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꽃들이 아우성칩니다”-산자고(山慈姑)

 

완연한 봄이다. 봄꽃들이 서로 먼저 피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은 졌고, 노루귀, 꿩의바람꽃은 만개이다. 그 뒤를 이어 산자고, 개별꽃, 제비꽃, 현호색, 양지꽃 등이 앞을 다투며 피고 있고, 구슬봉이. 홀아비꽃대, 반디지치, 노랑붓꽃 등은 꽃피울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산자고는 노루귀, 꿩의바람꽃, 개별꽃, 현호색 등과는 달리 깊은 산에 들어가지 않아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숲가장자리 양지바른 밭둑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한약방집 친구가 있었다. 한의원이신 친구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가끔 밭둑이나 야산 등지에서 약이 되는 식물들을 채집해 오라 하셨는데, 한 바구니 가득 캐다 드리면 그 당시로는 꽤나 쏠쏠한 용돈을 쥐어주셨다. 그때 제일 많이 채집한 약재가 바로 ‘깐치밥(까치밥)’이라고도 하고 ‘무릇’이라고도 하는 약재인데, 이제 와서 알고 보니 그 약재가 바로 산자고였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산자고(山慈姑)라는 한자 이름이 붙여졌는지…, 문헌을 뒤져봐도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이름인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 때 발행한 ‘향약집성방(1433년)’에 산자고란 이름이 처음 보이며, 허준의 ‘동의보감(1613)’에는 약명인 산자고근(根)에 대한 다른 이름을 ‘가최무릇(가최는 까치의 고어체)’으로, 1932년 선만식물자휘(1934년 재판 만선식물자휘)에는 산자고를 ‘까치무룻’으로 표기하고 있다. 부안지방에서 불려지고 있는 ‘깐치밥’ 혹은 ‘무릇’도 까치무릇에서 연유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까치무릇’이라는 좋은 우리말 이름을 두고도 한자명 ‘산자고’를 정식 이름으로 쓰고 있는지…, 아쉽기만 하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까치무릇이 정식 이름이라고 한다.



산자고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5~30㎝로 여느 이른 봄꽃과 같이 낮게 자라며,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 달래 모양의 땅속 비늘줄기에는 갈색 털이 있고 밑에는 수염뿌리가 많이 나 있다. 이 비늘줄기에서 부추처럼 긴 잎 2장이 나오는데 끝이 뾰족하나 부드럽다.

흰색 종모양의 꽃은 3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에 만개하며, 가름한 꽃잎에 짙은 자주색 줄무늬가 있다. 대개 이른 봄에 피는 꽃은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이 나중에 나오는데 산자고는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핀다. 흐리거나, 어두우면 꽃잎을 오므리고, 햇볕이 나면 다시 꽃잎을 연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산자고는 한약재로 귀하게 쓰인다. 열을 내리고 뭉친 것을 푸는데 쓰이며, 해독효과가 있어 벌레나 뱀에게 물렸을 때, 종기가 났을 때 쓰인다. 특히 피부 밖으로 나와 있는 종양이나 종기 등에… 또 민간요법으로 방광결석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 이 산자고 달인 물을 마시면 돌이 소변으로 나온다고 한다. 식도암, 유선암 등 각종 항암제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조금 독이 있다. 옹종, 누창, 나력, 멍울이 진 것을 낫게 하고 얼굴에 주근깨와 기미를 없앤다.”고 기록되어 있다.


/허철희(2008·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