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m 폭우에 바다가 된 호남평야
미국 홍수피해 도와주면서도 자국국민 나몰라라
뉴올리안즈 상세보도 제나라 식량창고 침수엔 침묵하는 언론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들판이 있는 호남지방에서는 벼농사를 짓기 위해 고대로부터 제방을 쌓았다. 익산의 황등제와 고부의 눌제, 그리고 김제의 벽골제가 바로 이들이다. ‘호남(湖南)’이라는 말은 바로 이 세 호수의 남쪽이라는 뜻이라 한다. 벼의 고을이라는 뜻을 지닌 벽골제는 조선 후기까지 나라에서 관리하며 그 역할을 다했는데 ‘호남이 있어 조선 팔도가 흉년이 들어도 굶어죽지는 않는다.’ 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곡창 호남평야가 있는 동진강 수역에 지난 8월3일에 30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려 넓은 평야가 바다를 연상케 하고 들판 가운데의 나즈막한 산은 섬으로 변했다. 전라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일 산사태 7명 인명피해, 이재민 6천5백56명 발생 했으며, 주택파손 166동, 주택침수 2,122동, 농경지 유실 매몰 1,292.6ha, 농작물 피해 25,781ha, 도로교량 142개소, 하천 994개 등 사유 및 공유시설 피해액이 총 3천억(308,562,866,000원)이 넘었다고 집계(8일 오후 5시 기준)를 발표했다. 침수된 논의 면적은 김제, 정읍, 부안에만 모두 18,000ha라고 한다.
그러나 물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한창 모개가 올라오고 있는 벼들은 오랜 시간 물에 잠겨있어야 했다. 물이 빠진 후인 8월 14일 고부천 일대를 둘러 보았다. 쑥쑥 자라고 있는 벼들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였다. 한창 배동기에 물에 며칠 동안 잠겼던 벼들이 성할 리가 없을 것이라며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결국 벼이삭은 80% 정도가 빈 쭉정이로 변해버렸다.
정부는 침수면적 3,000평당 농약대로 5만원씩을 보상하겠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농민들은 지푸라기만 서있는 논을 갈아엎었다. 농민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어 특별재해구역으로 선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허리케인으로 궤멸된 도시 미국 뉴올리안즈에는 수재의연금을 주면서 자국 국민의 재난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재난에도 일체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하면서 상경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왜 언론은 이번 호남평야 침수 사태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가. 김익수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벌이고 있는 농업기반공사 전북본부장은 지난 8월 3일 전북의 모일간지에 실은 ‘새만금이 완공 되었어야’라는 글을 통해 “만경강과 동진강주변 호남평야 하류지역인 진봉, 광활, 죽산, 계화, 동진면 등 12,000ha의 농경지가 매년 집중호우가 내릴 때 배수가 되지 않아 침수피해를 입고 있다”며 “만약 새만금사업이 일찍이 완공되었더라면 조류간만에 맞추어 하루에 두 번씩 해안선 갑문을 열고 닫지 않고도 충분히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인가. 새만금처럼 미시시피강 하구에 제방을 쌓고 습지를 매립하는 등 자연을 파괴하여 만든 미국 뉴올리안즈의 피해 소식은 세세히 보도하면서도 제나라 국민 먹여 살릴 식량창고가 물에 잠겼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언론은 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가.
이번 호남평야 장기 침수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호남평야의 젖줄인 동진강 중 하류는 경사가 극히 완만하여 예전에는 신태인까지 조수가 밀고 올라갔었다. 이러한 조수의 역류를 막기 위해 일제는 강 양쪽에 제방을 쌓고 갑문을 설치하였다. 썰물 때에 강물은 나발대처럼 벌어진 동진강 하구 갯벌을 통해 빠른 속도로 바다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동진강 만경강 하구를 틀어막는 방조제가 뻗어나가면서 강물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려졌을 뿐 아니라 토사를 먼 바다로 끌고 가지 못해 강바닥에 점점 쌓이게 되었다.
