찌를 축으로 다시 또다른 한 세상이 펼쳐진다. 사위는 적막에 싸인 채 이따금 잠 못든 붕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튀어올라 파문을 그려놓고 갈 뿐이다. 동녘이 환하게 밝아오며 밤새 대좌한 채 말이 없던 산그림자가 서서히 물안개를 걷어내면 어느새 부지런한 물총새 한 마리 물속으로 자맥질을 한다. 새벽 낚시터의 모습이다. 자연의 모습이다. 밤낚시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모습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이런 자연 속에 몰입하기 위해 낚시를 가는 것일지도 …

2년 동안 ‘백지화 선언’ 세 번 받아낸 안면도

  핵폐기장이 들어설 위도에 ‘장관인 내가 청와대 별장을 짓자고 할 정도로 안전하다’고 주장했던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2003년 12월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부가 위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추진과정에서 부안주민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문제점과 함께, 신청당시 유치 의사가 있었던 여러 지자체가 부지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과 지역주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을 먼저 사과드린다”면서 부안주민에게 공개사과했다. 당시 영광, 고창에서는 부안보다 일찍 반핵운동이 점화되어 있었음을 감안하면 참으로 교언영색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부안을 찍어놓고 영광, 고창은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

토담집 지을 양 졸속으로 진행한 지질조사

    2003년 6월 27일 “4개 후보지역(울진, 영덕, 고창, 영광)의 지자체 또는 상기 4개 지역 이외의 지자체 중 2003년 7월 15일까지 부지조사를 완료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지자체가 유치신청한 경우 우선 선정한다”는 내용의 변경공고를 내보낸 정부는 다급해졌다. 7월 15일 유치신청 마감 이전에 지질조사를 끝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행법을 어겨가며 굴착작업에 착수하여 엿새 만에 구멍을 다섯 개 뚫어보고 닷새 동안 심사해서 위도가 핵폐기장 부지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이를 부안군수에게 통보했다. 핵폐기장이 토담집 짓는 것인 양 초고속으로 판정을 내린 것이다. 수십년을 …

부안을 점찍고 밀어붙인 작전이었다

    스웨덴에서는 1980년에 국민투표 결과를 수용하여 의회에서 최신 원자로의 수명이 다하는 2010년경에 현존하는 모든 원자로를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민주적인 합의와 절차를 거쳐 지하 30미터에 있는 거대한 암석동굴에 중저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마련하여 1986년에 비로소 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과정은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밀실에서 추진되는 하나의 ‘작전’이었다. 2003년 4월 21일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위한 담화문이 나간 이래 5월 1일 첫 공고가 나가고 5월 27일, 6월 27일에 잇달아 변경공고를 냈다. 거듭되는 변경공고를 면밀히 살펴보면 미리 …

새만금 방조제로 수몰되는 호남평야

  300mm 폭우에 바다가 된 호남평야 미국 홍수피해 도와주면서도 자국국민 나몰라라 뉴올리안즈 상세보도 제나라 식량창고 침수엔 침묵하는 언론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들판이 있는 호남지방에서는 벼농사를 짓기 위해 고대로부터 제방을 쌓았다. 익산의 황등제와 고부의 눌제, 그리고 김제의 벽골제가 바로 이들이다. ‘호남(湖南)’이라는 말은 바로 이 세 호수의 남쪽이라는 뜻이라 한다. 벼의 고을이라는 뜻을 지닌 벽골제는 조선 후기까지 나라에서 관리하며 그 역할을 다했는데 ‘호남이 있어 조선 팔도가 흉년이 들어도 굶어죽지는 않는다.’ 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곡창 호남평야가 있는 동진강 수역에 지난 …

핵폐기장 후보지 위도를 가다

  8월 31일 마지막 발악에 가까운 부안군수의 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치신청이 무산됨으로써 부안 핵폐기장 문제는 끝을 보게 되었다.(그러나 영덕에서처럼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안 군민들의 반핵싸움은 국가의 거대한 조직적 폭력에 맞선 싸움이었다. 이들 조직에 전북 지역 국회의원, 건설업체, 관변학자들, 관변단체들, 지역언론, 광역자치단체장 등이 함께 했으며 ‘핵종규’로 불리는 부안군수는 이들에게 포섭당한 하수인에 불과했다. 부안에서 물러간 핵귀신은 인접 군산시와 포항시, 경주시, 영덕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하고 있다. 이제 차분하게 부안 반핵싸움을 돌아보고 이들 핵귀신의 행동방식을 하나하나 밝히고자 한다. 이 글들은 반핵싸움기간 동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