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설전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그 후속 전설이 파다하게 전해지는데, 그 전후를 생략하고 그 대략의 내용을 옮긴다.
월명은 오빠 등운과 함께 발심하여 수도하고 있을 때, 월명의 아름다움에 끌린 부목(負木, 절에서 땔나무를 해오는 사람, 불목한)이 월명에게 욕정을 품고 접근하였다.
월명은 그 부목의 간절한 요구를 거절해야 할 것인가, 어떤가를 오빠 등운게 의논하였다. 등운은 부목이 그렇게 소원하는 것이라면 한 번쯤 허락해도 좋다고 했다. 월명은 부목에게 자기 몸을 내맡겨 그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부목은 그 일에 대하여 누이 월명에게 소감을 물었다. 월명은 “허공에 대고 장대를 휘두르는 것 같다”고 했다.
얼마 뒤 부목은 월명에게 다시 육체관계를 요구해 왔다. 월명은 다시 오빠 등운에게 의견을 물었다. 등운은 한 번 더 들어주어도 무방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소감을 물으니 월명은 “진흘탕에서 장대를 휘젓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뒤 부목은 세 번째로 월명에게 육체를 요구해 왔다. 이번에도 월명은 등운과 의논한 후 부목에게 자기 몸을 허락했다. 이번에도 오빠가 소감을 묻자, 월명은 “굳은 땅에 장대가 부딪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등운은 월명을 이대로 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운은 월명에게
“깨치지 않으면 죽는다”며 결단을 요구했다.
그는 월명에게,
“깨치는 길은 오직 부목을 죽이는 길 뿐이다”고 했다.
애욕과 견성(見性)의 두 갈래 길에서 월명은 어느 한 편이든 선택해야 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숯불이 빨갛게 피어 오를 무렵, 월명은 부목에게 숯불을 골라 달라는 부탁을 했다.
월명의 부탁을 받은 부목은 무심코 허리를 굽혀 아궁이 안으로 몸을 들여 밀고 숯불을 고르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월명이 그의 몸을 힘껏 아궁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부목이 아궁이에서 나오려고 하자, 등운이 발로 못 나오게 차서 밀어 넣었다. 이리하여 부목은 죽고 말았다. 등운은 월명에게,
” 살인자는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는 법, 이제 우리가 제도 받는 길은 깨치는 것 뿐이다. 지옥이냐, 깨치느냐의 두 길 밖에 없다”
두 사람은 그날부터 용맹정진하여 드디어 일 주일만에 깨달았다.
한편 불의의 화를 입어 저승으로 간 부목의 영혼은 염라대왕에게 자기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여 등운을 처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염라대왕은 차사를 보내 월명과 등운을 처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입선 중이어서 못 잡아 갔다.
등운은 부목을 죽인 전후의 사연을 자세히 써서 염라대왕에게 보냈다. 이것을 본 염라대왕은 그의 구도심에 감동하여 그를 용서하고 잡아 올 생각을 거두었다.
/허철희
(글쓴날 : 2003년 02월 26일)