“물이 씨게(세게) 들어와서 씨게 빠져나가야 갯것이 잘 되야.” 계화도 주민들의 말이다. 썰물 때 조류가 급해야 토사를 멀리 끌고 내려가 갯벌에 유기물이 많아져 갯벌 생물들의 먹이가 풍부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방조제가 뻗어나가면서 유속이 느려져 토사가 방조제 안쪽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3년 6월 4공구를 막고부터 토사가 쌓이는 양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엄청난 환경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이번 김제평야 침수사태는 그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규슈를 강타한 태풍이 이 지역으로는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재작년 태풍 루사가 왔을 때 강릉 일대에 800mm 이상의 비가 내렸었다.
세계의 기상학자들이 근심스런 눈으로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전체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온도가 가장 가파르게 뛰면서 불안정한 대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해수온도가 오르면 대기 중의 포화 수증기량은 증가하고 수증기가 증가할수록 대류권은 불안정해진다. 여름철 한반도는 수분을 잔뜩 머금은 동쪽의 북태평양 기단이 저온건조한 서쪽의 시베리아·티베트 산지의 기단과 충돌하는 경계에 위치해 있어 ‘기상의 화약고’로 부를 만한 여건이라는 것이 세계 기상학자들이 한반도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재앙은 닥쳐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무슨 다른 대안이 있겠는가. 방조제를 걷어내어 바다로 돌려주는 일 외에 달리 대안이 있을 수 없다. 다음은 <환경과 생명> 2004년 여름호에 실은 것으로 방조제가 홍수피해를 부를 것임을 밝힌 글이다.
수확기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고부천변 호남평야 침수지역 농민들은 거둘 게 없다. 이들은 한 달 넘게 상경투쟁도 벌이고, 자식같이 기른 벼 갈아엎기 시위도 벌이고,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이의 대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피해 농민에게 가장 중요한 수확량 감소에 따르는 소득보전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이에 분노한 정읍, 부안, 김제의 피해지역 농민들은 8일 오전 10시, 부안군 보안면 하석교 들판에 모여 “특별재난지역선포와 고부천문제해결을 위한 정읍-부안농민대회”를 열고, “전북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할 것”, “수확량 감소에 따른 소득보전방안 강구”, “대파비 현실화” 등을 촉구했다.
이날대회에서 정병엽 부안군 농민회장은 “지난 한 달 동안의 투쟁으로 공공 및 사유시설에 대한 복구비 지급 등의 성과는 어느 정도 획득했으나, 정부는 침수피해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어 피해 농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미국의 허리케인 재난에 대해서는 일본, 영국 등 다른 선진국보다도 훨씬 많은 3천만불(약 3백억원)을, 그것도 요구하지 않는데도 공짜로 주겠다는 정부가, 피해농민들에게는 300억원의 빚을 주겠다고 하고 있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성토했다. 그는 또, “특별재해지역 선포의 기준도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보면 가능한 일인데, 기준을 피해액 기준은 3배, 이재민 수는 2배로 상향조정함으로써 인구수가 적고, 경제규모가 적은 농촌지역은 더욱 더 특별지해지역이 되기가 어렵게 입법되었느데, 이는 우리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살농정책이다.”며, “일 보완해 전북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콤바인 2대와 즉석에서 거둬들인 쭉정이 벼를 불태운 후, 상여를 앞세우고 논으로 들어가 ‘호남들판 다 죽었다.’, ‘우리 농민 다 죽었다’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트랙터로 2만여 평의 논들을 갈아엎었다. |
새만금, 재앙은 시작됐다
방조제가 뻗어나가면서 전북의 해안 마을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전북의 수산물 생산량도 94년 12만톤에서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6만 7천톤으로 급감했다. 작년 6월 기습적인 4공구 물막이공사로 물길이 막히자 급속히 죽뻘이 쌓여 방조제 안의 어민들은 생업을 잃었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4.15 총선에서 전라북도의 10개 의석을 모두 차지한 열린우리당의 김원기 의원(정읍)은 당선 소감을 묻는 기자와의 인터뷰 가운데 “전북출신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새만금사업 등 도정 현안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 2일 전주시의 한 예식장에서 `새만금완공 도민총연대’ 주최로 열린 ‘새만금사업 조기완공을 위한 전북도민 총궐기대회'(260명 참석)에 나타난 강현욱 전북지사는 “지난 91년부터 끌어온 새만금사업의 조기 완공을 위해 전 도민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면서 “새만금사업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반드시 지역경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간척지 이용 방안에 대해서도 주장이 분분하다. 농림부는 식량안보론을 내세우며 농지로 쓰겠다는 반면 전북의 간척사업 추진세력은 기업도시론, 물류기지론 등을 내세우며 복합산업단지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방조제도 살리고 갯벌도 살린다는 해양도시론도 있다. 이 글에서는 갯벌과 함께 죽어가는 방조제 안팎의 상황을 살펴보고 방조제를 최대한 트는 길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밝히고자 한다.
