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 메카로 떠오르는 전북

 

 

▲최병수 작/허철희 사진

고창이 핵 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되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인근 영광에 이미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고, 그곳이 또 핵 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되었음도…

이렇듯 핵으로 전라북도가 포위되어 있는데도, 도는 핵관련 산업을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과대 포장하여 도민들을 현혹시키면서 정읍 방사선센터 등 비발전 핵관련 시설 집적화를 꾀해 지역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다. 더구나 핵관련 시설들은 주민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담보로 하는 사업이므로 여타 사업에 비해 극도로 신중하고 수많은 검토를 거쳐야 할 것임에도 졸속, 비공개 밀실 거래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수려한 자연환경 속의 청정 농도 전라북도는 이제 핵의 메카로 떠오르며 대다수 농민의 삶의 기반이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고, 서해 황금어장이 황폐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북도는 핵관련 사업을 지역발전 전략으로 내세우는 어리석은 짓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정읍 방사선센터로 호남평야, 서해어장은 끝장이다.

 

지금 전북 정읍에는 대규모 첨단방사선센터 건립을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다. 그 주목적은 바로 식품, 곡류 등에 방사선을 쬐어 살균, 살충, 발아억제 및 방부처리하여 유통기한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만일 정읍에 그 문제시설이 건설되고 나면 우리는 장차 어떠한 방법으로도 외국의 방사선 처리된 농산물 수입을 막아 낼 길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온 국민이 그러한 수입 농산물을 먹어야 하고 그로 인해 우리 농업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진다.

방사선 처리 농산물은 이미 독일 호주 일본 등에서 각종 동물에 먹여 실험한 결과 생식기와 골수 등에 이상이 발생했고 수명이 단축되었으며 사산, 불임, 기형 등의 유해성이 판명되었다. 미국은 남태평양 팔라우섬 사람들에게 방사선을 쬐인 식품을 다년간 먹여 실험했는데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미국에서도 농산물을 수출하는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방사선 처리 식품 및 곡류의 유통을 엄히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유치하지 않으려 한 이 흉악한 방사선센터를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이 지역 정치인들이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시설의 대상지는 바로 동진강의 발원지이다. 동진강은 느린 유속으로 호남평야를 적시며 새만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강이다. 때문에 거기에서 방사능물질을 쏟아내면 호남평야는 끝장이다. 어디에서도 호남평야의 농산물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즉 농산물 개방화시대를 위해 가장 넓은 호남평야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새만금갯벌이 되살아난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곳에서 나는 어패류는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읍 핵 방사선센터 범시민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박문기님의 글 발췌>

 

[녹색평론69호-방사선 조사식품에 관한 글]
유전자조작 식품보다 더 무서운 방사선조사 식품

 

방사선조사 식품은 유전자조작 식품보다 더 우리 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대규모 방사선조사 시설 건립이 전북 정읍에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방사선조사 식품에 대해 사회적인 토론이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단 한번, 2001년 1월에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그때까지 약 11종이 허용되었던 방사선조사 식품의 품목 수를 34종으로 늘리기 위해 공개토론을 하였으며, 이것이 매스컴과 소비자단체의 주목을 끌어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이 전개된 양상을 보면 방사선조사 식품에 대한 일반적 인식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그래서 이 중요한 문제를 얼마나 쉽게 넘겼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소비자단체들이 문제를 삼은 대목은 주로 조사(照射)를 받은, 그러니까 방사선을 쬔 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마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을 문제 삼은 것과 비슷한 문제의식이었다. 매스컴에서는 소위 전문가가 나와서 방사선조사를 하게 되면 바로 식품을 투과해버리므로 식품에는 방사능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방사능 탐지기까지 동원해서 설명했으며, 소비자단체들은 미심쩍은 대로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조사 식품의 문제점은 조사 후 방사능이 남아있느냐의 여부가 결코 아니다. 방사능은 남아있을 리 없다. 식품조사에 쓰이는 방사선은 코발트60이나 세슘137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자가속기로 가속시킨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파사체를 투과해서 지나가 버리며, 결코 피사체 안에 남아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통과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이 에너지가 생물체에 작용하여 생물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형·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식품 속에 있는 병균이나 곰팡이 등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이 에너지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를 짐작해보자. 방사선의 세기를 측정하는 단위를 라드(rad)라고 하는데, 보통 200라드가 되면 30일 이내에 반수 이상이 죽는다고 한다. 식품에 쐬기 위한 방사선의 양은 조사의 목적에 따라 다른데 발아억제, 살균을 위해서는 5,000에서 10만라드, 병원균의 살충을 위해서는 10만에서 100만라드, 완전살균을 위해서는 100만에서 500만라드가 필요하다.

