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안당산제의는 성문거리의 당산 중 유일하게 지금도 그 제사가 지속되고 있는 당산제의다. 비록 격년제로 지내오고는 있지만 서문안당산제와는 반대로 마을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축제적인 분위기와 흥겨운 줄다리기 놀이 속에서 행하여지는 제의 형태다.
서문안의 당산제가 새해를 맞는 첫날인 정월 초하루 밤인데 비하여 동문안이나 남문안당산제는 정월 대보름날 밤에 지냈다. 지금은 편의상 낮에 지낸다. 지금 낮에 지내고 있는 대부분의 당산제들도 원래는 밤에 지냈을 것이다. 신들이 움직이는 활동의 시간은 밤이기 때문이다.
초하루 당제일과 대보름 당제일의 제의(祭儀)에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의미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월 초하루 당제
(1)새해의 첫날에 당신(堂神)에게 제사를 드린다.
(2)마을의 가장 큰 신격(神格)이다 따라서 집집마다 자기 조상신을 섬기듯이 대접한다.
(3) 공동체 신앙의 최고신이란 위상의 격에 맞는 제일이다.
정월 대보름 당제
(1)달은 지모(地母)의 신이고 지모의 신은 새해를 맞아 첫 번째 만월(滿月)인 날에 제사한다.
(2)만월은 풍요, 풍년을 뜻함으로 풍년 기원의 뜻이 더 강조된 날이다.
(3)지모의 신은 여신(女神)이어서 죽은 것도 재생하게 하는 기능을 하므로 달을 숭배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
동문안당산제의 제의는 줄다리기로부터 시작된다. 당산제를 지내기 위한 준비와 절차는 서문 안 당산제 준비의 절차와 금기사항 등이 모두 같으나 축관은 없다. 이곳의 당산제는 무당이 제사를 주관하는 사제자로 고사굿 형태의 제사이기 때문이다.
당산제 하루 전날 할아버지 솟대신간에 입혔던 낡은 용 줄은 모두 제거하여 태우고, 그 앞 노변에 영기(令旗)를 꽂아 잡인들의 통행과 접근을 금한다. 당산제를 거행하기 위하여서는 먼저 줄다리기에 쓰일 용줄 준비를 하는데 예전에는 당제일인 보름날 아침부터 풍물패를 선두로 집집을 돌며 짚단을 거두었으나 요즈음은 구입하여 제작한다.
용 줄은 외줄로 꼬아 만드는데 짚으로 길게 가닥 줄을 비벼 여려 겹으로 결합하여 꼬아 직경 30cm 내외, 길이 80여m의 크기로 만든다. 용 줄이 다 만들어지면 마을 사람들이 어깨에 메고 풍물굿패를 선두로 「마을돌기」를 한다. 마을의 고샅길을 누벼 용신의 영력으로 마을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병마, 역귀(疫鬼), 잡신 등 모든 부정한 것을 몰아내는 주술적(呪術的)인 놀이인 것이다. 용 줄이 지나간 곳에는 모든 병마, 잡귀가 소멸됨은 물론이요, 한 해 동안 침입하지 못한다고 믿었던 것이지만 요즈음은 이 마을 돌기도 생략되고 있다.
마을돌기가 끝나면 당산거리에서 남녀 두 편으로 나뉘어 줄다리기 경기를 한다. 용 줄을 잡아당기는 줄다리기 경기는 풍년과 다산을 축원하는 당산제의 중의 한 절차인 셈이다. 여자편이 이겨야 풍년과 무사태평이 된다고 해서 3판 2승, 또는 5판 3승으로 여자편이 매번 이기는데 이는 수도작(水稻作)을 하는 농경문화(農耕文化)권에서 볼 수 있는 풍년 축원의 제의적인 놀이다.
이 줄다리기 놀이의 편 가르기는 남녀로 가르는 곳도 있고, 이웃 마을 대항전이나 또는 동과 서편으로 갈라 하기도 하나 남녀 대항의 줄다리기가 많은 편이다. 이는 풍농, 다산의 축원적 농점(農占)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줄다리기는 씨 뿌리고 심는 오월 단오, 거두어 드리는 팔월 추석에 하기도 하지만 새해 들어 첫 만월일인 정월 대보름날 당산제의의 놀이로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달은 여신이고, 지모의 신이다. 이 지모의 신이 가장 왕성하게 커진 날이 풍농과 다산의 영력 또한 클 것이므로 이때에 줄다리기를 하여 여자편이 이기는 것은 소망과 축원의 완성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총각을 여자 편에 끼도록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다산적 성 개방의 맥락에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줄다리기 놀이는 중국, 일본, 유구(琉球), 미얀마, 에스키모 등의 민속에서도 볼 수 있는 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진주, 창령의 영산, 안동, 경주, 제주와 충청, 호남의 서남 평야지역에서 특히 성행하였으며, 영남지방에서는 암․수의 쌍줄이 주류를 이루고, 충청․호남지방에서는 외줄을 주로 사용하였다. 부안지방은 우동리의 암수 용 줄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줄이다. 외줄다리기는 주로 소년들 사이의 놀이이고 암․수 쌍줄은 어른들의 놀이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줄다리기에서 언제나 여자편이 이기는 동문안당산제의는 용 줄을 둘러메고 할아버지 솟대신간으로 가서 흥겨운 풍물 굿 가락 속에서 「할아버지 옷 입히기」놀이를 한다. 이는 농업의 신인 용을 상징하는 용 줄을 마을 수호신인 당산신에게 바치는 형식인데 솟대의 신간주를 용 줄로 칭칭 감아주는 행사다. 오리가 앉아 있는 밑까지 조형미 있게 옷 입히기가 끝나면 그 앞 제상에 진설을 하고 제사를 지낸다. 원래는 마을의 판무당이 제관이 되어 마을의 무사태평과 풍농을 축원하는 고사굿으로 행하였으며, 가가호호의 축원소지를 올려주는 것으로 제의를 마치었으나, 무당이 없어진 요즈음은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의 임원들이 분향, 헌작, 재배 소지축원으로 행하고 있다.. 그리고 하위신 장승의 앞에는 메상만 차려 놓는다.
동문안당산제의는 전형적인 동구당산의 제의로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며, 축제적 분위기 속에서 화합과 공동체적 의식을 다지는 아름다운 마을 문화다. 남문 안 당산제는 끊긴지가 50여년이 지나 그 제의의 형태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1975년에 고로(古老) 이기업(李基業, 남 당시 65세)씨의 증언에 의하면 당산제는 6.25동란 이후에 끊겼다 하며 제의의 형식은 동문안당산제의의 형식과 같았다고 한다.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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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0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