갯벌과 함께 죽어가는 포구
세노야 세노야 어야디야 세노야
어기여차 어기여차 어야디야 어기여차
담아내라 퍼내어라 저건 전부 싣고가자
세노야 세노야 어야디야 세노라
한 배 실었다 세노야 어디로 갈까 세노야
올려나 봐라 세노야 어서 퍼라 세노야
만선이다 세노야 어이야 차야 세노야
한 배 실었다 세노야 따라 오너라 세노야
어허야디야 세노야 어야디야
어허야디야 오호야 산이로다
멸치잡이 배에서 부르는 흥겨운 그물질 소리가 그치지 않던 황금어장에 죽뻘이 쌓여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있는 곳은 4공구 방조제 시작 지점에 있는 군산시 내초도이다. 이곳 126 가구 중 농사를 짓고 있는 세대는 불과 6세대이며 나머지 120세대는 갯벌에 나가 조개를 잡으며 대대로 갯벌에 의지해 살아왔다. 내초도는 군장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새만금사업으로 인해서는 이미 보상된 어업권에 대해서 보상할 수 없다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였다. 그래도 4공구가 막히기 전에는 갯맛을 잡아 그런대로 생활을 해왔으나 지금은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뻘이 차올라 갯일은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가무락조개마저 산소 부족으로 떠올라 폐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4공구가 막히면서 이들은 말문까지 막혀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초도 주민들은 새만금 반대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와 자신들이 처한 위급한 상황을 알리고자 하였으나 지금은 모든 희망을 다 버렸다. 자포자기의 삶이다. 인근 공장에 나가 시간당 3천원 받고 일을 하거나 일당 2만 3천원 받고 쓰레기 처리장에 나가 분리수거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이 일도 60세 이상은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사오백 척의 어선들이 북적대던 2종 항구였던 하제 포구도 비슷하다. 죽뻘이 쌓여 조금 무렵이면 배를 대기가 어려워 배가 묶여있기 일쑤다. 간신히 쌍끌이배를 끌고 나가 생합, 배꼽(큰구슬우렁이의 현지명), 소라 등을 잡아온다. ‘이 정도라도 유지해주면 좋겠다’고 어민들은 말하지만 선창가로는 죽뻘이 점점 차올라오고 있다. 어은리, 청하, 심포, 거전등 만경강 하구에 있는 포구들도 이미 생기를 잃은 지 오래이며 주민들은 불안감을 더해가고 있다.
부안은 삼면을 둘러 천혜의 자원인 갯벌이 둘러싸고 있는 고장이다. 더구나 댐으로 막히지 않은 동진강과 만경강이 흘러드는 하구역 갯벌을 곁에 두고 있다. 밀물 때 만경대교에서 바라보는 만경강은 참으로 장관이다. 바닷물이 강물을 거슬러 위로 위로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거슬러 올라간다. 하구 둑으로 다 막아 버린 다른 강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강 하구에 댐이 없는 만경강과 동진강에서만 볼 수 있다.
썰물 때면 치고 올라간 바닷물이 다시 후퇴하기 시작한다. 간조가 되면 끝간 데 없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간신히 갯골을 따라 강물이 육지에서 갯벌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먹이인 온갖 유기물질을 싣고 내려와 풀어놓는다. 따라서 하류일수록 바닷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 염분농도가 높고 상류로 갈수록 염분 농도가 옅어진다. 다양한 염분 농도가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이처럼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지대를 기수역(氣水域)이라 하는데 생물의 서식 환경이 위치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강 하구를 틀어막지 않은 하구 갯벌은 보통 갯벌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큰 어장이 형성되는 곳이다.
