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재앙, 기(杞)나라 사람들의 근심일까?

▲계화도갯벌, 백합잡이 여성들이 지는 해를 뒤로하고 귀가하고 있다.ⓒ부안21

새만금갯벌 지킴이와 매향신앙(埋香信仰)<2>
저 갯벌은 천년후에도 갯벌이어야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죽어 가는 서해안의 갯벌이 되살아나기를 염원하여 갯벌에 향목을 묻고 거기에 매향비를 세우는 뜻은 자연이, 바다가, 갯벌의 농발게가, 살아야 사람이 살며 어머니의 큰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아야 안온한 보금자리요. 미륵정토(彌勒淨土)에 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람은 일체라고들 말 한다. 자연이 망가지면 사람도 망가지고 자연이 깨끗하고 풍성하면 사람 또한 건강하고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도 말한다.. 도교(道敎)에서는 사람은 땅을 배우고 땅은 하늘을 배우며 하늘은 도(道)를 따르고 도는 자연을 따르며 자연은 허(虛)에서 나온다고 하니 자연은 사람이 안기는 품이요 그릇이며 보금자리가 아니겠는가. 동학의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는 “하늘은 아버지요 땅은 어머니인데 어찌 어머니의 가슴을 찍을 수 있으랴” 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을 경외하고 사랑함이 이러한들 어떠랴.

여기에서 잠깐 새만금간척사업의 규모와 실상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계속하여 보자. 새만금간척사업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때부터 계획된 사업으로 1975년에서 1987년까지 서남해안 간척자원조사때 계획된 것이며, 이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노태우 전대통령이 호남표를 의식하여 정치적인 논리에 의한 대통령선거공약으로 내걸어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자연파괴의 최대공사 중의 하나다.

서해바다를 가로질러 설치되는 제방의 길이만도 높이가 36m에 총 길이 33㎞며,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북서쪽으로 가력도, 고군산의 신시도, 군산의 비응도를 잇는 개발면적이 40,100㏊에 이르고 사업기간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1년간이며, 소요되는 사업비는 2조2,307억원에 이른다는 전대미문의 큰 공사다.

이로 인하여 예상되는 미래의 각종 환경재앙은 우리를 우울하고 답답하게 하고 있다. 갯벌에 사는 수 백종의 유익한 생물들은 이제 어디서 살 것인가. 조수의 흐름이 크게 바뀌어지고 어류의 유로가 큰 변화를 이르킴에 따라 어류들의 생태는 또 어떤 변화로 나타날 것인가. 드넓은 생태계의 보고 갯벌이 없어지면 철새들은 또 어디로 날아가야 하는가. 저습지, 담수호의 물들은 시궁창물이 되지 않을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는 환경 친화적인 공법으로 철저한 대책을 세워 놓았기 때문에 그것은 기(杞)나라 사람들의 근심일 뿐이라고 당국은 말하지만 이를 믿는 시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리하여 시민 환경단체들이 급기야는 이상향(理想鄕)으로 꿈꾸며 믿는 신앙적 세계인 미륵정토의 내세(來世)를 불러드리는 매향신앙의 행사로 갯벌에 향나무를 묻고 미륵정토가 발원되기를 간절이 비는 굿판을 벌린 것이다. 바다가 죽으면 사람도 죽고 바다가 살아나면 사람 또한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민중신앙의 잔존문화는 지금도 우리 마을문화의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새해를 맞는 정초에 행해지는 마을의 당산제(堂山祭)에 이어져 있음이다. 마을 사람들을 재액(災厄)으로부터 지켜주고 풍요(豊饒)도 함께 가져다준다는 마을 지킴이신인 당산신은 하느님이기도 하고 산신님이기도 하고 미륵님이기도 하다. 그 영험함이 크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어느 때부터인가 민중들은 도솔천(兜率天)의 미륵님을 마을까지 불러들이고 있었다. 불러드려진 미륵보살은 슬그머니 마을 공동신앙체인 당산과 어우러져 있어서 당산을 미륵님, 또는 미륵할머니로 부르기도 한다. 고창(高敞) 읍내 오거리당산의 중앙당산은 미륵이라 부른다. 남원(南原) 호기리의 지킴이신인 석장승도 미륵이라 한다. 순창(淳昌) 팔덕면 태창리 마을앞에 남사스럽게 세워져있는 남근석도 미륵이요, 함평(咸平) 아차동에도 미륵할머니가 서 있으며, 무안군(務安郡) 해제면 광산마을 당산은 미륵당산이고, 부안읍내 서외리 당간(幢干)도 미륵이라 한 옛 기록이 보인다.

착하게 사는 민초들이 고달프게 살아감이 가긍하여 미륵이 마을로 내려왔음인가 아니면 힘겨운 민초들이 불러 드렸음인가 아무튼 미륵이 마을로 내려온 것은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매향신앙에서 확인할 수 있고, 무불(巫佛)이 어우러진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 발전하여 왔음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이제 새만금 해창(海倉) 갯벌에 묻힌 매향(埋香)이 이름 없는 민초들의 애절한 염원을 담아 신비로운 침향(沈香)으로 승화되면서 그 향내 도솔천에 뻗치면 우리의 미륵님은 도솔의 내원(內院)으로부터 변산의 새만금 갯벌로 내려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바다와 갯벌과 거기 사는 순박한 사람들이 하나 되어서 조개와 굴, 전복, 소라, 바지락, 개우렁, 농발게, 갈게, 갯지렁이, 쏙, 짱뚱이들과 어우러져 함께 사는 날이 절대조화의 무쟁처(無諍處)요, 미륵의 세계라 하겠다.(끝)


/김형주


김형주
는 1931년 부안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소재(素齋)이다. 전북대학교를 나와 부안여중, 부안여고에서 교사, 교감, 교장을 역임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부안향토문화연구회와 향토문화대학원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향토문화와 민속’, ‘민초들의 지킴이 신앙’, ‘부안의 땅이름 연구’, ‘부풍율회 50년사’, ‘김형주의 부안이야기’, ‘부안지방 구전민요-민초들의 옛노래’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전북지역 당산의 지역적 특성’, ‘부안읍 성안 솟대당산의 다중구조성과 제의놀이’, ‘이매창의 생애와 문학’, ‘부안지역 당산제의 현황과 제의놀이의 특성’ 외 다수가 있다. 그밖에 전북의 ‘전설지’, ‘문화재지’, 변산의 얼‘, ’부안군지‘, ’부안문화유산 자료집‘ 등을 집필했다.

(글쓴날 : 200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