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사 대웅보전은 법당인가, 용궁인가?

 

개암사 법당(대웅보전)은 용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다른 절의 법당에 비해 유난히 용이 많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는(혹 틀렸을지 모르니 다음에는 정확히 세어서 메모해 두리라),
천정 사방에 한 마리씩 네 마리,
동서 보에 한 마리씩 두 마리
천정 중앙에서 석가모니불을 호위하는 다섯 마리의 용이 있고,
또, 닫집 안에 다섯 마리의 용이 석가모니불을 호위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당 안에만 열여섯 마리의 용이 있고,
법당 밖 용두까지 합하면 도합 열여덟 마리의 용이
이 법당을 수호하고 있다.

불국정토로 인도하는 사찰의 수호신-용

사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장식물은 단연 용이다. 용은 법당 전면 기둥과 처마 밑을 비롯하여 법당 안의 닫집, 천정, 기둥, 벽, 그리고 계단 소매돌 등에 주로 장식된다.

용의 외형을 보면 머리는 소, 뿔은 사슴, 배는 뱀, 꼬리는 물고기를 닮았으며 수염과 여의주, 발톱을 갖춘 신체적 특징이 있어 중국 전래의 용과 유사하다. 그러나 외형이 비슷하다고 해서 성격이나 상징 의미도 서로 같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 사찰의 용은 예전부터 중국에서 상징되어오던 전통적인 용의 모습에 불교와 함께 전해진 인도 용의 성격과 불교적인 의미가 혼합된 또 다른 개념의 용인 것이다.

▲개암사 법당(대웅보전)은 용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다른 절의 법당에 비해 유난히 용이 많기 때문이다.ⓒ2004부안21

힌두교에서 전해진 불교의 용

불교 발상지인 고대 인도의 신화에서는 뱀을 신격화한 용신(龍神)이 등장한다. 인도 용신의 개념은 원래 코브라 중 가장 큰 킹코브라의 형상에서 생겨났다. ‘아난다’라는 용신을 그린 힌두교의 채색 그림을 보면 하나의 몸체에 일곱 개의 머리를 우산처럼 펴고 있는 뱀이 등장한다. 또한 6세기경에 건립된 남인도 마말라푸람의 석굴 사원에 있는 부조상에도 ‘비슈누’신과 함께 용신이 등장하는데 역시 머리가 일곱 개인 코브라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뱀을 신격화한 인도의 용신은 불교 성립과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수용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용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과는 달랐다. 불교가 인도로부터 중국에 전래되어 정착하는 과정에서, 용신은 인도 용의 모습을 벗고 중국 전통 용의 도상을 따르게 되었다. 중국 불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도 중국의 예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불교에서 용신 또는 용왕은 천왕팔부 중의 하나이다. 천왕팔부중은 천,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를 말하며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불경에 의하면 여덟 용왕이 있다고 하는데 <묘법연화경> 서품(序品)에서 석가모니불의 설법을 들으러 온 참석자들을 열거한 대목을 보면, ‘여덟 용왕이 있었으니 난타용왕과 발란타용왕, 사가라용왕, 화수길용왕, 덕차가용왕, 아나바달다용왕, 마나사용왕, 우빌라용왕이 각각 여러 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불경에 나오는 이 여덟 용왕이 중국 전통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와 다른 의인화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 경우 여덟 용왕의 모습이 각기 다른 도상적인 특징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_출처/허균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4년 0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