부안장을 일러 ‘허천난 장’이라 하였다. ‘허천나다’라는 이 지방 말은 ‘게걸스럽게 먹을 것이 풍부하다’라는 뜻이다. 부안 장에 오면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온갖 물산이 풍부하고 거래도 활발하여 돈이 많이 돌았다. 이같은 부안의 풍요를 주도했던 것은 수산물이었다. 그러나 계화도 간척사업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부안의 어르신들은 말한다. 동진강 물이 계화도를 앞뒤로 휘돌아나가던 시절에 농합이라는 거대한 조개가 있었다. 어른 두 손바닥을 합친 크기만한 이 조개 1마리면 온가족이 포식을 하고도 남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계화도 방조제로 물길이 달라진 후 이 농합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를 멀리 둘러서 틀어막는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뻗어나가며 부안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돈지포구는 육지에서 고군산군도와 가장 가까웠던 포구로 인구가 이천여명이 넘던 대처였다. 그러나 방조제로 물길이 막힌 돈지포구는 초등학교마저 폐교되는 등 유령마을로 된지 오래다.
방조제 밖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멸치어장은 이미 4, 5년 전에 사라졌고 흔전만전했던 꽃게, 전어, 쭈꾸미도 이젠 거의 잡히지 않는다. kg당 8천원에서 1만원에 출하하던 꽃게는 요즘 3만 5천을 호가한다. 변산반도 서쪽 끝에 자리잡은 아담한 포구 모항에서는 3년째 쭈꾸미를 잡지 못해 어민들이 울상이다. 변산에서는 쭈꾸미를 소라껍질을 이용해서 잡는다. 소라껍질을 노끈에 4~50cm 간격으로 꿰어 뻘 속에 넣어두면 쭈꾸미들이 제집인 줄 알고 들어와 앉아 알을 품는다. 이를 건져 올려보면 예전에는 소라마다 어김없이 쭈꾸미가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은 뻘만 잔뜩 들어가 있기가 일쑤이다. 게다가 뻘이 썩어서 고린내가 나기까지 한다.
방조제로부터 30여km 떨어진 위도 역시 새만금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 방조제로 인해 유속이 둔화돼 뻘이 차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축구를 하고 놀 정도로 딴딴한 모래펄갯벌이 지금은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죽뻘이 돼버렸다.
“지금 위도 돌아다니면 도로에 막 그물을 널어놓았는데 이게 일종의 시위를 겸하고 있습니다. 차가 다닐 때 위험하고 냄새도 나고 해서 면이나 파출소에서 여간 신경을 쓰는 게 아닌데 시위적으로 널고 있어요. 이게 새만금하고 연관이 있습니다. 왜그러냐면 방조제를 막아서 물의 유속이 죽다보니까 뻘이 차오릅니다. 어느 정도냐면 어초를 심은 것이 다 묻혀버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물을 쳐 두면 때꼽째기라고 하는데 그물에 때꼽째기가 잔뜩 끼어나오고 그물이 막히는 겁니다. 그러면 고기가 안잡힙니다. 그래서 이걸 말려가지고 일일이 전부 도리깨질을 해서 텁니다. (위도 주민 서대석씨)
바다 속을 보면 해초들이 비포장도로가의 풀들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듯 뻘을 뒤집어 쓴 채 죽어가고 있다고 어민들은 전한다. 이러다 보니 그물을 말려 터는 동안 1, 2천만원의 돈을 들여 그물 한 벌을 더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더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배의 톤수도 더 커야 하고 기름값도 더 많이 든다. 10년 새에 규모도 3배로 늘었고 빚도 3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도 아니다. 산란장이자 성장기를 보내는 갯벌이 사라지면서 어족자원이 점점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틈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 핵폐기장이다. 3억~5억씩 현금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주민들 대부분 서명을 해주었다. 위도 주민들은 “그래도 정부가 그냥 말지는 않겠지”하는 막연한 심정으로 보상을 기대하며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하고 있다.
