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생명 살리는 원불교 사람들

 

 

▲8일 해창 갯벌에 원불교 보은의 집 봉불식

겨우내 움츠렸던 뭇 생명들의 기지개켜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듯 하다. 그러나 무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새만금 갯벌의 수많은 생명들과 또한 새만금의 생명들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봄을 느끼기에는 아직 멀고 아득하기만 하다.

새만금갯벌의 생명은 인간탐욕의 대표적 상징인 새만금 간척사업의 계속으로 인해 백척간두에 서 있다. 또한 지역어민들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미 농지목적이 상실된 새만금사업은 당연히 중단되어야 하지만 전라북도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새만금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 무모한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기도수행에 많은 종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소리없이 죽어가는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위해 2001년 4월 이후 부안 해창갯벌에 각각 불교 해창사 법당(수경 주지스님), 천주교 기도의 집(문규현 주임신부), 기독교 새만금 생명교회(송은하 담임목사)가 세워졌다.

지난 2년간 새만금 해창갯벌에서는 죽어가는 생명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끊임없는 기도회와 종교적 의식이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갯벌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특히 지난 3월 3일에는 천주교 기도의 집 개원 후 매주 천주교 미사를 올린지 100회가 되어 기념미사를 올렸다.

또한 지난 3월 8일에는 원불교에서도 해창갯벌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생명 살리는 원불교사람들(대표 김경일 교무)” 출범식과 함께 “새만금 생명을 위한 원불교 보은의 집” 봉불식을 올리고, 본격적인 새만금 갯벌 생명살리기 활동에 들어갔다.

▲봉불식에 참석한 교인들과 시민들.
조개 껍질 등 바다 생명을 모아 원을 만들고 있다.

이날 봉불식은 풍물 길놀이와 공연, 경종 10타, 입정(마음을 모으는 시간), 성가(교가), 김경일 교무의 경과보고, 성가(법신불찬송가), 봉안문낭독과 독경(일원상서선문), 과산 김현 교무의 설법, 그리고 문규현 신부(부안성당 주임신부,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 대표)와 신형록(부안지역 주민)의 연대사, 성가, 출범 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졌고 풍물과 함께 마무리 지었다.

새만금 생명들이 얼어붙은 대지를 힘껏 박차고 나올 날을 염원하면서 늦게나마 “새만금 생명 보은의 집”을 마련한 것에 대해 기쁨을 표하고자 한다.

해창갯벌에서 바라보는 새만금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다. 바다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세계최대의 단두대 방조제, 방조제 공사에 쓰기 위해 파헤쳐지고 있는 국립공원구역내 해창산, 해창산을 파헤치고 나온 바위를 방조제 끝으로 싷어나르는 트럭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바지락을 잡는 어민들, 먹이와 짝을 찾기에 열중인 겨울 철새들, 먹이를 먹거나 기지게를 펴고 있는 붉은발 농게와 흰발 농게 등 생물들, 푸른하늘과 생명을 움트게 하는 봄바람이 앞으로 그들을 목죄고 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질기게 그러나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살아있음을, 살고 싶음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새만금 생명 살리는 원불교사람들 출범 선언문

새만금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갯벌이 죽고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산이 죽고 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사람도 죽고 우리의 미래도 죽어갑니다. 돌아보면 우리 인류의 역사는 이기심과 끊임없는 탐욕으로 수많은 뭇 생명과 온 인류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온 죽음의 역사였습니다.

새만금은 바로 우리 인간의 무모한 탐욕이 어떻게 자연과 인간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살아있는 거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만금 갯벌에서는 꽃게, 백합 등 무수한 생명체들이 죽어가고 있고, 매년 한반도를 거쳐가던 철새들이 쉼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는 개발이란 미명아래 이곳에서 자행되어 온 뭇 생명들에 대한 살육을 방관해 왔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곧 우리 생명을 죽이고, 우리 미래를 죽이는 일임을 깨닫지 못해 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우리는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을 깊이 참회 반성합니다.

일찍이 대종사님께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만물은 동기연계로 이루어져 있는 한 형제요 한 동포라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진 일체만물을 위해 새만금 갯벌에 뭇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될 법당을 마련하고 그들과 함께 할 것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21세기 최대 재앙이 될 새만금 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합니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그로 인해 초래될 생태적 재앙은 가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노무현정부는 무고한 생명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새만금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주용기 (새만금 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 상임집행위원장)

 

글쓴이 : 부안21
작성일 : 2003년 03월 10일 06시 2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