방사선조사 식품이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받게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그 내부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무엇보다 식품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이 과산화수소 등 독성이 강한 액체로 변하여 식품 세포를 파괴하는데, 따라서 채소나 과일 등 수분이 많이 함유된 신선식품은 방사선 조사를 할 수 없다. 바로 짓무르듯 형체가 엉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엄청난 에너지로, 식품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세포의 DNA 차원에서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세포 안에 포함되어 있던 영양물질이 파괴되고 대신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물질이 생성된다. 이런 물질을 ‘특이 방사성 산물’이라고 하는데, 어떤 물질인지 일일이 그 안전성을 검증할 수는 없으나 어쨌든 현재까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영양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자연계에 존재해온 물질 가운데 생물체가 필요로 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들을 가리키며, 독이라는 것은 생물체가 처리하지 못하고 생명활동에 지장을 주는 물질을 가리킨다. 자연계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것이 아닌, 새로 합성된 물질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독성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최근 환경호르몬의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므로 방사선조사 과정에서 생겨난 검증되지 않은 물질들이 어떤 것인가를 일일이 밝혀 독성 여부를 가리기 이전이라도, 일단 영양이 아니라 독성으로 변화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추론이다.

요컨대 방사선조사 식품의 문제점은 방사능이 계속 남아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이 식품을 투과하는 짧은 동안에 그 식품이 영양분의 함유체가 아닌 독 덩어리로 변한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떤 종류의 독성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가 하는 것을 아무도 조사하지 않은 채, 방사선조사를 추진하는 측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식품 방사선조사가 처음 추진된 것은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력을 사업에 이용하자는 연설에서 비롯된다. 원자폭탄을 개발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원자력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조사 식품이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발암성이 강하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미국에서 이 기술에 대한 상업적인 이용은 일시 중단되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 내에 쌓여 가는 핵폐기물의 일종인 세슘137을 처리하기 위해 다시 사용되었다.

식품 방사선조사 기술은 이런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나라들에 의해, 방부제 등에 비해 안전한 식품 살균법으로 둔갑하여 일반 시민들이 알게 모르게 전이되어, 현재 약 30개국에서 조사가 허용되어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에 주로 의존하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거의 발을 못 붙이고 있으며, 1970년대부터 방사선조사 식품을 상업화해온 일본에서는 20여년의 시민운동을 통해 현재 삿뽀로산(産) 감자 한 품목만 제외하고는 모든 식품에서 방사선조사를 추방해냈다. 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방사선조사 식품에는 반드시 표시를 하도록 요구하는 소비자운동의 요구가 거세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방사선조사 대상 식품은 주로 곡류, 곡분류, 두류, 건나물류, 양념류 등 건조상태에 있는 식품과 마늘, 양파, 감자, 고구마 등 껍질이 비교적 견고한 식품, 육류, 달걀 등으로 방사선을 쬐어도 거의 외관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감자, 고구마, 앙파, 마늘 등 일정한 시기가 되면 싹이 나기 쉬운 품목으로서 전혀 싹이 나지 않은 것은 일단 의심해 볼 만하다.

현재로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런 문제에 대해 높은 의식이 있는 소비자단체에서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이나 신뢰할 수 있는 유기농산물 판매처를 이용하는 것이다. 겉모양만 식품이고 속에는 영양 대신 독으로 가득 찬 무서운 가짜 식품, 방사선조사 식품을 추방하는 것은 이제부터 소비자의 몫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문제가 없는 식품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죽임의 식품은 촘촘한 그물처럼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까지 선진국에서 시민운동으로 많은 위험한 식품들이 추방되어 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주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유전자조작, 방사선조사 식품만 추방해도 우리 조상 대대로 전해져오는 현명한 식사법을 따라 건강을 지켜갈 수 있다. 더 이상 우리의 식사를 입맛에만, 혹은 매스컴의 선전에만, 혹은 서구 지향적인 가치관에만 맡길 수 없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이다.

/녹색평론69호 <위험한 밥상-유전자조작 식품과 방사선조사 식품의 위험성(이진아)> 중에서

글쓴이 : 부안21
작성일 : 2003년 04월 04일 03시 2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