물난리 걱정하는 농민들
갯벌만 보면 막으려고 덤비는 농업기반공사는 방조제가 동진, 만경강 하구 일대의 홍수피해를 없애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말은 사실과는 정반대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공사를 하고 보자는 이들에게 그럴 듯한 명분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기반공사의 주장과는 달리 갯벌은 홍수의 피해를 막아준다.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갯벌은 홍수가 나면 썰물 때에 순식간에 바다로 물을 배출한다. 지금까지 서해안의 모든 홍수 피해는 방조제 때문에 물빠짐이 막혀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발대처럼 벌어져 빠른 속도로 바다에 강물을 토해내던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가 새만금 방조제로 틀어막혔을 때 집중호우가 내리면 강물을 빨리 바다로 내보낼 수 없어 인근 지대가 침수되는 것은 불보듯 훤한 일이다.
33km의 방조제와 두 개의 갑문을 완공하면 138km의 둑을 쌓아 담수호인 새만금호를 만들겠다는 것이 새만금사업의 기본계획이다. 우리나라 최대인 새만금호의 유역면적은 9,670ha이며 총저수량은 5억3,452만톤으로 섬진강다목적댐의 4억6,600만톤보다 훨씬 크다. 이 곳으로 만경강과 동진강이 흘러드는데 두 강의 유역면적은 3,319㎢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전북 지방에 300mm 정도의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어찌 될 것인가. 유역면적 3,319㎢에 내린 300mm의 빗물의 양은 새만금호 총 저수량의 두 배 정도이다. 신시갑문과 가력갑문을 통해 배출하는 양은 초당 15,862톤이다. 만수된 저수량을 모두 배출하는 데에는 9시간 가량이 걸리는 규모이지만 밀물 때에는 방류를 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만경강 동진강 물이 쉼없이 날라다 부리는 토사로 강바닥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썰물 때 급한 조류가 밀려내려온 토사를 훑고 내려가야 하는데 유속이 느려져 방조제 안쪽에 토사가 점점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계화도 주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해안가 바위가 토사에 묻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강 하구를 틀어막았을 때 생기는 재앙은 벌써부터 닥쳐오고 있다. 작년(2003년)7월 부안에 65.5mm의 비가 내렸을 때 동진강의 지류인 고부천 상류 지역의 주산면 들판이 침수됐다. 다음날 썰물 때가 지나도 침수는 계속됐었다. 물막이 공사가 70% 정도 진행된 6,7년 전 만하더라도 2~3일에 걸쳐 최고 100mm의 강우량에도 하룻밤만 지나면 침수는 해결됐었다. 그러나 적은 비에도 상습침수면적(30ha)과 침수기간이 길어(최고 1주일)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장기 침수 피해는 계화도 간척공사로 생긴 행안면 들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특히 오리농법이나 우렁이 농법 등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들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자연을 파괴한 대가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음을 이미 겪고 있다.
새만금사업 추진세력의 논리
“새로 조성될 새만금 평원의 임해공단은 군장산업기지와 맞물려 이 지역을 21세기 한국산업을 이끄는 중심지역으로 만들 것입니다. 고군산군도에는 연간 5,000만 톤 하역능력의 새만금국제항이 들어서서 서해안의 새 관문이 될 것입니다. 400만 평에 가까운 농업단지와 원예단지는 현대적 기계영농과 고소득 작물재배를 통해 복지농촌을 실현하는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1991년 11월 28일 새만금사업 기공식 때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한 연설이다. 새만금갯벌을 메워 임해공단을 만든다는 것이다. 낙후된 전북에서 개발에 목말라 하던 전북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기극이었음이 밝혀졌다. 처음부터 오로지 논을 만드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정권초기에 시행된 새만금 감사에서 사업주체인 농림부는 “처음부터 논을 만드는 사업이었으며 그 목적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기 위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창고비용이 들어가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갯벌을 막는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러자 농업기반공사는 식량안보론으로 맞받았다. 통일 후를 대비해 북한에 식량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고까지 하였다. 그러나 휴경보상제까지 실시는 판국에 식량안보론은 설득력이 없다. 새만금간척지가 계획대로 완공돼 쌀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그 양은 우리나라 전체 쌀생산량의 0.7%밖에 되지 않는다. 식량안보면에서 볼 때 의미가 없는 수치이다. 바다생물들의 산란장인 갯벌이 더 생산력이 높다는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궁지에 몰린 농업기반공사는 방조제 밖으로 갯벌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1방조제 밖으로 628ha의 갯벌이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1방조제 밖의 대항리에서 변산해수욕장에 이르는 갯벌은 애초부터 양질의 모래펄갯벌이었다. 오히려 이곳에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죽뻘이 쌓여가고 있음이 밝혀졌다. 농업기반공사의 주장을 100% 인정한다 하더라도 새로 생긴다는 628ha의 갯벌은 없어지는 갯벌 4만100ha의 2%도 안된다.
