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나무에 쏘세지가 열렸네” – 부들

 

 

부들을 보노라면 어릴 때 빈병이나 떨어진 고무신, 찌그러진 양은냄비와 바꿔먹던 ‘아이스께끼’가 생각난다.’

팥을 갈아 넣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팥 색깔 나는 물에다 나무젓가락을 꽂아 얼린 얼음과자인데 부들같이 생겼었다.

그런데 이 요물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내가 언젠가 방죽에 핀 부들을 보고 아이에게 물은 적이 있다. “저게 뭐같이 생겼니?”

아이는 “어! 나무에 쏘세지가 열렸네!” 하는 것이었다.

아! 그렇군. 요즘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1960~70년대의 아이스께끼를 알 리가 없지. 생긴 거야 쏘세지가 훨씬 더 부들 같이 생기지 않았나…

어쨌거나, 아이스께끼 이야기 나온 김에 그 옛날 아이스께끼에 얽힌 이야기 하나 하겠다.

 

아이스께끼 이야기

내 어릴 적 친구 이야기다. 1960년대 초, 그러니까 초등학교 3~4학년 무렵 그 친구 아버지가 아프셨다. 아무 것도 못 드시고 오늘 내일 하는 아버지를 보는 친구의 마음이 오죽 안타까웠을까?

친구는 변산해수욕장에서 아이스께끼 두 개를 사 양손에 들고 집으로 뛰었다. 어린 생각에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께끼라면 아버지가 드시고 곧 나으실 거라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변산해수욕장에서 친구의 집이 있는 변산면 지서리 지남마을까지는 2km가 족히 넘는 거리이다. 몇 발짝 안가 벌써 아이스께끼가 녹기 시작하더라는 것, 죽을뚱살뚱 뛰어 집에 와 보니 아이스께끼는 다 녹아버리고 양손에는 나무젓가락만 쥐어져 있더란다.

친구 아버지는 아들의 그 맛난 아이스께끼 맛도 못 보시고, 그 병석을 털고 일어서지 못한 채 돌아가셨단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어린 효심도 몰라주고…,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를 몰랐다. 하여튼 그 날 그 친구와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모른다.

하천의 자연정화조-부들

외떡잎식물 부들목 부들과의 여러해살이풀 부들(Typha orientalis)은 연못가장자리나 습지에서 자라는데, 종류는 참부들, 애기부들, 좀부들 등이 있다.

키는 1.5m∼2m까지 자란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퍼지며, 원주형이며 털이 없고 밋밋하다. 잎은 나비 5∼10mm의 줄 모양으로 줄기의 밑부분을 완전히 둘러싼다. 물에서 살지만 뿌리만 진흙에 박고 있을 뿐 잎과 꽃줄기는 물 밖으로 드러나 있다.

7월에 노란 꽃이 줄기 끝에 무리져 피는데 수꽃은 위쪽에, 암꽃은 그 아래쪽에 핀다. 꽃가루는 4개가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룬다. 열매이삭은 길이 7∼10cm이고 긴 타원형이며 적갈색으로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꼭 쏘세지처럼 생겼다.

꽃가루를 햇볕에 말린 것은 포황(蒲黃)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지혈제, 자궁출혈, 토혈, 출혈성하리, 탈항, 소염성 이뇨약, 치질, 대하증, 월경불순, 방광염 등의 약재로 사용한다. 또한 혀가 부을 때 꽃가루를 혀에 뿌리면 가라앉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부들은 키가 크게 자라기 때문에 돗자리, 방석을 만드는데 쓰인다. 부들로 만든 돗자리를 부들자리 또는 늘자리라 한다.

부들의 쓰임은 이게 다가 아니다. 요즈음 들어 부들은 수질정화식물로 각광 받고 있다. 부들은 환경조건만 적합하면 아주 잘 자라는데 갈대 등의 수생식물과 함께 ‘하천의 자영정화조’라 부를 만큼 적조와 녹조 등의 원인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억제하는 등 탁월한 수질정화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어린 물고기들의 먹이인 동물성 플랑크톤을 증가시켜 수중생태계를 복원한다.


/허철희
(글쓴날 : 200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