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숲, 새들의 성찬 ‘노박덩굴’

 

어느새, 갑자기 조락해 버린 초겨울 숲엔 생명활동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열매들을 새들이 그냥 놓아둘 리 없다. 그 중에서 유난히도 화려한 노박덩굴 열매가 온갖 새들을 불러들여 성찬을 베풀고 있다.

노박덩굴은 이름그대로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덩굴나무이다. 그러나 머루나 다래나무처럼 주변의 다른 나무를 칭칭 감고 오르지 않는 탓에 자칫 덩굴나무인지를 잊게 된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박덩굴은 다 자라봐야 사람 키를 조금 넘길 정도로 다른 나무들에 비해 작게 자란다. 꽃은 유백색으로 5~6월에 피는데 5mm 정도의 작은 꽃들이 모여 원추형의 꽃차례를 이룬다.



콩알만하게 자란 열매는 10월에 노랗게 익는다. 노란 열매 껍질은 세 조각으로 벌어지고 그 속에서 붉은 씨앗이 드러나는데 그 화려함을 따를 열매는 그 어디에도 없다.

노박덩굴의 잎이나 뿌리, 열매는 약재로 쓰인다. 사지마비, 소아경기, 콜레라, 장티프스, 이질, 치통, 두통, 생리통 등의 치료에 쓰인다고 한다. 열매를 살짝 볶아서 한 알씩 아침저녁으로 씹어 먹으면 달거리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고, 관절염이나 허리나 무릎이 아플 때, 머리가 어지럽거나 아플 때, 팔다리가 굳어질 때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노박덩굴 열매 기름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방부 작용이 있어서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존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고 한다.


/허철희(2007·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