이제 와서 농업기반공사는 “90% 이상 진행된 사업이니 그만둘 수 없다”고 강변한다. 이에 일부 언론도 동조하고 있다.
“먼저 감안해야 할 것은 새만금공사가 90% 이상 진행되어 전면 백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로서도 원론적인 반대보다 개발 뒤에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경향신문> 2004년 3월 26일자 사설
그러나 방조제 물길만 90% 막았을 뿐이다. 이를 두고 마치 공사 전체를 90% 이상 진행한 양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완공된 구간은 1공구 4.7km 가력갑문 뿐이다. 내부개발은 그 용도를 놓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6년 전인 1998년 새만금 감사에서 감사원은 농지로 만들었을 때 총공사비는 5조 9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고, 산업단지로 만들 경우 18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만경강 동진강 유역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비용은 들어가지 않았다. 내부개발에만 3조 6,6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것도 6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공사비를 감안해서 보더라도 전체공정의 20% 정도 진행됐다고 보는 데에 무리가 없다.
‘친환경적 개발’이라는 막개발주의자들의 단골 메뉴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간척사업 자체가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인데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대항리에서 1 방조제를 따라가다 보면 농업기반공사에서 방조제 안벽에 화단을 만들고 여기에 잔디와 나무를 심어놓았다. 이를 두고 ‘친환경녹화공법’으로 시공하고 있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작년 2월 20일 고건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회장에서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고건 후보가 “정부에서 이미 결정한 사업인 만큼 환경친화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모범답안을 내놓자 오세훈 의원(한나라당)은 “간척은 환경파괴인데 환경친화적인 간척이 어디 있느냐, ‘아름다운 살인’ ‘보기 좋은 윤간’이란 말이 가능하냐”며 “그런 자세로는 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마지막 생명줄 2.7km
작년 3월 성직자들이 삼보일배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4공구 방조제(신시도~군산/시공자 대우건설) 구간은 1.8km를 남겨놓고 있었으며 2003년 말까지 물막이 공사를 할 예정으로 있었다. 작년 6일 6일 청와대 정책실의 현장시찰 때까지만 해도 500m 정도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사흘 후인 9일에는 불과 2m남겨두고 해수유통을 실질적으로 차단하였다. 하루 100m정도씩 물막이 공사가 진행돼온 속도를 고려할 때 며칠 동안 밤샘공사를 강행해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긴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구상기획단에서 담수호여부를 한두달 사이에 결정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힘에 따라 농업기반공사가구조물의 양옆 보강공사도 없이 서둘러 물막이를 시도함으로써 방조제 공사 중지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미 새만금갯벌은 다 죽었다”며 이리 됐으니 간척공사 빨리 진행하자고 선전하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새만금 갯벌은 아직 살아있다. 2공구의 두 군데 터진 구간 2.7km로 해수가 드나들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방조제 막기 전에도 물살이 거세고 수심도 깊은 곳이었다.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면서 통로가 좁아져 바닥의 갯벌을 훑고나가 더 깊어져 수심이 30~40미터는 될 것이라고 계화도 주민들은 말한다.
