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

    반핵전사 고 최경임 님 추모 3주기를 보내며 시인 신석정은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1930년대의 시인지라 오래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부안읍 서외리에 사는 이상공 씨 이야기입니다. 그는 딱 3년 전의 9월4일에 잃은 아내 최경임 씨를 추모하는 촛불을 그 날 이후 밤마다 켜 왔습니다. 모두가 ‘그때 그 일’을 잊어버린 채 일상생활로 돌아가 있지만 ‘사랑하는 임’이기에 그는 오늘도 애닳게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밤마다 켜는 촛불은 ‘사랑하는 …

쌈터 주민들을 내쫓는 자리에 석정문학관이 들어섭니다 – 부안읍 선은리 선은동

    “마을의 자랑? 마을의 자랑은 무슨 놈의 자랑이여. 몇 대째 여기서 나고 여기서 컸는데, 그런 우리를 내쫒는 게 유명한 시인의 문학관 짓는다고 할 짓여?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줘야지, 헐값여 헐값! 그 돈 받아가지고 어디 가서 무슨 집을 져? 우리같은 늙은이들이 어디로 쫓겨가라고. 갈데도 없어! 우린 절대로 못나강게 우리 집 빼고 알아서 허라고 혔어.” 집을 매입당할 처지에 있는 아주머니는 아주 격분했습니다. 해질녘을 그늘 삼아 마당에서 깨를 터는 그이의 바깥양반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위기감으로 크게 짓눌리는 듯 생애의 주름을 무겁게 접는 표정입니다. …

모정이 있어 마을을 여유롭게 합니다 – 동진면 장등마을 모정

    무더위가 푹푹 찌는 한여름 날에는 그 어디보다도 모정(茅亭)이 최고의 피서지겠죠? 사방이 터지고 천장과 기둥과 바닥 모두 대개 목재를 다듬어 지은지라 다가가 앉기만 해도 곧장 시원한 바람이 살갑게 맞이합니다. 요즘의 집들은 바람의 흐름을 차단하는 구조로 가고 있어 더 덥습니다. 채광과 통풍을 위하여 만들었던 봉창은 이제 그 말조차 듣기 어려워졌고, 확 트인 마루도 샷시작업을 하여 폐쇄형 거실로 사방을 막아버린 터에 모기장으로 바람이 통하도록 했다 한들 답답한 구조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새로 짓는 집들도 선풍기와 에어컨을 사용할 요량으로 바람의 순환을 막아버립니다. 에어컨은 전기 …

가무로 노니는 흥의 산중문화사가 있었으리라 – 진서면 대소뜸

      진서면 석포2리의 해발 200미터쯤 되는 산중 ‘오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 대소뜸. 사람이 사는 집이라곤 53년전에 들어와 터를 잡아 살아왔다는 조병문 옹 집과 10년 전에 들어왔다는 중년의 모씨 집 두 가호뿐인지라 마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문명세계(?)와의 거리상으로 보아 오지라고 하기에도 망설여지는 곳입니다. 차라리 오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모씨의 역설은 의미있는 발언입니다. 현대문명의 최첨단물인 인터넷과 핸드폰은 닿지 않지만 두 가호 중 한집에는 마루를 개량해 만든 거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청정하고 시원한 산중 자연바람도 한여름의 무더위는 물리칠 수 없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