이 터진 구간 2.7km는 계화도 주민들의 생명줄이기도 하다. 4공구가 막히면서 방조제 안의 갯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사라져가던 백합이 다시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성장속도도 빨라 껍질이 예전보다 더 얇아졌다. 백합은 민물이 유입되는 모래펄 갯벌을 좋아한다. 이처럼 갑자기 백합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계화도 주민들은 “4공구 물길이 막히면서 민물 유입량이 많아져 일시적으로 백합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저 방조제 막히면 백합도 죽고 우리 목숨도 죽는다”고 말하고 있다.
2.7km 구간만으로는 새만금 갯벌이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어류의 산란장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래가 섞인 모래펄 갯벌이어야 산란을 할 수 있는데 진뻘이 점점 차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지락, 동죽, 백합이 지천이던 돈지 갯벌이 1공구가 뻗어나가면서 물길이 막히자 이들이 사라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방조제 밖에서도 유속이 둔화되어 생태계가 교란을 겪고 있으며 어장이 죽어가고 있다. 더구나 홍수로 인한 대재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 2.7km만으로는 안된다. 중간 중간을 더 터야 한다. 그리하여 조류가 급하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터진 구간은 교량으로 연결하면 방조제도 활용할 수 있다.
맺는 말
지난 6월 초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아파트 분양가 원가연동제를 25평 미만으로 부분시행한다고 하였다. 일본에 ‘건설족(建設族)’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건설업계와 유착해 있는 의원 및 정부부처 관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 인터넷 신문사는 정경유착의 실상을 일본의 ‘건설족’에 비유하면서 “건설족’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미 인내의 선을 넘어섰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건설족은 지금 언론등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또한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아파트값이 폭락해 일본같은 장기복합불황에 빠지면서 한국경제가 완전 절단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치 않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경제관료들까지 적극 가세하고 있으며, 집권당 일부 수뇌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건설족이 이처럼 필사적인 것은 분양원가가 공개돼 ‘폭리-착취 구조’가 소멸될 경우 자신의 물적토대가 붕괴되는 동시에, 그동안 물밑에서 이뤄진 추악한 거래내역이 드러나고 유사시에는 천문학적 벌금 추징과 사법적 처벌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설족은 지금 목숨을 건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6월 3일자
새만금사업은 시작부터 정치권의 돈줄이었다. 이는 95년 10월 박계동 의원(당시 민주당)의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폭로로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지금까지 13년 동안 들어간 돈이 1조 7천억원, 앞으로 몇 조원이 들어갈지 알 수도 없다. 정치인들이 전북도민들에게 제시하는 복합산업단지로 만들려면 98년 감사원 보고서에서만도 18조원이었다. 해마다 공사비는 오르고 있다. 한 해 투입되는 공사비보다 오른 공사비가 더 많아 전체 공사비에서 사용한 공사비의 비율이 점점 낮아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공사가 새만금간척공사이다. 말 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다. ‘예산감시시민행동’에서는 2001년에 11회 ‘밑빠진 독상’을 새만금사업에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건설업자로 보면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호재이다. 이 모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 도처에서 지자체장은 석산개발 허가를 내주고 산은 깎여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건설업자만 득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는 갯벌을 파괴하는 공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을 전북도민뿐 아니라 온 국민이 주시해야 할 것이다.
어장을 잃고 살아갈 앞날이 막막한 어민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제 배만 불리면 된다는 이들의 정체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전북의 언론을 장악하여 새만금사업은 지역의 숙원사업이며 전북의 발전을 가져온다면서 방조제 위에서 마라톤대회를 여는 등 공사강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할수록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지금이라도 방조제를 최대한 터서 갯벌을 살려야 전북뿐 아니라 나라의 앞날도 기약할 수 있다.
이제 진보와 개혁을 내세우는 열린우리당의 새만금 해법이 주목된다. 계속 새만금사업 강행을 고집한다면 기존의 수구정당과 다를 바 하나도 없다. 환경문제는 단순한 자연 보호차원이 아닌 ‘개발을 미끼로 공사판을 벌여 자신의 배만 채우면 된다는 수구기득권세력과 자연 환경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서민들이 대치하고 있는 전선’이기 때문이다.
/허정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